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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레이싱

007 레이싱 (007 Racing) · 2000 · Electronic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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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 카를 몰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 게임은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는 레이싱이 아닙니다. 시작하자마자 화면 구석에 임무 목표가 뜨고, 뒤를 쫓는 적 차량을 미사일로 떨어뜨리거나 정해진 시간 안에 특정 지점에 도착하라는 지시가 내려옵니다. 007 영화에서 Q가 개조해 준 차를 그대로 받아 몰고 나가는 감각을 게임으로 옮긴 물건입니다.

007 레이싱(007 Racing)은 플레이스테이션 말기에 나온 제임스 본드 소재의 미션형 드라이빙 게임입니다. 한 판은 하나의 임무이고, 임무마다 배경과 목표가 다릅니다. 눈 덮인 산길에서 추격자를 따돌리기도 하고, 도심 한복판에서 도주 차량을 멈춰 세우기도 합니다. 순위표를 놓고 다투는 게임이 아니라 007 영화의 자동차 시퀀스만 뽑아 이어 붙인 게임이라고 보시면 정확합니다.

007 레이싱 레이싱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2000)

무기가 달린 차로 하는 운전

이 게임의 핵심은 차에 붙은 장비입니다. 전방 미사일, 기관총, 후방에 뿌리는 기름과 연막, 지뢰 같은 것들이 임무마다 다르게 주어집니다. 발사 버튼이 따로 있어서 핸들을 잡은 채로 조준과 사격을 함께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운전에만 신경 쓰다가 뒤에 붙은 차를 놓치기 쉽습니다.

무기는 무한하지 않습니다. 미사일은 개수가 정해져 있고, 임무 중간에 보급을 받을 기회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무 차나 보이는 대로 쏘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빈손이 됩니다. 목표로 지정된 차량과 그냥 지나가는 일반 차량을 구분해서, 목표에만 쓰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좋습니다.

후방 장비는 쓰는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기름은 뒤차가 바짝 붙었을 때 뿌려야 미끄러지고, 너무 일찍 쓰면 그냥 도로에 흔적만 남습니다. 백미러 대신 화면에 뜨는 레이더로 뒤차 위치를 보면서 거리를 재는 감각이 붙으면 임무가 눈에 띄게 쉬워집니다.

임무 구성과 막히는 지점

임무는 크게 추격, 도주, 호위, 시간 내 도달로 나뉩니다. 추격은 목표 차를 파괴하거나 멈춰 세우는 것이고, 도주는 반대로 나를 쫓는 무리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호위 임무가 가장 까다로운데, 내 차는 멀쩡해도 지켜야 할 차가 터지면 그대로 실패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막히는 곳은 시간 제한이 붙은 임무입니다. 지도를 모르는 상태에서 최단 경로를 찾기가 어려워서, 몇 번 실패하며 길을 외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코스가 아주 넓지는 않아서 두세 번 달려 보면 어디서 꺾어야 하는지 감이 옵니다.

차량 내구도 관리도 신경 써야 합니다. 벽에 부딪히고 총알을 맞으면 체력이 깎이고, 다 깎이면 임무가 끝납니다. 무리하게 들이받아 목표를 밀어내기보다는 거리를 두고 무기로 처리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영화 팬을 위한 장치

등장하는 차들이 007 시리즈에 나왔던 모델들입니다. 애스턴 마틴을 비롯해 영화에서 본 차를 골라 몰 수 있고, 임무를 깨면 새 차가 열립니다. 차마다 속도와 내구도, 장착 무기가 달라서 임무 성격에 맞춰 고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브리핑 화면이나 임무 사이의 연출도 영화 흉내를 냅니다. 본드가 무전으로 지시를 받고 출발하는 구성이라, 레이싱 게임이라기보다 본드 영화의 차량 파트를 연달아 체험하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맞는 게임인가

정교한 코너링과 랩타임 단축을 즐기는 분이라면 이 게임은 맞지 않습니다. 조작은 무겁고 미끄러운 편이고, 물리 계산도 정통 레이싱 게임만큼 정밀하지 않습니다. 대신 차를 몰면서 뭔가를 부수고 쫓고 도망치는 상황극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재미를 붙일 수 있습니다.

한 임무가 짧게 끝나기 때문에 잠깐씩 붙잡고 하기에 좋습니다. 실패해도 바로 그 임무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한 판 지고 처음으로 돌아가는 답답함은 없습니다. 무기 쓰는 요령만 익히면 진행 속도가 빨라지니 초반 몇 임무를 넘겨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