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나나이로 드림즈
퀴즈 나나이로 드림즈 (Quiz Nanairo Dreams Nijiirochou no Kiseki Nanairo Dreams 960826 Japan) · 1996 · Capcom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오락실에 등장한 연애 어드벤처
오락실 게임은 대체로 혼자 오래 붙잡고 있기 어려운 곳에서 굴러갑니다. 뒤에 사람이 서 있고, 동전은 계속 들어가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야기를 길게 끌고 가는 장르는 오락실과 잘 맞지 않는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가정용 게임기에서 인기를 끌던 연애 어드벤처를 아케이드로 끌고 온 시도가 나왔습니다.
방법은 이랬습니다. 이야기와 선택은 어드벤처처럼 진행하되, 진행을 밀어 주는 동력은 퀴즈로 삼는 것입니다. 문제를 맞히면 이야기가 앞으로 나가고, 틀리면 막힙니다. 오락실 손님이 동전을 넣을 이유와, 이야기를 보고 싶은 마음이 한 화면에서 만나도록 설계한 셈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퀴즈 나나이로 드림즈(Quiz Nanairo Dreams)는 퀴즈 게임의 뼈대 위에 연애 어드벤처의 진행을 얹은 작품입니다. 화면에는 등장인물과 대사가 나오고, 이야기가 어느 지점에 이르면 퀴즈가 제시됩니다. 제한 시간 안에 보기 가운데 답을 고르면 이야기가 이어지고, 계속 틀리면 그 자리에서 진행이 끝납니다.
조작은 레버로 보기를 고르고 버튼으로 확정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대신 이야기 도중에 나오는 선택지가 이후 전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냥 퀴즈만 맞히는 게임과는 다른 종류의 판단이 섞입니다. 어떤 인물과 이야기를 이어 갈지 정하는 재미가 이 게임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이야기와 퀴즈가 붙은 방식
순수한 퀴즈 게임은 문제가 곧 게임의 전부라서, 아는 문제가 떨어지면 흥미도 같이 떨어집니다. 이 게임은 그 자리에 이야기를 채워 넣었습니다. 문제를 맞히는 것 자체보다 그 뒤에 무슨 장면이 나올지가 궁금해서 다음 동전을 넣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어드벤처 쪽에서 보면 퀴즈가 제동 장치 역할을 합니다. 가정용 어드벤처는 아무리 헤매도 시간만 들이면 끝을 보지만, 여기서는 문제를 못 맞히면 그날의 진행이 거기서 끊깁니다. 실력이 곧 이야기를 얼마나 볼 수 있느냐로 바뀌는 셈이라, 오락실이라는 장소에 맞게 이야기를 잘라 놓은 방식입니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진행에 따라 다른 갈래로 흐르기 때문에, 한 번에 모든 이야기를 볼 수는 없습니다. 다시 앉을 이유를 만들어 두는 이런 설계는 이 무렵 어드벤처 계열이 즐겨 쓰던 방법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것
문제와 대사가 전부 일본어라, 글을 읽지 못하면 진행이 어렵습니다. 그래도 손을 대 볼 방법은 있습니다. 문제 전체를 해석하려 하지 말고 보기 네 개에서 아는 단어를 찾아 붙잡는 편이 빠릅니다. 시간이 촉박하므로 고민이 길어지면 어차피 놓칩니다.
두 번째로, 이 계열은 반복이 곧 실력입니다. 같은 문제가 다시 나오기 때문에 여러 판 돌리면 아는 문제가 쌓입니다. 처음 몇 판은 이야기를 구경한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넘기고, 문제를 눈에 익히는 데 쓰는 편이 낫습니다.
난이도가 튀는 곳은 이야기가 갈라지는 지점 근처입니다. 여기서 몇 문제를 연달아 틀리면 그동안 쌓아 온 진행이 소용없어지므로, 확신이 없을 때는 시간을 끌지 말고 빨리 고르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캡콤과 1996년
1996년의 캡콤은 대전격투 기판으로 오락실을 이끌던 회사였습니다. 그 회사가 같은 시기에 퀴즈와 연애 어드벤처를 섞은 기판을 내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당시 아케이드 업계가 격투 게임 이후의 다음 먹거리를 여러 방향으로 찔러 보던 분위기를 보여 줍니다.
캡콤은 앞서도 자사 캐릭터를 내세운 퀴즈물과 역사 소재 퀴즈를 내놓은 적이 있어서, 이 게임은 그 계보의 끝자락에 놓입니다. 다만 여기서는 퀴즈가 목적이 아니라 이야기를 위한 장치로 물러났다는 점이 앞선 작품들과 다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런 기판을 보기는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문제와 대사가 전부 일본어인 데다, 이야기를 읽어 가며 진행하는 형태는 한국 오락실의 빠른 회전에도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쪽에 속합니다. 지금 화면을 켜 보면, 오락실이 격투 게임 이후를 고민하던 시절에 어떤 실험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