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스트림 G2020
G 스트림 G2020 (G Stream g2020) · 2002 · Oriental 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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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완성되기 전에 회사가 먼저 없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이 게임이 그랬습니다. 2002년에 세상에 나왔지만 개발팀은 끝까지 대금을 다 받지 못했고, 크레디트에 이름도 제대로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게임은 손볼 곳이 남은 상태로 출하되었고 오리엔탈 소프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개발을 이끌던 프로그래머가 회사를 차려 같은 해에 후속작 격인 작품을 내놓았고, 몇 해 뒤에는 이 게임 자체를 손봐서 다시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G 스트림 G2020(G Stream g2020)은 오리엔탈 소프트가 2002년에 내놓은 세로 스크롤 슈팅 게임입니다. SF 배경에 기체를 몰고 화면 위로 올라가며 적을 쏘는, 형식만 놓고 보면 정통파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2인 동시 플레이를 지원하고, 2000년대 초 아케이드 기판으로 만들어진 2D 슈팅이라는 점에서 이미 장르가 저물어 가던 시기의 작품에 속합니다.
세 무기를 한꺼번에 키운다
이 게임의 뼈대는 무기 시스템입니다. 기체는 세 종류의 무기를 동시에 달고 다닙니다. 벌컨, 미사일, 레이저입니다. 그리고 화면에 떨어지는 캡슐에 색이 붙어 있습니다. 빨강은 벌컨, 초록은 미사일, 파랑은 레이저입니다. 먹은 색깔에 해당하는 무기가 강해집니다.
무기를 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각각을 따로 키우는 방식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슈팅 게임에서는 파워업 아이템을 먹으면 무기가 교체되고, 잘못 먹으면 애써 키운 화력이 초기화됩니다. 여기서는 그런 손해가 없습니다. 어떤 색을 먹든 그 무기가 한 단계 올라갈 뿐입니다.
그래서 실제 운영은 무엇을 집중해서 키울 것인가의 문제가 됩니다. 세 무기를 골고루 조금씩 키우면 어느 것도 결정력이 없고, 한 가지에 몰아주면 그 무기가 잘 듣는 상황에서는 강하지만 다른 상황에서 답답합니다. 처음 잡았을 때는 화면을 넓게 덮는 쪽을 먼저 올려 두고, 익숙해진 뒤에 보스전에 잘 드는 무기를 집중해서 키우는 순서가 무난합니다.
메달을 줍는 이유
쓰러뜨린 적은 메달을 떨어뜨립니다. 이 메달이 점수로 이어집니다. 슈팅 게임에서 점수 아이템을 떨어뜨리는 구성은 흔하지만, 그 배치가 게임을 어떻게 하게 만드느냐가 게임마다 다릅니다.
메달이 있는 게임은 적을 언제 어디서 잡느냐가 중요해집니다. 화면 위쪽에서 잡으면 메달이 아래로 내려오는 동안 회수할 시간이 생기지만, 그러려면 기체를 위로 올려야 하고 위쪽은 적탄이 나오는 방향입니다. 반대로 아래에서 안전하게 기다리다 잡으면 메달이 화면 밖으로 나가기 전에 줍기가 빠듯합니다. 점수를 노릴수록 위험한 위치로 올라가야 하는 구조는 이 시기 슈팅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던 설계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메달은 잊고 생존에만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아이템을 주우러 몸을 움직이다 죽는 것이, 점수로 얻는 이득보다 훨씬 큰 손해입니다. 한 판을 끝까지 볼 수 있게 된 다음에 회수를 신경 쓰면 됩니다.
만든 사람들의 뒷이야기
이 게임의 주력 프로그래머는 후지노 도시아키입니다. 그전에는 코나미 계열 개발사에서 일했던 사람입니다. 오리엔탈 소프트에서 계약을 맺고 개발을 진행했는데, 앞서 말한 대로 정당한 대가도 크레디트도 받지 못한 채 회사가 사라졌습니다.
후지노는 이후 트라이앵글 서비스라는 회사를 세웁니다. 그리고 같은 2002년에 XII 스태그를 내놓습니다. 이 두 게임을 나란히 해 보면 조작 감각과 화면 구성에 이어지는 부분이 보입니다. 이후에는 이 게임을 다시 다듬어 델타지르라는 이름으로 내놓았습니다. 미완성으로 남았던 것을 몇 해 뒤에 스스로 마무리한 셈입니다.
2000년대 초는 오락실 2D 슈팅이 이미 소수 애호가의 장르로 밀려나 있던 때입니다. 큰 회사들은 대부분 손을 뗐고, 남은 것은 작은 팀들이 적은 예산으로 만드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이 게임과 그 뒤에 벌어진 일은 그 시기 개발 현장이 어떤 환경이었는지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어떤 사람에게 맞는 게임인가
이 게임은 국내 오락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기계가 아닙니다. 2002년이면 국내 오락실도 대전 격투와 리듬 게임, 그리고 체감형 기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시기라, 신작 2D 종스크롤 슈팅이 들어올 자리가 넓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슈팅 게임을 좋아한다면 해 볼 이유가 있습니다. 세 무기를 따로 키우는 구조는 지금 기준으로도 손이 편하고, 무엇을 먹어도 손해가 아니라는 규칙 덕분에 처음 하는 사람이 겪는 좌절이 적습니다. 무기 배분을 어떻게 가져갈지 스스로 정하는 재미가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