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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시어터 세 개의 이야기

퀴즈 시어터 세 개의 이야기 (Quiz Theater 3tsu no Monogatari Ver 2 3j 1994 11 10) · 1994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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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한구석의 퀴즈 기판

1990년대 초 일본 오락실에는 퀴즈 게임 코너가 따로 있다시피 했습니다. 격투 게임 앞에 사람이 몰려 있는 동안, 옆에서는 혼자 앉아 조용히 사지선다 문제를 푸는 손님이 있었습니다. 손이 빠를 필요도 없고 반사신경도 필요 없습니다. 아는 만큼 갑니다. 액션 게임에서 늘 지던 사람도 퀴즈 앞에서는 이길 수 있었습니다.

타이토는 이 시장에 꾸준히 물건을 낸 회사입니다. 퀴즈에 이야기 구조를 얹거나, 캐릭터를 붙이거나, 여러 명이 같이 붙을 수 있게 만드는 식으로 변주를 이어 갔습니다. 퀴즈 시어터도 그 흐름 위에 있는 작품으로, 제목에 극장이라는 말이 붙은 데서 짐작할 수 있듯 문제 풀이를 이야기 안에 넣어 보여 주는 구성을 택했습니다.

퀴즈 시어터 세 개의 이야기 보드·카드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4)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퀴즈 시어터 세 개의 이야기(Quiz Theater - 3tsu no Monogatari)는 화면에 나오는 문제를 읽고 정해진 시간 안에 답을 고르는 아케이드 퀴즈 게임입니다. 조작은 버튼 몇 개가 전부이고, 보기 가운데 하나를 골라 누르면 됩니다. 맞히면 앞으로 나아가고 틀리면 기회가 줄어듭니다.

한 판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문제가 나오고, 제한 시간을 알리는 표시가 줄어드는 동안 답을 고릅니다. 정해진 수만큼 틀리면 그 자리에서 끝나고 계속하려면 동전을 더 넣어야 합니다. 여러 명이 같이 붙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옆자리 손님과 누가 더 많이 맞히나 겨루는 방식으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퀴즈 기판이 오락실에서 살아남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 대결 구조였습니다.

퀴즈 시어터 세 개의 이야기 보드·카드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4)

일본어 문제라는 벽

이 게임의 문제는 전부 일본어입니다. 제목에서부터 그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일본어를 읽지 못하면 문제 자체를 이해할 수 없고, 게임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퀴즈 장르가 국내 오락실에서 거의 자리를 잡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같은 시기 국내 오락실에는 스트리트 파이터 II와 킹 오브 파이터즈, 메탈슬러그가 넘쳐났습니다. 이런 게임들은 화면만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으니 언어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퀴즈 기판은 텍스트가 곧 게임이라, 일본에서 아무리 잘 팔려도 국내에 들여올 이유가 없었습니다. 문화적인 배경 지식까지 필요한 문제가 섞여 있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지금 이 게임을 켜 보는 분들도 같은 벽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도 볼 만한 구석은 있습니다. 문제를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화면 구성과 연출, 문제를 내고 답을 확인하는 리듬 자체는 눈으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 시절 일본 오락실의 퀴즈 코너가 어떤 분위기였는지 짐작하는 데는 충분합니다.

퀴즈 게임이라는 장르

퀴즈 게임은 아케이드 장르 가운데 가장 지역색이 강합니다. 슈팅이나 격투는 어느 나라에 갖다 놓아도 그대로 통하지만, 퀴즈는 그 나라 사람이 아는 것을 묻기 때문에 국경을 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일본 아케이드 역사에는 수백 종의 퀴즈 기판이 남아 있는데도 해외에서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신 자기 시장 안에서는 무척 촘촘하게 발전했습니다. 단순히 문제만 내는 데서 시작해 캐릭터를 붙이고, 대전 요소를 넣고, 이야기 진행과 엮고, 문제 분야를 골라 고를 수 있게 하는 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습니다. 카드나 보드 게임을 오락실에 옮긴 기판들과 함께, 손보다 머리를 쓰는 손님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온 계보입니다.

타이토라는 회사

타이토는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만들어 아케이드 산업 자체를 열어젖힌 회사입니다. 그 뒤로도 버블 보블, 다라이어스, 레인보우 아일랜드 같은 굵직한 작품을 내놓았고, 국내 오락실에서도 보글보글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았습니다.

그런 회사가 1990년대에는 이런 퀴즈 기판도 꾸준히 만들었습니다. 대작만 있는 게 아니라, 오락실 한구석을 채우는 작고 조용한 물건들도 함께 굴러가야 회사가 돌아가던 시절입니다. 한 회사의 목록을 훑어보면 유명한 몇 편 뒤에 이런 게임이 수십 편씩 붙어 있습니다. 그 시절 오락실이 실제로 어떤 곳이었는지는 오히려 이런 기판들이 더 정확하게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