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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멀티플라이

X 멀티플라이 (X Multiply World m81) · 1989 · I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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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도 아니고 요새도 아닌, 사람의 몸속이 무대입니다. 배경에는 혈관과 살덩이 같은 것이 꿈틀거리고, 적으로는 기생 생물이 나옵니다. 슈팅 게임 무대로 이만큼 기분 나쁘면서도 인상적인 곳을 고른 예가 많지 않아서,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게임입니다.

X 멀티플라이(X-Multiply)는 기체를 몰고 오른쪽으로 나아가며 적을 쏘는 횡스크롤 슈팅입니다. 특징은 기체 위아래에 붙은 두 개의 촉수 팔입니다. 이 팔은 앞으로 뻗어 적을 찌르고, 적탄을 막아 주기도 합니다. 단순히 정면으로 총알을 쏘는 것과는 다른, 몸을 쓰는 듯한 감각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X 멀티플라이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9)

촉수 팔이라는 무기

두 팔은 기체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유연하게 흔들립니다. 위로 올라가면 팔이 뒤로 늘어지고, 멈추면 앞으로 곧게 뻗습니다. 이 성질을 이용하면 위아래의 적을 동시에 상대하거나, 좁은 통로에서 앞뒤를 함께 지킬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방패 역할입니다. 팔에 닿는 적탄은 막히기 때문에, 팔을 어느 쪽으로 두느냐가 곧 방어 자세가 됩니다. 정면에서 탄이 날아오는 구간에서는 팔을 앞으로 곧게 펴 두고, 위아래에서 협공당할 때는 움직임으로 팔을 흔들어 양쪽을 가립니다. 이 감각을 익히면 피하기만 하던 플레이가 막아 내는 플레이로 바뀝니다.

X 멀티플라이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9)

아이렘식 지형

아이렘의 횡스크롤 슈팅은 지형이 곧 적입니다. 이 게임도 마찬가지로, 통로가 좁아지고 벽이 움직이며 빠져나갈 틈이 잠깐씩만 열립니다. 적을 다 지우고도 벽에 부딪혀 죽는 일이 흔한데, 이건 실수라기보다 이 회사 슈팅의 설계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외우는 게임입니다. 어느 지점에서 통로가 어떻게 좁아지는지, 어느 타이밍에 벽이 닫히는지를 몸에 익혀야 합니다. 처음 가는 구간에서 죽는 건 당연한 일이고, 두 번째부터 대응이 생깁니다. 이 반복을 즐길 수 있느냐가 이 계열 슈팅과의 궁합을 가릅니다.

보스와 인상적인 구간

보스들은 생물처럼 생겼습니다. 기계 요새 대신 살아 있는 것과 싸운다는 느낌이 강해서, 맞을 때의 반응이나 부서지는 모습이 다른 슈팅과 확실히 다릅니다. 대부분 약점 부위가 정해져 있고, 그 부위를 노리려면 위험한 자리로 파고들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촉수 팔이 여기서 큰 역할을 합니다. 정면 사격만으로는 각이 안 나오는 위치의 약점을, 팔을 뻗어 찌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스전마다 어느 높이에서 어떤 자세로 붙어야 팔이 약점에 닿는지를 찾는 것이, 이 게임 보스전의 실제 내용입니다.

R-타입과의 관계

같은 회사가 앞서 만든 대표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체 앞에 붙는 보조 장치로 방어와 공격을 겸한다는 발상이 그쪽에 있었고, 이 게임의 촉수 팔은 그 발상을 다른 형태로 풀어낸 결과입니다.

다만 성격은 다릅니다. 그쪽의 보조 장치는 떼어 던지고 다시 붙이는 조작이 핵심이지만, 이 게임의 팔은 항상 붙어 있고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조작 부담은 적은 대신, 기체를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곧 팔의 자세가 되는 미묘한 감각이 생깁니다.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손에 잡히는 느낌은 꽤 다릅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

난이도는 만만치 않습니다. 아이렘 슈팅답게 한 번 죽으면 강화가 풀리고, 약해진 상태로 어려운 구간을 상대해야 하는 악순환이 있습니다. 그래서 죽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됩니다.

요령은 팔을 믿는 겁니다. 초보자는 탄이 보이면 반사적으로 피하려 하는데, 팔로 막을 수 있는 탄까지 피하려다 벽에 부딪히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어떤 탄이 막히고 어떤 것이 안 막히는지를 몇 판에 걸쳐 확인해 두면, 움직임에 여유가 생깁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국내에서는 같은 회사의 대표작만큼 널리 깔리지는 않았지만, 슈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확실한 인지도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배경이 특이해서, 지나가다 화면을 본 사람이 "저건 뭐냐"고 묻게 되는 게임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그 시절 슈팅이 어디까지 갔었는지 잘 보입니다. 화면 연출과 무기 설계, 지형을 이용한 압박이 한데 맞물려 있고, 그중 어느 하나도 대충 넘어간 구석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