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전야의 대소동
크리스마스 전야의 대소동 (Daze Before Christmas Australia) · 1994 · Sun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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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훔쳐 간 산타의 이야기
산타클로스가 주인공인 게임은 그리 드물지 않지만, 산타가 커피를 들이켜고 눈이 뒤집혀서 무적 상태로 돌변하는 게임은 흔치 않습니다. 이 게임에서 산타는 커피 잔을 먹으면 잠시 광폭한 슈퍼 산타로 변해 앞을 가로막는 것을 죄다 뭉개고 지나갑니다. 크리스마스 소재의 아기자기한 겉모습과 달리 조작감은 꽤 거칠고, 한 번 미끄러지면 얼음판 위에서 그대로 낭떠러지로 흘러 들어갑니다.
크리스마스 전야의 대소동(Daze Before Christmas)은 산타클로스를 직접 조종해 납치된 요정들을 구하고 크리스마스를 지켜내는 횡스크롤 액션 플랫포머입니다. 사악한 세력이 산타의 공방을 뒤집어 놓고 선물과 일꾼들을 빼앗아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산타는 자루에서 꺼낸 물건을 던지며 눈밭과 장난감 공장, 얼어붙은 동굴을 헤쳐 나갑니다.
산타가 할 수 있는 일
기본 조작은 단순합니다. 좌우로 걷고, 점프하고, 무기 버튼으로 앞을 공격합니다. 산타의 공격은 총이나 칼이 아니라 손에 든 물건을 앞으로 뿌리는 방식이라 사거리가 짧고, 적이 바짝 붙기 전에 먼저 견제하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위에서 떨어지는 적이나 좁은 통로에서 튀어나오는 적에게는 이 짧은 사거리가 그대로 약점이 됩니다.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앞서 말한 커피입니다. 커피를 마신 산타는 색이 바뀌고 속도가 붙으면서 일정 시간 동안 몸으로 밀고 들어가는 돌격형 캐릭터가 됩니다. 이 상태에서는 평소에 부담스럽던 적 무리를 그냥 통과하듯 지울 수 있지만, 제어가 어려워져 함정 구간에서 스스로 뛰어들어 죽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커피는 급할 때 쓰는 비상 수단이 아니라, 어디서 쓸지를 미리 골라 두는 자원에 가깝습니다.
체력과 잔기는 넉넉한 편이 아니고, 스테이지 곳곳에 놓인 선물과 아이템을 얼마나 챙기느냐가 후반 생존에 직결됩니다. 눈에 보이는 길로만 달리면 회복 수단이 모자라기 때문에, 위쪽 발판이나 벽 뒤로 이어지는 샛길을 한 번씩 확인하고 넘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어디서 막히는가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 곳은 얼음 지형입니다. 관성이 크게 걸려 있어서 방향키를 놓아도 산타가 계속 미끄러지고, 발판 끝에서 멈추려다 그대로 떨어집니다. 얼음 위에서는 목표 지점보다 한 박자 먼저 방향키를 놓고, 점프로 거리를 끊어 이동하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두 번째로 까다로운 것은 공중 구간입니다. 좁은 발판이 이어지는 곳에서 적이 위아래로 오가며 진로를 막는데, 산타의 점프가 그렇게 날렵하지 않아 무리하게 붙으면 밀려서 추락합니다. 적의 이동 주기를 한두 번 지켜보고 빈틈에 들어가는 편이, 커피를 믿고 돌진하는 것보다 훨씬 확실합니다.
난이도는 중반 이후에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앞쪽 스테이지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며 걷는 구성이라면, 뒤로 갈수록 적 배치가 촘촘해지고 실수 한 번이 곧 잔기 손실로 이어집니다. 컨티뉴 여유가 많지 않아, 앞 스테이지에서 아이템을 아껴 두는 습관이 결국 클리어를 좌우합니다.
노르웨이에서 만든 크리스마스 게임
이 작품은 노르웨이의 펀컴이 만들고 선소프트가 내놓은 게임입니다. 북유럽 개발사가 16비트기 후반에 만든 서양식 플랫포머라서, 같은 시기 일본 회사들이 만든 액션 게임과는 색깔이 조금 다릅니다. 캐릭터가 크게 그려져 있고 배경의 눈과 조명 표현에 힘이 들어가 있는 대신, 스테이지 설계의 짜임새는 일본 쪽 명작들만큼 촘촘하지는 않습니다.
발매 사정도 특이했습니다. 이 게임은 전 세계에 고르게 뿌려진 물건이 아니라 일부 지역에만 한정적으로 풀렸고, 그래서 오랫동안 이름만 알려진 채 실물을 보기 어려운 작품으로 남았습니다. 크리스마스라는 소재가 판매 시기를 극단적으로 좁힌 것도 이유였을 것입니다.
국내에서의 자리
국내 오락실이나 문방구 대여점에서 이 게임을 만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정식 유통 경로가 사실상 없었기 때문에, 대개는 훗날 에뮬레이터 시절에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돌아다니던 추천 목록을 통해 이름을 알게 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한 번 켜 보면 인상은 확실히 남습니다. 익숙한 캐럴풍 음악과 눈 내리는 배경이 계속 흐르고, 그 위를 배 나온 산타가 뒤뚱거리며 뛰어다니는 그림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명작 반열에 올릴 작품은 아니지만, 12월에 한 번씩 꺼내 볼 만한 계절 게임으로는 충분한 몫을 합니다.
이런 사람에게 맞습니다
16비트 시절 플랫포머 특유의 뻣뻣한 조작을 감수할 수 있다면, 짧은 시간에 분위기를 즐기기 좋은 게임입니다. 반대로 정밀한 점프와 매끈한 반응을 기대하고 들어오면 얼음 구간에서 금방 지칠 수 있습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므로 따로 설치할 것 없이 눌러서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첫 스테이지를 커피 없이 한 번 돌아 보며 관성 감각을 익힌 다음, 두 번째 판부터 커피를 아껴 쓰는 순서로 접근하면 훨씬 수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