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시 밴디쿳 카니발
크래시 밴디쿳 카니발 (Crash Bandicoot Carnival Japan) · 1999 · Sony Computer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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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시가 달리기를 멈춘 날
크래시 밴디쿳 하면 좁은 길을 따라 앞으로 내달리며 상자를 부수는 그림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 작품은 그 크래시를 잠시 세워 놓고, 대신 판때기 위에 말처럼 올려놓습니다. 주사위를 굴리고 칸을 옮기고 미니게임으로 승부를 내는, 이른바 파티 게임입니다. 시리즈의 얼굴을 다른 장르에 얹어 본 실험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크래시 밴디쿳 카니발이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서양에서는 다른 이름을 달고 팔렸습니다. 같은 시기 다른 회사의 파티 게임이 크게 성공한 흐름 위에 있는 기획이라, 지금 보면 그 시절 콘솔 시장이 무엇을 좇고 있었는지가 그대로 보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크래시 밴디쿳 카니발(Crash Bandicoot Carnival)은 보드 위를 돌면서 칸에 멈추고, 일정 구간마다 등장하는 미니게임으로 점수와 아이템을 따내는 파티 게임입니다. 최대 네 명까지 붙을 수 있고, 사람이 모자라면 컴퓨터가 자리를 채웁니다.
한 판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순서대로 이동해 칸의 효과를 받고, 라운드가 끝나면 다 같이 미니게임을 합니다. 미니게임에서 이기면 보상을 받아 유리해지고, 마지막 라운드까지 가장 많이 모은 쪽이 이깁니다. 판 길이를 짧게 정하면 삼십 분 안에도 한 판이 끝납니다.
미니게임이 전부다
이런 게임의 값어치는 결국 미니게임이 얼마나 다양하고 즉시 이해되느냐로 결정됩니다. 이 작품에는 버튼을 빨리 두드리는 것, 정해진 발판에서 버티는 것, 상자를 더 많이 부수는 것, 무언가를 피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 같은 유형이 고루 들어 있습니다.
좋은 점은 규칙 설명이 거의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화면을 한 번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서, 게임을 안 하던 사람과 붙어도 판이 굴러갑니다. 반대로 아쉬운 점은 종류가 넉넉하지 않아 여러 판을 연달아 하면 같은 미니게임이 자주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캐릭터와 판 고르기
크래시 말고도 코코, 코르텍스 박사, 티니 같은 시리즈 식구들을 고를 수 있습니다. 성능 차이가 승부를 가를 정도는 아니어서, 좋아하는 캐릭터를 고르면 됩니다. 이 시리즈 특유의 과장된 표정과 몸짓이 파티 게임의 소란스러움과 의외로 잘 맞습니다.
보드는 여러 개가 준비되어 있고 각각 길의 생김새와 함정 칸의 배치가 다릅니다. 지름길이 있는 판은 운의 비중이 커지고, 길이 하나로 이어진 판은 미니게임 실력이 더 크게 반영됩니다. 여럿이 붙을 때 실력 차가 크다면 앞쪽 판을, 비슷비슷하다면 뒤쪽 판을 고르는 식으로 조절하면 됩니다.
이기는 요령
첫째는 아이템을 아끼지 않는 것입니다. 파티 게임에서 흔한 실수가 좋은 아이템을 마지막까지 들고 있다가 못 쓰고 끝내는 것입니다. 상대를 밀어내거나 이동을 늘리는 아이템은 판이 뒤집히기 전에 써야 값을 합니다.
둘째는 마지막 라운드에 걸린 보너스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이런 게임은 대개 끝에 큰 보상이 붙어 있어서, 중반까지 앞서 나가는 것보다 끝 무렵에 자리를 잡는 것이 유리합니다. 앞서 있다고 방심하다가 마지막 미니게임 하나로 역전당하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셋째는 버튼 연타형 미니게임에서 손가락을 번갈아 쓰는 것입니다. 한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것보다 두 손가락을 교대로 쓰는 쪽이 훨씬 빠릅니다. 이 사소한 차이가 승부를 여러 번 바꿉니다.
지금 해 보면
혼자 하면 금방 지루해지는 종류입니다. 컴퓨터를 상대로 하는 판은 미니게임을 구경하는 것 이상의 재미를 주기 어렵습니다. 대신 옆에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실력보다 운과 소란이 앞서는 구조라 게임을 잘하는 사람과 처음 잡는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웃을 수 있습니다.
크래시 시리즈의 본편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익숙한 캐릭터들이 판 위에서 우스꽝스럽게 뛰어다니는 모습만으로도 반가울 것입니다. 본편의 정교한 점프 액션을 기대하는 대신, 여럿이 둘러앉는 자리에 어울리는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잡으면 알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