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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2 (게임보이 컬러)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2 (Heroes of Might and Magic Ii USA En Fr de) · 2000 · 3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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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위로 들어온 성 뺏기

이 게임을 처음 켰을 때 가장 놀란 건 화면 크기였습니다. PC에서 널찍한 모니터를 가득 채우던 지도가, 게임보이 컬러의 그 작은 화면 안에 그대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타일 하나하나가 알아보기 힘들 만큼 작아졌는데도, 광산이 어디 있고 적 성이 어느 방향인지는 신기하게도 다 읽혔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게임이 안 잘렸다는 점입니다. 보통 휴대용 이식판이라고 하면 내용을 반으로 덜어내고 이름만 빌려 오기 마련인데, 이 이식판은 원작의 뼈대를 거의 그대로 옮겨 왔습니다. 성을 짓고, 병력을 모으고, 영웅을 키우고, 마법을 배우는 순환이 통째로 살아 있습니다.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2 (게임보이 컬러)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컬러 (2000)

어떤 게임인가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2(Heroes of Might and Magic II)는 지도 위에서 영웅을 움직여 자원을 모으고 성을 키운 뒤, 모은 군대로 적을 무찌르는 턴제 전략 게임입니다. 한 턴에 영웅이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어디를 갈지 고르는 것이 이 게임의 전부이자 핵심입니다.

전투가 벌어지면 화면이 바뀌면서 육각형 칸이 깔린 전장이 나옵니다. 여기서 내 부대와 적 부대가 번갈아 움직이며 싸웁니다. 원거리 부대는 앞줄이 막아 주는 동안 쏘고, 빠른 부대는 먼저 달려들어 적 궁수를 물어뜯습니다. 이 두 단계 구조 — 넓은 지도에서 한 턴, 좁은 전장에서 또 한 턴 — 가 이 시리즈를 다른 전략 게임과 구별해 줍니다.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2 (게임보이 컬러)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화면 2 - 게임보이 컬러 (2000)

여섯 진영과 병종

진영마다 쓸 수 있는 병사가 완전히 다릅니다. 기사 진영은 농민부터 시작해 궁수, 창병을 거쳐 십자군까지 올라가는 정석적인 구성이고, 마법사 진영은 반인반마와 요정 같은 몸값 비싼 병종을 소수 정예로 굴립니다. 강령술사 진영은 전투에서 이길 때마다 쓰러진 적을 해골로 되살려 병력을 불려 나갑니다.

이 병력 차이가 전략을 결정합니다. 물량으로 밀 수 있는 진영은 굳이 아끼지 않고 부딪히면 되지만, 비싼 병종을 쓰는 진영은 한 부대만 잃어도 회복하는 데 몇 턴이 걸립니다. 그래서 같은 지도라도 어느 성에서 시작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됩니다.

영웅도 두 갈래입니다. 무력형 영웅은 부대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직접 올려 주고, 마법형 영웅은 마나와 주문 폭을 키웁니다. 초반에는 무력형이 편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광역 마법 한 방이 전황을 뒤집는 일이 잦아집니다.

이 판을 붙잡고 있게 만드는 것

한 턴만 더, 하는 마음이 이 게임의 정체입니다. 다음 턴이면 저 광산을 먹고, 그다음 턴이면 성에 용을 뽑을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사라져 있습니다. 휴대용으로 옮겨 놓으니 이 성질이 오히려 더 독해졌습니다. 짧게 끊어 하기 좋은 형태인데, 정작 짧게 끊기가 안 됩니다.

초반 운영은 단순합니다. 영웅을 성 밖으로 내보내 주변 자원과 보물 상자부터 쓸어 담고, 광산을 하나씩 점령합니다. 목재와 광석이 있어야 성 건물이 올라가고, 성 건물이 올라가야 병사가 나옵니다. 이 순서를 어기고 병력만 모으면 중반에 반드시 막힙니다.

중립 몬스터 무리는 지도 곳곳을 지키고 서 있습니다. 감당이 안 될 것 같으면 돌아가는 게 맞지만, 병력을 조금 손해 보더라도 뚫고 지나가야 길이 열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이 판단이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