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즈 히스토리
파이터즈 히스토리 (Fighter S History USA REV a) · 1994 · Data 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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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을 때리면 무너진다
대전격투 게임에서 체력 막대를 깎는 것 말고 다른 승리 조건이 있다면 어떨까요. 이 게임은 캐릭터마다 몸의 한 부위를 약점으로 정해 두었습니다. 머리에 두른 띠, 어깨 보호대, 무릎 보호구 같은 것들입니다. 그 부위를 집중적으로 때리면 그 장구가 떨어져 나가고, 그때부터 상대는 눈에 띄게 불리해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대전은 체력만 보는 싸움이 아닙니다. 상대의 약점이 어디인지 알고, 그 높이를 노리는 기술을 골라 쓰는 판단이 들어갑니다. 상단이 약점인 상대에게는 점프 공격과 상단 판정 기술을, 하단이 약점인 상대에게는 앉아서 나가는 발차기를 쓰는 식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파이터즈 히스토리(Fighter's History)는 데이터 이스트가 만든 1대1 대전격투 게임이고, 이 판본은 슈퍼패미컴 이식판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무술가들이 토너먼트를 치르며 최강을 가린다는 익숙한 구성입니다.
조작은 여섯 버튼 체계를 따릅니다. 약중강으로 나뉜 주먹과 발차기가 있고, 커맨드를 입력해 필살기를 씁니다. 파동권처럼 아래에서 앞으로 굴리는 입력, 승룡권처럼 앞아래앞으로 꺾는 입력, 뒤에서 앞으로 모았다 내미는 입력 같은 형태가 다 들어 있어서 다른 격투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금방 손에 익습니다.
캐릭터들
등장인물은 저마다 나라와 무술이 다릅니다. 가라테를 쓰는 사람, 프로레슬링을 쓰는 덩치, 쿵후를 쓰는 인물, 카포에라를 쓰는 인물 등이 있습니다. 어떤 캐릭터는 장풍이 좋아 멀리서 견제하는 데 강하고, 어떤 캐릭터는 장풍이 아예 없는 대신 붙었을 때 화력이 셉니다.
덩치 큰 캐릭터는 잡기 기술이 강력해서 한 번 붙잡히면 체력이 크게 날아갑니다. 대신 이동이 느리고 뛰는 궤적이 커서 접근하는 동안 얻어맞기 쉽습니다. 빠른 캐릭터는 그 반대라 계속 들락거리며 잔 공격을 쌓는 운영이 맞습니다.
처음이라면 필살기 입력이 단순하고 사거리가 무난한 캐릭터부터 잡는 게 좋습니다. 커맨드가 복잡한 캐릭터는 연습 없이 실전에서 쓰기 어렵습니다.
대전 요령
격투 게임의 기본은 어디에서 싸울지 정하는 것입니다. 장풍이 있는 캐릭터라면 화면 반대편에 서서 계속 견제하며 상대가 뛰게 만들고, 뛰어오르는 순간을 대공기로 받습니다. 장풍이 없다면 반대로 장풍을 뛰어넘거나 앉아서 흘리며 거리를 좁혀야 합니다.
약점 시스템 때문에 방어에서도 신경 쓸 게 하나 늘어납니다. 내 약점이 상단이라면 점프 공격을 반복해서 맞는 게 특히 위험하니, 상대가 뛰기 전에 대공을 준비하는 식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한 대 맞은 뒤 반사적으로 반격을 넣으려다 다시 맞는 것도 흔한 실수입니다. 맞은 직후에는 일단 막고, 상대 공격이 끊긴 뒤 반격하는 게 안전합니다.
이식판으로서
오락실 기판의 화면과 소리를 슈퍼패미컴 사양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그림이 조금 단순해지고 배경 연출이 줄었습니다. 다만 캐릭터의 동작과 기술 판정 같은 핵심은 그대로 살려서, 한 판 붙어 보면 원본의 감각이 충분히 느껴집니다.
한 사람이 컴퓨터를 상대로 토너먼트를 오르는 모드와 둘이 붙는 대전 모드가 다 들어 있습니다. 혼자 할 때는 뒤로 갈수록 컴퓨터가 반응이 빨라지고 커맨드를 정확하게 넣기 때문에, 같은 패턴만 반복하면 금세 읽힙니다.
그 시절의 격투 게임 붐 속에서
이 작품이 나온 시기는 오락실이 대전격투 게임으로 가득하던 때였습니다. 수많은 격투 게임이 쏟아졌고, 그 사이에서 눈에 띄려면 뭔가 하나는 달라야 했습니다. 파이터즈 히스토리가 내세운 것이 바로 약점 시스템이었습니다.
크게 유행하지는 않았지만 데이터 이스트다운 실험이 담긴 작품이고, 속편도 나왔습니다. 당시의 대전격투 게임들이 서로 어떻게 차별점을 찾으려 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라, 지금 해 보면 그 시절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집니다. 격투 게임을 어느 정도 해 본 사람이라면 약점을 노린다는 규칙 하나로 대전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확인해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