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세우스
테세우스 (Thseus) · 1984 · ASCII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이 게임의 점프는 좀 이상합니다.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계속 위로 올라갑니다. 짧게 누르면 조금, 오래 누르면 화면 위쪽까지 쭉 올라갑니다. 게다가 공중에 떠 있는 동안에도 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물리 법칙이라는 게 거의 없는 셈인데, 미로를 뒤지는 게임이라는 성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잘 맞는 조작입니다.
테세우스(Theseus)는 층층이 얽힌 미로 안에서 반지와 열쇠를 찾아낸 다음, 갇혀 있는 연인을 구해 나오는 것을 한 스테이지로 삼는 MSX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이 부드럽게 스크롤되고, 플레이어는 그 안에서 통로를 오르내리며 목표물을 찾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미궁 이야기에서 이름을 따 왔습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한 판의 순서는 정해져 있습니다. 반지를 찾고, 열쇠를 찾고, 그다음 연인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이 셋의 위치는 미로 안 어딘가에 흩어져 있으니, 결국 이 게임의 대부분은 길을 찾는 데 쓰입니다.
미로에는 방해물이 여럿 있습니다. 용암처럼 닿으면 안 되는 지형이 있고, 아예 죽일 수 없는 생물들이 돌아다닙니다. 이것들은 싸워서 치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피해야 하는 지형에 가깝습니다. 닿으면 체력이 깎이니 통로가 좁은 구간에서는 지나갈 틈이 열리는 타이밍을 기다려야 합니다.
여기에 제한 시간이 붙습니다. 시간이 다 되거나 체력이 바닥나면 그 판은 끝입니다. 다행히 둘 다 미로 곳곳에 놓인 물건을 주워 채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길을 찾는 것과 별개로, 지나는 길에 회복할 것을 챙기는 일이 늘 따라붙습니다.
스위치와 벽
이 게임에서 가장 성가시면서도 재미있는 요소가 스위치입니다. 미로 곳곳에 있는 스위치를 건드리면 벽이 열리거나 닫힙니다. 열려서 길이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방금 지나온 길이 막혀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니 스위치를 아무 생각 없이 밟고 다니면 곤란해집니다. 목표물까지 가는 길이 막혀서 시간만 흘려보내는 상황이 나옵니다. 처음 하는 판이라면 스위치를 누른 직후 화면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필요하면 다시 눌러 되돌리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미로 구조를 대충이라도 머릿속에 넣어 두는 게 결국 답입니다. 이 게임은 반사신경보다 기억력을 요구하는 쪽입니다. 같은 판을 몇 번 반복하면서 반지와 열쇠가 어디 있고 어느 스위치가 무엇을 여는지를 알아 가면, 처음에는 시간이 모자라던 판이 여유 있게 끝납니다.
점프를 다루는 요령
앞서 말한 그 독특한 점프가 이 게임의 열쇠입니다. 높이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공중에서 방향도 바꿀 수 있으니, 사실상 날아다니는 것에 가깝습니다.
초보자가 흔히 하는 실수는 필요한 것보다 높이 뛰는 것입니다. 위로 너무 올라가면 천장의 위험물이나 다른 층의 적에게 닿습니다. 딱 필요한 만큼만 눌렀다 떼는 조절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아래로 내려갈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용암 위로 떨어지는 실수가 가장 흔한 사고 원인입니다.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착지 지점을 확인하고, 애매하면 옆으로 조금 이동한 뒤에 내려가는 게 안전합니다.
아스키라는 회사
아스키는 MSX라는 규격 자체를 만드는 데 깊이 관여한 일본 회사입니다. 잡지를 내고 하드웨어 규격을 정하고 소프트웨어도 직접 만들었으니, MSX 세계에서는 중심에 있던 곳입니다. 이 회사가 낸 게임들은 상업적으로 크게 터지는 물건보다 아이디어가 뚜렷한 소품이 많았습니다.
1984년이면 MSX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입니다. 그 초기에 부드러운 스크롤과 자유로운 점프를 구현했다는 점만으로도 이 게임은 기술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화면이 뚝뚝 끊기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 당시 8비트에서는 그리 당연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 MSX가 학습용 컴퓨터라는 이름으로 팔리던 시절, 이런 초기작들은 널리 알려진 유명작에 가려 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지금 다시 켜 보면 MSX 초창기 게임들이 어떤 실험을 하고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표본으로서 값어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