퀴즈 도노사마의 야망 2 전국판
퀴즈 도노사마의 야망 2 전국판 (Quiz Tonosama no Yabou 2 Zenkoku Ban Tonosama 2 950123 Japan) · 1995 · Capcom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퀴즈로 천하를 통일한다
오락실 퀴즈 게임이라고 하면 보통 문제가 나오고 답을 고르는 화면만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거기에 엉뚱한 설정을 하나 얹었습니다. 플레이어는 영주가 되어 일본 전국을 손에 넣으려 합니다. 그리고 그 천하통일을 무력이 아니라 퀴즈로 합니다. 지도를 놓고 땅을 하나씩 먹어 가는데, 전투 대신 문제를 맞히는 것입니다.
이 발상 자체가 이 게임의 전부라고 해도 됩니다. 전략 시뮬레이션의 겉모습에 퀴즈를 끼워 넣었더니,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보다 훨씬 목적이 뚜렷해집니다. 문제 하나를 맞히면 땅이 늘고 틀리면 잃으니, 답을 고르는 손끝에 무게가 실립니다.
어떤 게임인가
퀴즈 도노사마의 야망 2 전국판(Quiz Tonosama no Yabou 2)은 캡콤이 만든 아케이드 퀴즈 게임의 속편입니다. 화면에 문제가 나오고 보기가 주어지면, 제한 시간 안에 답을 고릅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퀴즈 게임과 같습니다. 다른 점은 그 결과가 지도 위의 세력 다툼에 반영된다는 것입니다. 맞히면 앞으로 나아가고, 틀리면 밀립니다.
조작은 레버로 답을 고르고 버튼으로 결정하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제한 시간이 짧아서 오래 고민할 수가 없고, 그래서 아는 문제는 빨리 넘기고 모르는 문제에 시간을 쓰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확실히 모르겠으면 찍기라도 해야 합니다. 시간을 넘겨 버리면 찍을 기회조차 없어집니다.
문제는 일본어로 나오고 내용도 일본 사정을 다루는 것이 많습니다. 이 점이 이 게임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일본어를 모르면 문제 자체를 읽을 수 없어서, 퀴즈 게임인데도 퀴즈를 못 푸는 상황이 됩니다.
캡콤과 퀴즈 게임
캡콤이라고 하면 격투 게임과 액션 게임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이 회사는 90년대 초중반에 퀴즈 게임도 꾸준히 내놓았습니다. 격투 게임이 오락실을 장악하면서 잘하는 사람만 살아남는 분위기가 되자, 그 반대편에서 누구나 앉을 수 있는 기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퀴즈 게임은 오락실 운영자에게도 매력이 있었습니다. 손이 느린 손님도, 격투 게임에서 매번 지는 손님도 동전을 넣습니다. 그리고 문제만 바꾸면 새 게임처럼 보이니 만드는 쪽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이 시기 일본 오락실에 퀴즈 기판이 그렇게 많았던 데는 그런 사정이 있습니다.
다만 이 장르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문제를 다 외우면 게임이 끝나 버린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회사들은 문제를 늘리고, 여기에 세력 다툼 같은 다른 재미를 얹어 수명을 늘리려 했습니다. 이 게임이 지도와 천하통일이라는 설정을 가져온 것도 그 맥락에서 나온 선택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일본어 퀴즈 게임은 한국 오락실에서 자리를 잡기 어려운 물건이었습니다. 격투 게임이나 슈팅은 말을 몰라도 되지만, 퀴즈는 문제를 읽어야 하니 언어가 그대로 벽이 됩니다. 그래서 이런 기판은 수입되더라도 오래 놓여 있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 국내에서는 한국어로 만든 퀴즈 게임들이 따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문방구 앞이나 동네 오락실에서 한국어 문제를 푸는 기계를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 꽤 있을 겁니다. 같은 장르가 나라마다 다른 방식으로 뿌리내린 셈입니다.
지금 해 보면
지금 켜 보면 문제를 못 읽는다는 벽이 여전합니다. 일본어를 어느 정도 읽는다면 제대로 즐길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게임의 구조를 구경하는 쪽에 가까워집니다. 그런데 그 구조 자체가 꽤 볼만합니다. 퀴즈 하나하나가 지도 위의 판세로 이어지는 화면을 보고 있으면, 왜 이런 발상을 했는지 납득이 갑니다.
퀴즈 게임은 시간이 지나면 문제의 시의성이 떨어져 낡아 보이기 마련인데, 오히려 그게 재미인 면도 있습니다. 1995년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상식이라고 여겼는지가 문제 안에 그대로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이라기보다 그 시절의 기록에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