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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다이소사센

퀴즈 다이소사센 (Quiz Daisousa Sen the Last Count Down Ngm 023 Ngh 023) · 1991 · S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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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지오에 격투 게임만 있던 게 아닙니다

네오지오 기판이라고 하면 대개 격투 게임이나 총 쏘는 게임을 떠올립니다. 큼직한 캐릭터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효과음이 요란한 그 화면 말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판 목록을 훑다 보면 전혀 다른 계열이 섞여 있습니다. 화면 아래쪽에 문제 문장이 뜨고, 네 개의 선택지가 나열되고, 시간 막대가 줄어드는 화면입니다. 이 게임이 바로 그런 쪽입니다.

당시 SNK는 자사 기판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소프트를 채워 넣었습니다. 대전 격투로 사람을 모으는 한편, 술집이나 찻집처럼 조용한 자리에 놓을 물건도 필요했습니다. 퀴즈 게임은 그런 자리에 맞는 장르였습니다. 화면이 조용하고, 한 판이 짧고, 손이 느린 사람도 부담 없이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퀴즈 다이소사센 보드·카드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1)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퀴즈 다이소사센(Quiz Daisousa Sen)은 화면에 뜬 문제를 읽고 정답 선택지를 고르는 사지선다형 퀴즈 게임입니다. 조작은 방향 입력과 결정 버튼이 전부입니다. 레버로 답을 고르고 버튼으로 확정하면, 맞았는지 틀렸는지가 바로 표시됩니다. 정답이면 다음 문제로 넘어가고, 틀리면 목숨이 줄어듭니다.

한 판의 흐름은 문제를 계속 이어 푸는 형태입니다. 제한 시간 안에 답하지 못해도 틀린 것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를 붙잡고 고민하기보다는 감으로라도 찍고 넘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사지선다이므로 완전히 모르는 문제도 네 번에 한 번은 넘어갑니다. 이 계산이 퀴즈 게임의 기본 전략입니다.

한 가지 미리 알아 둘 것이 있습니다. 문제가 전부 일본어로 나오고, 내용도 당시 일본에서 통하던 상식과 시사, 연예, 만화에 관한 것들입니다. 일본어를 읽지 못하면 사실상 사지선다를 계속 찍는 게임이 됩니다. 이 점은 이 계열 게임 전체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벽입니다.

퀴즈 다이소사센 보드·카드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1)

퀴즈 게임이라는 장르

이 시기 일본 오락실에는 퀴즈 게임이 하나의 확고한 장르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액션이나 슈팅과 달리 반사 신경이 필요 없고, 대신 아는 것이 많으면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손이 아니라 머리로 동전을 아끼는 게임이라, 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도 자기 몫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습니다.

반대로 이 장르에는 구조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문제가 유한하다는 것입니다. 오래 두고 하다 보면 봤던 문제가 다시 나오고, 그때부터는 지식이 아니라 암기 게임이 됩니다. 단골이 답을 다 외워 버리면 그 기계는 수명을 다합니다. 그래서 이 장르는 새 문제를 담은 후속작이 꾸준히 나오는 구조로 굴러갔습니다.

또 하나, 문제가 그 나라 그 시절의 화제로 채워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문제 자체가 낡습니다. 지금 이 게임을 열면 1990년대 초 일본의 화제들이 그대로 담겨 있는 셈인데, 이건 게임으로서는 약점이지만 그 시절을 들여다보는 창으로서는 오히려 흥미로운 구석입니다.

퀴즈 다이소사센 보드·카드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1)

한국 오락실에서는

국내 오락실에서 이 계열 게임이 널리 놓이기는 어려웠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문제를 읽을 수 없으면 게임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격투나 슈팅은 언어를 몰라도 화면만 보면 되지만, 퀴즈는 글을 읽는 것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그래서 네오지오 기판이 국내에 아무리 많이 깔려도 이런 소프트까지 돌아가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간혹 여러 게임이 한 기계에 들어 있는 형태로 목록에 이름만 올라와 있는 것을 본 사람은 있을 겁니다. 골라 봤다가 일본어 문장이 잔뜩 뜨는 걸 보고 바로 다른 게임으로 넘어간 기억 말입니다. 국내에서 이 게임들의 존재감은 대체로 그 정도였습니다.

지금 해 볼 만한 자리

일본어를 읽을 수 있다면 이 게임은 지금도 제 몫을 합니다. 문제 난이도가 극단적으로 어렵지 않고, 화면 구성이 깔끔해서 한 판씩 끊어 하기 좋습니다. 반대로 일본어가 막힌다면 게임으로 즐기기는 힘들고, 대신 네오지오 기판이 어떤 장르까지 손을 뻗었는지를 확인하는 자료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니 설치할 것은 없습니다. 격투 게임 사이에 이런 조용한 물건이 끼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시절 오락실이 생각보다 다양한 손님을 상대하던 곳이었다는 걸 알려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