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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드림

파이프 드림 (Pipe Dream USA) · 1990 · Bullet-Proof Softw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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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먼저 흐르기 시작한다

보통 퍼즐은 내가 준비를 마치면 결과가 나옵니다. 이 게임은 반대입니다. 시작 버튼을 누르면 짧은 유예 시간이 흐른 뒤 물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때부터는 물이 흐르는 속도보다 내 손이 빨라야 합니다. 파이프를 놓는 동안에도 물은 계속 앞으로 나아옵니다.

이 구조 하나가 게임 전체의 성격을 정합니다. 완벽한 길을 설계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일단 앞을 이어 놓고 그다음을 생각하는 식으로 하게 됩니다. 앞서 놓은 파이프가 엉뚱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순간의 당황스러움이 이 게임의 맛입니다.

파이프 드림 퍼즐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90)

어떤 게임인가

파이프 드림(Pipe Dream)은 격자판 위에 파이프 조각을 놓아 물이 지나갈 길을 만드는 퍼즐 게임입니다. 화면 한쪽에 다음에 놓을 조각들이 줄지어 보이고, 나는 그 순서대로 받아서 원하는 칸에 놓습니다. 조각을 고를 수는 없고, 오는 순서대로 써야 합니다.

조각은 몇 가지뿐입니다. 가로 직선, 세로 직선, 네 방향의 굽은 관, 그리고 십자로 교차하는 것입니다. 이 몇 가지를 이어 붙여 물이 끊기지 않고 흐르게 만들면 됩니다. 각 판마다 물이 지나가야 할 최소 칸 수가 정해져 있어서, 그 길이를 채워야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이미 놓은 자리에 다른 조각을 덮어쓸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러려면 같은 자리에 몇 번 눌러야 하고, 그사이 시간이 흐릅니다. 급할 때 이 덮어쓰기로 잘못 놓은 방향을 고치는 게 이 게임의 응급 처치입니다.

파이프 드림 퍼즐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90)

길게 이어야 점수가 오른다

최소 길이만 채우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지만, 그렇게만 하면 점수가 늘지 않습니다. 이 게임의 재미는 물이 지나가는 길을 최대한 길게, 그리고 꼬불꼬불하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판 전체를 쓸 생각으로 시작합니다. 물이 나오는 자리에서 곧장 앞으로 가지 않고 일부러 옆으로 크게 돌립니다. 지그재그로 왕복하며 격자를 촘촘히 채워 나가면, 물이 그 길을 다 지나가는 동안 점수가 계속 쌓이고 그사이 다음 구간을 준비할 시간도 벌립니다.

십자 조각은 특히 값어치가 있습니다. 이미 물이 지나간 길 위를 다른 방향으로 한 번 더 통과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잘 쓰면 좁은 판에서도 길이를 크게 늘립니다. 다만 두 방향이 모두 이어져 있어야 쓸모가 있어서, 미리 계획해 두지 않으면 그냥 버리는 조각이 됩니다.

막히는 지점과 대처

가장 흔한 실패는 물이 벽으로 향한 상태에서 다음 조각이 안 맞는 경우입니다. 순서대로 오는 조각을 못 고르니, 지금 필요한 굽은 관이 아니라 직선이 오면 방법이 없습니다. 이때는 그 직선을 판 구석의 빈 곳에 버리고 다음 조각을 부르는 게 정석입니다. 조각을 버리는 것도 하나의 수라는 걸 알면 게임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두 번째 실수는 물이 나오는 방향을 확인하지 않고 놓는 것입니다. 출발점의 관이 어느 쪽을 향하는지 보고 첫 조각을 놓아야 하는데, 급하면 이걸 놓칩니다. 첫 조각이 어긋나면 그 판은 시작하자마자 사실상 끝난 셈이라, 서두르더라도 첫 한 칸은 확인하고 놓는 게 좋습니다.

판이 올라가면 방해물이 생깁니다. 조각을 놓을 수 없는 칸이 생기고, 미리 놓여 있는 관이 이상한 방향을 향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이 흐르는 속도도 빨라져서, 나중에는 조각을 놓는 동시에 다음 두세 칸을 머릿속에 그려 두어야 따라갑니다.

여러 기기로 퍼진 퍼즐

이 게임은 원래 가정용 컴퓨터에서 나와 좋은 반응을 얻고 거의 모든 기기로 옮겨졌습니다. 오락실에도 들어갔고, 나중에는 다른 게임 안의 짧은 미니게임 형태로도 여기저기 등장했습니다. 배관을 잇는다는 발상이 그만큼 알아보기 쉽고 응용하기 좋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기 퍼즐들과 견주면 이 게임은 계획과 즉흥이 섞여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조각을 고를 수 없으니 완벽한 계획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놓으면 금방 막힙니다. 그 중간에서 계속 타협하는 게 이 게임의 몸놀림입니다.

국내에서는 이 형식의 퍼즐이 여러 경로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한 제목을 모르는 사람도 배관 잇는 게임이라고 하면 대개 알아듣습니다. 규칙 설명이 한 줄이면 끝나고 한 판이 짧아서, 잠깐 시간이 날 때 켜기 좋은 종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