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터
프레데터 (Predator) · 1988 · Pack-In-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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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영화 프레데터는 정글에 떨어진 특수부대가 보이지 않는 사냥꾼에게 하나씩 잡혀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에 남는 건 슈워제네거가 연기한 더치 소령 한 명뿐입니다. 이 게임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부대는 이미 전멸했고, 당신은 혼자 정글에 남아 있습니다.
프레데터(Predator)는 그 영화를 원작으로 만든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옆에서 본 화면을 좌우로 이동하며 정글을 헤치고 나아가고, 앞을 막는 것들을 처리하면서 결국 프레데터와 마주하는 구성입니다. 수집 정보에는 슈팅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발판을 딛고 뛰어다니는 액션 쪽에 훨씬 가깝습니다.
세 가지 무기를 아껴 쓰는 게임
무기는 세 종류입니다. 맨주먹, 기관단총, 그리고 지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총알과 지뢰가 무한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각각 남은 수가 정해져 있고, 다 쓰면 맨몸으로 상대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실제 재미는 화력이 아니라 배분입니다. 잡몹은 주먹이나 접근전으로 처리하고 총알은 정말 위험한 상대에게만 쓰는 식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지뢰는 설치형이라 쫓아오는 것을 떨어뜨리거나 좁은 길을 막는 데 쓰기 좋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초반에 총을 신나게 갈겨 놓고 정작 나중에 빈손이 되는 것입니다.
체력 관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글은 좁고 적은 사방에서 옵니다. 앞으로 무작정 달리기보다 화면 가장자리에서 한 박자 기다렸다가 무엇이 나오는지 보고 움직이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지도를 보고 길을 고른다
이 게임의 가장 특이한 부분은 스테이지를 순서대로 밀고 나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 구역을 끝내면 지도 화면이 뜨고, 지금 위치에서 갈 수 있는 인접 구역 중 어디로 갈지 직접 고릅니다. 일자로 정해진 코스가 아니라 정글을 돌아다니는 느낌을 주려는 장치입니다.
덕분에 같은 게임을 해도 사람마다 지나온 길이 다릅니다. 어떤 길은 짧지만 험하고, 돌아가는 길은 길지만 보급을 챙길 여유가 있습니다. 무기가 유한한 게임이라 이 선택이 실제로 결과를 바꿉니다.
다만 지도가 친절한 편은 아닙니다. 어디가 어떤 곳인지 미리 알려 주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냥 감으로 찍고 들어가게 됩니다. 몇 번 죽으면서 어느 방향이 무난한지 익히는 과정이 사실상 필수입니다.
MSX2 메가롬이라는 사양
이 게임은 128킬로바이트짜리 메가롬 카트리지로 나왔습니다. 여기에 세이브용 메모리까지 붙어 있어서, 그 시절 MSX2 소프트 중에서는 꽤 사양이 좋은 축이었습니다. 한 판에 다 못 끝내도 진행 상황을 남길 수 있다는 건 당시로서는 사치에 가까운 배려였습니다.
만든 곳은 팩인비디오입니다. 이 회사는 80년대 후반에 영화 판권을 사서 게임으로 만드는 일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같은 프레데터를 패미컴으로도 냈는데, 그쪽은 MSX2판과 구성이 다릅니다. 같은 회사가 낸 같은 영화의 게임이라도 기종마다 별개로 만들어지던 시절이라, 어릴 때 본 프레데터가 어느 쪽이었는지에 따라 기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영화 판권 게임의 시대
80년대 후반은 할리우드 액션 영화가 곧바로 게임이 되던 시기였습니다. 람보, 코만도, 터미네이터, 다이 하드가 모두 같은 흐름 위에 있었고 프레데터도 그중 하나입니다. 대개는 영화의 분위기만 빌려 오고 내용은 평범한 액션 게임이었지만, 그 시절에는 영화 제목이 붙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손이 갔습니다.
한국에서 MSX는 오락실이 아니라 집에서 하는 기계였습니다. 대우 아이큐와 금성 패미콤 같은 국산 MSX가 팔렸고, 문방구나 전자상가에서 복사한 테이프와 카트리지가 돌았습니다. 프레데터처럼 일본에서 나온 메가롬 소프트는 원본 카트리지를 구하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접하기 힘든 축이었습니다.
지금 해 보면 조작이 뻣뻣하고 난이도도 상당합니다. 그래도 무기를 아껴 쓰고 다음 길을 고른다는 두 가지 축은 지금 봐도 나름의 짜임새가 있습니다. 영화의 그 긴장감을 얼마나 담아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볼 일이지만, 혼자 정글에 남았다는 상황만은 확실히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