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레이어
파이팅 레이어 (Fighting Layer Asia ftl3 Ver a) · 1998 · Ar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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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을 만든 사람들이 차린 회사의 첫 대전격투
초대 철권과 철권 2를 만든 개발진이 남코를 나와 세운 회사가 아리카입니다. 그 아리카가 남코의 3D 기판을 빌려 내놓은 대전격투가 이 작품인데, 그래서인지 처음 잡아 보면 손에 익는 감각이 묘하게 철권과 닮아 있습니다.
다만 만들어진 물건은 철권과 꽤 다릅니다. 벽에 몰아붙여 이어 가는 콤보, 공중에서 길게 이어지는 연속기, 캐릭터마다 극단적으로 다른 성능까지 화려함 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습니다. 대회 종목으로 오래 살아남지는 못했지만, 이 시기 3D 격투 중에서는 개성이 뚜렷한 편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파이팅 레이어(Fighting Layer)는 1998년에 나온 3D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두 캐릭터가 링 위에서 맞붙어 상대의 체력을 먼저 깎으면 이기는, 익숙한 1대1 구조를 따릅니다.
조작은 레버와 네 개의 버튼입니다. 손과 발을 좌우로 나눠 쓰는 배치라 철권을 해 본 사람이면 곧바로 적응할 수 있고, 커맨드도 크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대신 콤보를 얼마나 길게 이어 가느냐에서 실력 차가 크게 벌어집니다.
캐릭터와 감춰진 인물들
등장 캐릭터는 아리카가 새로 만든 인물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정통파 격투가부터 프로레슬러, 무기를 든 캐릭터까지 성격이 제각각이라 고른 캐릭터에 따라 게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여기에 이 게임이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유가 하나 있는데,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 EX 시리즈를 아리카가 만들었던 인연으로 그쪽 오리지널 캐릭터인 스컬로매니아가 숨겨진 인물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회사가 다른 게임의 캐릭터가 이렇게 넘어오는 일은 흔치 않아서, 당시에도 이 캐릭터를 꺼내려고 커맨드를 외우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콤보와 대전 감각
이 게임의 핵심은 벽입니다. 상대를 벽 쪽으로 몰면 튕겨 나오는 판정이 생기고, 그걸 받아 다시 띄우는 식으로 콤보가 길게 이어집니다. 링 중앙에서 시작한 공방이 벽까지 밀려가는 순간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아, 위치 잡기가 곧 실력입니다.
방어 쪽에서는 상대의 공격을 흘려 반격하는 시스템이 있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번 콤보에 걸리면 손해가 크기 때문에, 무턱대고 들어가기보다 상대의 주력기를 읽고 거리를 재는 쪽이 안정적입니다.
오락실에서의 위치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기에 철권 3와 버추어 파이터 3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기판 보급도 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전격투를 좋아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름은 알지만 해 본 적은 없는 게임으로 남았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3D 격투가 한창 실험적이던 시절의 공기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균형은 거칠지만 손맛은 시원하고, 캐릭터 디자인도 이 시절 특유의 과감함이 살아 있어 짧게 붙어 보기에는 여전히 재미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