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세카이와 쇼 바이 쇼바이
퀴즈 세카이와 쇼 바이 쇼바이 (Quiz Sekai Wa Show By Shobai Japan) · 1993 · Tait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제목 자체가 말장난입니다. 쇼 바이 쇼바이는 일본어로 장사라는 뜻의 쇼바이와 영어 쇼를 겹쳐 놓은 것이고, 앞의 세카이와는 세상은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은 쇼 비즈니스, 정도의 농담이지요. 이런 제목을 붙였다는 것만으로도 이 게임이 어떤 분위기를 노렸는지 짐작이 갑니다. 텔레비전 퀴즈 프로그램의 왁자지껄한 스튜디오를 오락실 기계 안에 옮겨 놓은 물건입니다.
퀴즈 세카이와 쇼 바이 쇼바이(Quiz Sekai wa Show by Shobai)는 화면에 나오는 문제를 읽고 정해진 시간 안에 답을 골라 버튼을 누르는 퀴즈 게임입니다. 네 명이 동시에 붙어 앉을 수 있어서, 각자 자기 버튼을 두드리며 누가 더 빨리, 더 많이 맞히는지를 겨룹니다. 오답을 고르거나 시간을 넘기면 손해를 보고, 일정 조건을 채우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탈락합니다.
일본어 퀴즈라는 벽
먼저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게임의 문제는 전부 일본어이고, 그것도 일본 방송과 연예계, 생활 상식을 다루는 문제가 많습니다. 일본어를 읽지 못하면 문제 자체를 이해할 수 없고, 읽더라도 배경 지식이 없으면 찍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류의 게임은 국내 오락실에 사실상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한국 아이들이 앉아서 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으니까요. 오락실 업주 입장에서도 손님이 붙지 않을 기계를 들여놓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일본 아케이드에서는 퀴즈 게임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을 만큼 흔했지만, 이 장르가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다만 지금 이 게임을 접하는 방식은 조금 달라도 좋겠습니다. 문제를 다 맞히는 것을 목표로 삼기보다, 1993년 일본 오락실에 이런 기계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구경하는 쪽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화면이 어떻게 연출되는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시절의 공기가 전해집니다.
퀴즈 게임의 진행 방식
조작은 아주 단순합니다. 화면에 문제와 선택지가 뜨고, 자기 앞의 버튼 중 답에 해당하는 것을 누르면 됩니다. 답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속도도 중요해서, 여럿이 붙었을 때는 먼저 누르는 쪽이 유리한 구조가 흔합니다.
한 판의 흐름은 문제를 계속 풀어 나가며 점수나 목숨을 관리하는 식입니다. 틀리면 잃고, 맞히면 나아갑니다. 일정 구간마다 다른 형식의 문제가 끼어들어 지루함을 덜어 주는 구성도 이 장르의 흔한 방식입니다. 짧게 끊어지는 진행 덕분에 오락실에서 회전이 빨랐고, 그것이 업주에게는 장점이었습니다.
여럿이 함께 할 때는 자연스럽게 눈치 싸움이 붙습니다. 확실히 아는 문제는 서둘러 누르고, 애매한 문제는 남이 먼저 틀리기를 기다리는 식이지요. 이 심리전이 퀴즈 게임을 혼자 하는 것과 여럿이 하는 것을 전혀 다른 경험으로 만듭니다.
일본 오락실의 퀴즈 붐
1990년대 초반 일본 아케이드에서는 퀴즈 게임이 상당한 세력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큰 회사들이 저마다 퀴즈 게임을 냈고, 시리즈로 이어지는 것도 많았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개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면서도, 문제를 갈아 끼우는 것만으로 새 게임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퀴즈 게임은 격투 게임이나 슈팅에 밀린 손님을 붙잡는 역할도 했습니다. 반사신경이 좋지 않아도, 게임을 잘하지 못해도 지식만 있으면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으니까요. 회사원이 퇴근길에 잠깐 앉아 몇 판 하고 가기에 딱 좋은 종류였습니다.
대신 이 장르는 수명이 짧다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문제를 다 외우고 나면 더 할 것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같은 게임의 후속작이 자주 나왔고, 문제 데이터를 갈아 끼운 개정판도 흔했습니다.
타이토가 만든 퀴즈
타이토는 이 시기 아케이드 시장에서 가장 폭넓은 목록을 가진 회사 중 하나였습니다. 슈팅과 액션에서 굵직한 이름을 여럿 남겼고, 그 옆에서 퀴즈 게임도 여러 편 내놓았습니다. 자사 기판의 화려한 색 표현과 소리를 활용해, 퀴즈 게임이면서도 화면이 꽤 요란하게 움직이는 편이었습니다.
네 명이 동시에 붙을 수 있게 만든 것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혼자 조용히 문제를 푸는 게임이 아니라, 여럿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하는 게임으로 설계한 것이지요. 이 점에서 이 게임은 텔레비전 퀴즈 프로그램의 형식을 꽤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지금 해 본다면
일본어를 읽으실 수 있다면 이 게임은 지금도 충분히 즐길 만합니다. 다만 1993년 기준의 시사와 연예 문제가 섞여 있어서, 당시를 모르면 풀기 어려운 것도 적지 않습니다. 그 시절 일본 대중문화를 짐작해 보는 창구로 쓰는 편이 오히려 흥미롭습니다.
일본어를 모르신다면 화면 연출과 소리를 구경하는 쪽으로 접근해 보시길 권합니다. 문제를 맞혔을 때와 틀렸을 때 화면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남은 시간이 줄어들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 같은 것들이 이 장르의 진짜 재미입니다. 답을 몰라도 버튼을 누르는 순간의 긴장은 똑같이 전해집니다.
무엇보다 이런 게임은 지금 다른 곳에서 만나기 어렵습니다. 국내 오락실에 들어온 적이 거의 없는 장르인 만큼, 한 번쯤 화면을 열어 보는 것만으로도 낯선 시대를 구경하는 값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