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 투 노즈
테일 투 노즈 (Tail to Nose Great Championship) · 1989 · V-System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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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게임에서 화면이 도는 방식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차가 코너를 따라 기울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차는 화면 가운데 고정한 채 도로 전체를 돌려버리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후자를 택했습니다. 코너에 들어서면 트랙이 통째로 빙 돌아가는데, 처음 보면 어지럽지만 익숙해지면 차의 진행 방향이 항상 위쪽이라 오히려 조작이 직관적입니다. 1989년 기판에서 이런 회전 처리를 보여준 것 자체가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습니다.
테일 투 노즈(Tail to Nose - Great Championship)는 V-System이 1989년에 내놓은 포뮬러 원 소재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입니다. 일본에서는 슈퍼 포뮬러라는 제목으로 나왔고, 1988년 시즌의 팀과 드라이버, 서킷을 본떠 만들었습니다. 공식 라이선스를 받지는 않았지만 실제 그랑프리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으로 짜였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F1
시점은 차 바로 뒤 위쪽입니다. 트랙이 회전하면서 앞으로 흘러가고, 플레이어는 그 안에서 가속과 감속, 좌우 이동을 관리합니다. 기어는 저단과 고단을 오가는 방식이라 코너 앞에서 내려놓고 직선에서 올리는 기본 리듬이 있습니다.
네 개의 서킷이 준비되어 있고, 각각 코너의 성격이 다릅니다. 고속 직선이 긴 곳에서는 최고 속도가 중요하고, 저속 코너가 이어지는 곳에서는 브레이킹 지점을 얼마나 정확히 잡느냐가 기록을 가릅니다. 여섯 대의 차 가운데 하나를 골라 출전하는데, 최고 속도와 가속, 접지력의 균형이 조금씩 다릅니다.
상대 차와의 접촉은 치명적입니다. 스치기만 해도 자세가 크게 흐트러지고, 벽에 박으면 속도가 거의 0으로 떨어집니다. F1이라는 소재답게 회복이 느려서, 한 번 실수하면 그 랩은 사실상 버려야 합니다.
코너를 넘기는 요령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코너 진입 속도입니다. 화면이 회전하기 시작한 뒤에 브레이크를 밟으면 이미 늦습니다. 코너 표지가 보이는 순간 감속을 시작해서, 회전이 시작될 때는 이미 돌아 나갈 수 있는 속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라인입니다. 코너 바깥쪽에서 진입해 안쪽을 스치고 다시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기본 라인이 여기서도 그대로 통합니다. 안쪽만 붙어 돌면 출구에서 속도가 나지 않아 직선에서 계속 밀립니다.
세 번째는 추월 타이밍입니다. 앞차 바로 뒤에 붙어 달리다가 직선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옆으로 빼는 것이 정석입니다. 코너에서 무리하게 안쪽을 파고들면 접촉이 나고, 접촉이 나면 둘 다 손해지만 뒤에서 밀고 들어간 쪽이 더 크게 잃습니다.
랩 타임 안에 체크포인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경기가 끝나므로, 순위 경쟁과 시간 관리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앞차를 잡는 데 정신이 팔려 시간을 놓치는 일이 초반에 자주 나옵니다.
V-System이라는 회사
V-System은 국내에서 이름을 크게 알리지는 못했지만,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에 걸쳐 슈팅과 퍼즐, 스포츠를 두루 만들던 일본 회사입니다. 마작 게임과 슈팅 게임으로 알려진 편인데, 레이싱 쪽에서도 이 작품 이후 포뮬러 원을 소재로 한 시리즈를 이어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게임은 그 회사 레이싱 계보의 출발점에 해당합니다.
하드웨어 면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 시기 F1 게임들이 대부분 전용 대형 캐비닛을 요구했던 것과 달리 표준 규격 기판에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핸들과 페달을 붙일 수도 있지만 레버와 버튼만으로도 플레이가 가능해서, 자리 여유가 없는 작은 오락실에서도 들여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레이싱 게임 사이에서
1989년 오락실의 레이싱은 뒤에서 차를 따라가는 시점이 주류였습니다. 그 방식은 속도감을 주기에 좋지만, 코너 너머가 보이지 않아 외워서 달리는 부분이 생깁니다. 반대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 게임은 앞의 코너 형태를 미리 볼 수 있어 판단할 시간이 생깁니다. 속도감은 조금 덜한 대신 주행 자체의 계획성이 살아납니다.
국내에서는 대형 체감형 레이싱 기기가 오락실의 얼굴 노릇을 하던 시절이라, 이런 표준 기판 레이싱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래도 실제 F1 팀과 서킷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 덕분에, 자동차와 그랑프리에 관심 있던 사람들이 알아보고 앉는 종류의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