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
P.O.W. 프리즈너스 오브 워 (P O W Prisoners of War Us Version 1) · 1988 · S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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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주먹으로 시작하는 탈출
게임이 시작되면 주인공은 무기도 없이 철창 앞에 서 있습니다. 수갑을 끊고 나온 포로가 가진 것은 주먹과 발뿐이고, 앞에서 몰려오는 병사들은 곤봉과 칼을 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첫 목표는 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적의 무기를 빼앗는 것입니다. 한 명을 쓰러뜨려 떨어진 나이프를 줍는 순간 화면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P.O.W.(P.O.W. - Prisoners of War)는 붙잡힌 병사가 수용소를 탈출해 적진을 뚫고 나가는 벨트스크롤 액션입니다. 화면은 옆으로 흐르고 캐릭터는 위아래로도 움직이며, 몰려오는 적을 전부 정리해야 다음 구역으로 넘어갑니다. 둘이 함께 붙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밀고 나갈 수도 있습니다.
주먹과 발, 그리고 빼앗은 무기
기본 공격은 주먹과 발차기입니다. 주먹은 빠르지만 짧고, 발차기는 느린 대신 조금 더 멀리 닿습니다. 적에게 바싹 붙으면 붙잡을 수 있고, 붙잡은 상태에서는 연달아 때리거나 반대편으로 던져 뒤에서 다가오던 적까지 함께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이 던지기가 초반을 넘기는 가장 확실한 수단입니다.
떨어진 무기를 주우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나이프는 사거리가 짧아도 한 번에 정리되는 위력이 있고, 총을 얻으면 다가오기 전에 앞줄을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다만 총은 탄이 정해져 있어 다 쓰면 다시 맨손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총은 여럿이 몰려오는 구간이나 보스 앞을 위해 아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상자나 드럼통을 부수면 회복 아이템이 나오기도 합니다. 체력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면 무리해서 앞으로 밀지 말고, 부술 것이 있는지부터 눈으로 훑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오래 버팁니다.
어디서 죽는가
이 게임에서 가장 많이 죽는 이유는 둘러싸이는 것입니다. 화면 한가운데서 정면의 적만 보고 두들기다 보면 뒤에서 다가온 병사에게 얻어맞습니다. 벨트스크롤 액션의 기본이지만 여기서는 특히 뼈아픕니다. 되도록 화면 위아래 끝 쪽으로 붙어 한 줄로 세워 놓고 하나씩 처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헬멧을 쓴 병사는 맷집이 다릅니다. 몇 대를 때려야 겨우 헬멧이 벗겨지고 그다음부터 제대로 들어가니, 이런 적이 섞여 있으면 무리하게 붙지 말고 던지기로 넘어뜨려 시간을 버는 편이 낫습니다. 칼을 든 적은 사거리가 길어 주먹으로 맞바꾸려 하면 손해입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적이 한 번에 넷씩 나오고, 화면 밖에서 계속 걸어 들어옵니다. 무기가 있을 때 빨리 정리하고, 없을 때는 뒤로 물러서며 하나씩 끌어내는 식으로 흐름을 나눠야 합니다. 보스는 대체로 덩치가 크고 한 방이 무거우니, 크게 휘두른 직후의 빈틈만 노려 두세 대씩 넣고 빠지는 것이 정석입니다.
벨트스크롤이 자리를 잡던 무렵
이 게임이 나온 시기는 벨트스크롤 액션이라는 형식이 막 자리를 잡아 가던 때였습니다. 앞서 나온 더블 드래곤이 길을 열었고, 이듬해 파이널 파이트가 판을 굳혔습니다. 그 사이에 놓인 이 작품은 두 방향을 다 조금씩 갖고 있습니다. 무기를 주워 쓰고 붙잡아 던지는 손맛은 앞 세대의 것이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커다란 캐릭터와 배경 연출은 다음 세대에 가깝습니다.
주제를 군사물로 잡은 것도 이 회사다운 선택이었습니다. 같은 시기 이카리 워리어스로 정글과 전장을 다루던 곳이라, 수용소와 철조망, 군용 트럭 같은 소재를 다루는 손이 익숙했습니다. 판타지도 뒷골목도 아닌 전쟁터를 배경으로 삼은 벨트스크롤은 당시에도 드문 편이었습니다.
오락실에서의 자리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대작 취급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훨씬 화려한 간판들이 줄지어 들어왔고, 벨트스크롤 하면 다들 먼저 떠올리는 다른 이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구석 자리에 한 대쯤 놓여 있으면 꼭 붙잡고 앉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빈손으로 시작해 적의 무기를 빼앗아 강해진다는 흐름이 분명하고, 던지기 한 방으로 여럿을 넘어뜨릴 때의 손맛이 좋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기술이 없는 대신 때리고 붙잡고 던지는 기본기만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구성이라, 지금 다시 잡아도 몇 판이면 감이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