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F1 1-2 피니시
퀴즈 F1 1-2 피니시 (Quiz f1 1 2 Finish Japan) · 1992 · I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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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로 달리는 자동차 경주
퀴즈 게임의 화면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문제 문장이 뜨고, 선택지가 늘어서고, 시간 막대가 줄어듭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그 위에 자동차 경주라는 옷을 입혔습니다. 문제를 맞히면 내 차가 앞으로 나가고, 틀리면 뒤로 처집니다. 결국 하는 일은 문제를 푸는 것인데, 눈에 보이는 것은 순위 싸움입니다. 이 한 겹의 포장이 게임의 인상을 꽤 크게 바꿔 놓습니다.
이런 발상이 나온 배경에는 시대 분위기가 있습니다. 1990년대 초는 일본에서 F1 인기가 유난히 뜨겁던 시기였습니다. 중계가 황금 시간대에 나가고 관련 상품이 쏟아지던 때라, 오락실 게임에도 그 이름이 여기저기 붙었습니다. 순수한 퀴즈 게임에 굳이 경주라는 틀을 씌운 것도 그 유행에 올라타려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퀴즈 F1 1-2 피니시(Quiz F1 1-2 Finish)는 문제를 맞혀 경주에서 앞서 나가는 퀴즈 게임입니다. 화면에 문제가 뜨면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고, 정답 여부에 따라 내 차의 위치가 달라집니다. 조작은 방향 입력과 버튼이 전부라, 운전 조작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겉모습만 경주지 손이 하는 일은 퀴즈 게임 그대로입니다.
한 판의 흐름은 경주 한 판을 치르는 형태로 짜여 있습니다. 문제가 이어지는 동안 순위가 오르내리고, 끝까지 앞자리를 지키면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문제 하나하나의 정답보다 흐름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두 개 틀렸다고 바로 끝나지는 않지만, 연달아 틀리면 순식간에 뒤로 밀려 회복이 어려워집니다.
빠르게 답하는 것도 이득입니다. 시간을 끌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이므로, 아는 문제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눌러 시간을 벌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벌어 둔 여유가 모르는 문제에서 고민할 시간이 됩니다. 이건 퀴즈 게임 전반에 통하는 요령이지만, 순위가 실시간으로 보이는 이 게임에서는 그 효과가 눈으로 바로 확인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부딪히는 벽
솔직하게 말하면 이 게임에는 큰 진입 장벽이 하나 있습니다. 문제가 전부 일본어라는 점입니다. 게임의 본체가 문장을 읽고 판단하는 것이라, 글을 읽지 못하면 게임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선택지 네 개를 무작위로 찍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내용도 당시 일본에서 통하던 상식과 화젯거리 위주입니다. 방송, 연예, 만화, 생활 상식 같은 것들이 섞여 있어서, 일본어를 읽을 수 있어도 그 시절 일본을 모르면 어려운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 시대를 아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문제들이 나옵니다.
이 벽을 감안하면 이 게임을 처음 여는 사람에게 권할 방법은 하나입니다. 정답률에 신경 쓰지 말고, 문제가 나오고 순위가 움직이는 구조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먼저 눈으로 익히는 것입니다. 그것만 알아도 이 게임이 왜 만들어졌는지는 충분히 보입니다.
아이렘이라는 회사
이 게임을 만든 아이렘은 국내 오락실 세대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름입니다. 가로 스크롤 슈팅과 액션 쪽에서 단단한 작품들을 내놓았고, 화면을 빽빽하게 채우고 손끝을 조이는 설계로 이름이 났습니다. 그런 회사가 이렇게 조용한 퀴즈 게임도 함께 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당시 아케이드 회사들은 대체로 이런 식으로 움직였습니다. 간판이 될 큰 작품 한둘을 준비하는 한편, 개발비가 적게 드는 게임을 꾸준히 내서 매출의 바닥을 받쳤습니다. 퀴즈 게임은 그 자리에 잘 맞았습니다. 복잡한 조작 설계나 적 배치 조율 없이도, 문제를 잘 모으고 화면만 깔끔하게 만들면 상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의 자리와 지금
국내 오락실에서 이 계열 게임이 자리를 잡기는 어려웠습니다. 언어가 곧 게임인 장르라 번역 없이는 손님이 붙지 않았고, 실제로 놓인 곳도 드물었습니다. 같은 회사의 슈팅 게임들이 널리 알려진 것과 대조적입니다. 이 게임을 기억하는 국내 이용자가 거의 없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바로 열어 볼 수 있다는 점은 이런 게임에 오히려 잘 맞습니다. 굳이 오래 붙잡고 있을 게임은 아니지만, 퀴즈에 경주라는 옷을 입힌다는 발상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는 몇 분이면 확인됩니다. 그 시절 오락실이 얼마나 다양한 시도로 채워져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한 조각으로는 충분한 값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