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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 트랩

파이어 트랩 (Fire Trap Us SET 1) · 1986 · Woo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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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소방관입니다

80년대 오락실 화면을 채우던 주인공은 대개 전투기이거나 칼을 든 용사였습니다. 그런 시절에 이 게임은 물을 뿜는 장비 하나만 들고 불타는 고층 건물 외벽에 매달린 소방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소재만으로도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게임입니다.

화면은 세로로 길쭉합니다. 위로 한참 올려다보이는 건물 벽면에 창문이 줄줄이 뚫려 있고, 그 창마다 불길이 뿜어져 나옵니다. 꼭대기 층에는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갇혀 있습니다. 아래에서 위까지, 그 거리를 손으로 기어올라야 합니다.

불이 붙은 창문 앞을 그냥 지나치면 화상을 입고, 아래에서 위까지 한 번에 올라갈 만큼 여유도 없습니다. 위에서는 물건이 떨어지고, 시간은 계속 흐릅니다. 매달린 채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 이 게임의 긴장감입니다.

파이어 트랩 플랫폼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6)

어떤 게임인가

파이어 트랩(Fire Trap)은 불타는 건물을 차례로 올라가는 등반형 액션입니다. 목표는 간단합니다. 창문에서 뿜어 나오는 불을 끄면서 위층으로 올라가고, 꼭대기에 도착해 갇힌 사람을 구해 내면 그 건물이 끝납니다. 그러면 다음 건물이 나오고, 그렇게 열여섯 채의 건물이 이어집니다.

조작 방식이 이 게임의 얼굴입니다. 조이스틱이 하나가 아니라 둘입니다. 왼쪽 스틱이 왼팔, 오른쪽 스틱이 오른팔을 맡아서, 두 손을 번갈아 위로 밀어야 몸이 한 칸씩 올라갑니다. 그 위에 물을 뿌리는 버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오래된 등반 게임의 조작을 물려받은 구성입니다.

건물은 한 채로 끝나지 않습니다. 하나를 끝내면 다음 건물이 나오고, 뒤로 갈수록 불이 더 촘촘해지고 방해물이 늘어납니다. 구조는 같은데 조건만 조여 오는 방식이라, 몇 번째 건물까지 갔느냐가 곧 실력을 재는 눈금이 됩니다.

파이어 트랩 플랫폼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6)

조작이 곧 난이도입니다

처음 앉으면 십중팔구 제자리에서 헤맵니다. 급한 마음에 두 스틱을 한꺼번에 밀면 몸이 올라가지 않고, 순서를 놓치면 매달린 채로 시간만 흘러갑니다.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이 리듬을 손에 붙이는 것이 첫 관문입니다.

리듬을 익히고 나면 다음 고민이 생깁니다. 불을 끄려면 그 자리에 멈춰서 물을 뿌려야 하는데, 멈춰 있는 동안 위에서는 다른 위험이 내려옵니다. 떨어지는 물건과 방해물을 피하려면 계속 움직여야 하고, 불을 끄려면 서 있어야 하니 매 순간 선택이 필요합니다.

가장 흔한 실패는 욕심입니다. 눈에 보이는 불을 전부 끄려다 시간과 목숨을 다 씁니다. 올라가는 길에 걸리지 않는 불은 그냥 지나쳐도 됩니다. 어느 창문을 처리하고 어느 창문을 무시할지 정하는 것이 실력입니다.

파이어 트랩 플랫폼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6)

아이템과 요령

도움이 되는 물건도 있습니다. 물줄기가 세 방향으로 갈라져 위와 좌우의 불을 한꺼번에 끄게 해 주는 것, 잠깐 무적이 되는 것, 그리고 여러 층을 한 번에 밀어 올려 주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층을 건너뛰게 해 주는 물건은 위험 구간을 통째로 넘길 수 있어 값이 큽니다.

요령을 하나 꼽자면, 오르기 전에 위쪽 화면을 먼저 훑어보는 것입니다. 창문 배치와 불의 위치를 보고 어느 쪽 벽을 타고 올라갈지 정한 다음 움직이면, 중간에 막혀 되돌아 내려오는 일이 줄어듭니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은 위쪽에서 내려오는 것과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것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떨어지는 물건은 피할 자리를 미리 잡아야 하지만, 아래에서 따라붙는 위험은 그냥 속도로 떨쳐 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문제인지 구분만 해도 판단이 훨씬 빨라집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이 게임은 우드 플레이스가 만들고 데이터 이스트가 유통을 맡았습니다. 데이터 이스트는 남들이 잘 건드리지 않는 소재를 골라 게임으로 만드는 회사였고, 소방관을 주인공으로 세운 이 게임도 그 성향과 잘 맞습니다.

이듬해에는 유럽 쪽 8비트 컴퓨터들로도 옮겨졌습니다. 오락실 기판에서만 살다 사라진 게임이 아니라, 당시 가정용 기기로도 한 번 더 퍼진 셈입니다.

지금 해 보면

두 명이 함께 화면에 나오는 게임이 아니라 번갈아 하는 방식이라, 옆 사람과 붙어서 노는 재미보다는 혼자 얼마나 높이 올라가느냐를 겨루는 게임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간판을 달던 축은 아니었지만, 지금 다시 보면 소재와 조작이 모두 낯설어서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오르는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가 오래가지 못했다는 점도 이 작품을 조금 특별하게 만듭니다. 벽에 매달려 두 손을 번갈아 올리는 감각은 다른 어떤 장르로도 대체되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 해 보면 낡았다기보다 그냥 낯설게 느껴집니다. 조작만 손에 붙이면 몇 판은 훌쩍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