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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스위츠

핑크 스위츠 이바라 소레카라 (Pink Sweets Ibara Sorekara 2006 04 06 Master Ver) · 2006 · C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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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같은 이름, 가시 같은 난이도

제목만 보면 아기자기한 게임 같습니다. 분홍색과 달콤한 과자를 뜻하는 단어가 붙어 있고, 화면에 나오는 것도 소녀들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레버를 잡아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게임은 탄막 슈팅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유독 매섭기로 이름난 작품이고, 처음 잡은 사람이 첫 스테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동전을 다 쓰는 일이 흔합니다.

이 간극이 오히려 이 게임의 인상을 만들었습니다. 부드러운 그림과 장미 모티프, 서정적인 음악이 깔린 화면 위로 화면을 가득 메운 탄이 쏟아지고, 그 사이를 실낱같은 틈으로 빠져나가야 합니다. 아름다운 것과 잔혹한 것을 한 화면에 올려놓는 취향은 이 시기 케이브 작품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던 것이기도 합니다.

핑크 스위츠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2006)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핑크 스위츠(Pink Sweets)는 위에서 아래로 화면이 흐르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기체를 움직여 적을 쏘고, 날아오는 탄을 피하면서 스테이지 끝의 보스까지 살아서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작은 이동과 발사, 그리고 특수 공격 정도로 단순하고, 복잡한 커맨드는 없습니다.

다만 이 게임의 공격 방식은 보통의 슈팅과 조금 다릅니다. 발사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느냐 떼느냐에 따라 공격의 성격이 바뀌고, 그에 맞춰 기체의 이동 속도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그냥 버튼을 연타하며 전진하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언제 눌러 두고 언제 놓을지를 상황마다 정해야 합니다. 이 구분을 몸에 익히는 것이 사실상 이 게임을 배우는 과정 전부라고 해도 됩니다.

또 하나 특징은 점수를 쌓는 방식이 생존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점입니다. 안전하게만 다니면 점수가 오르지 않고, 점수를 노리면 위험한 자리로 들어가야 합니다. 잘하는 사람들의 플레이가 유난히 아슬아슬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핑크 스위츠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2006)

처음 하는 사람이 부딪히는 벽

탄막 슈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가장 놀라는 것은 화면을 채운 탄의 양입니다. 도저히 피할 수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판정이 잡히는 것은 기체 전체가 아니라 그 한가운데의 아주 작은 점뿐입니다. 이 사실을 모르면 겁을 먹고 무조건 화면 구석으로 도망치게 되고, 그러다 오히려 구석에 몰려 죽습니다.

두 번째 요령은 시선입니다. 화면 전체를 보려 하면 뇌가 처리하지 못합니다. 자기 기체 주변의 좁은 범위와, 지금 자기 쪽으로 오고 있는 탄만 봅니다. 나머지는 무시해도 됩니다.

세 번째는 욕심을 버리는 것입니다. 적을 다 잡겠다고 앞으로 나가면 그만큼 피할 공간이 줄어듭니다. 처음에는 화면 아래쪽에서 살아남는 것만 목표로 삼고, 스테이지 구조가 눈에 익은 뒤에 조금씩 앞으로 나가면 됩니다. 특수 공격은 아껴 두다가 죽는 것보다 위험할 때 바로 쓰는 편이 낫습니다.

케이브라는 회사

케이브는 2000년대 아케이드 슈팅을 사실상 혼자 떠받친 회사입니다. 대형 회사들이 슈팅 장르에서 하나둘 손을 떼던 시기에도 케이브는 계속 새 기판을 냈고, 화면을 탄으로 가득 채우고 그 사이를 빠져나가게 하는 방식을 한 장르로 굳혔습니다. 지금 탄막 슈팅이라고 부르는 문법의 상당 부분이 이 회사의 손에서 나왔습니다.

이 작품은 앞서 나온 이바라의 세계관을 이어받은 자리에 놓입니다. 장미를 모티프로 삼은 어둡고 장식적인 화면, 무겁게 깔리는 음악, 그리고 사람을 시험하는 듯한 난이도까지 그 계열의 성격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지금 이 게임을 하는 방법

2006년이면 한국 오락실이 이미 크게 줄어든 뒤였고, 이런 일본산 탄막 슈팅 기판이 동네 가게까지 들어오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이 게임을 알던 사람들도 대개는 기판 앞이 아니라 다른 경로로 접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처음부터 클리어를 목표로 잡을 물건이 아닙니다. 한 스테이지를 통째로 외우고, 어디서 어떤 탄이 나오는지를 몸에 새기는 종류의 게임이라 시간이 많이 듭니다. 대신 목표를 낮게 잡으면 훨씬 재미있습니다. 오늘은 지난번보다 조금 더 멀리 가 보는 것, 늘 죽던 자리를 한 번 넘겨 보는 것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 한 걸음씩이 이 장르를 오래 붙잡게 만드는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