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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테 토너먼트

가라테 토너먼트 (The Karate Tournament Japan) · 1992 · Mitc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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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상으로 속도를 그린 격투 게임

이 게임을 처음 보면 화면이 어딘가 이상해 보입니다. 캐릭터가 움직일 때마다 몸이 늘어나고 번지듯 흐려집니다. 도트를 한 장씩 그려 넣는 대신, 그림 자체를 일그러뜨리는 방식으로 잔상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래서 인물들이 늘 고속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주먹과 발이 뻗을 때 실제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집니다.

1992년이면 대전 격투가 오락실을 완전히 장악하기 시작한 해입니다. 그 한복판에서 이 게임은 화려한 필살기나 장풍 대신, 실제 가라테 시합에 가까운 그림을 그리려 했습니다. 이 독특한 방향과 눈에 띄는 화면 처리 때문에, 널리 팔린 게임은 아니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대체로 기억합니다.

가라테 토너먼트 대전격투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2)

어떤 게임인가

가라테 토너먼트(The Karate Tournament)는 가라테를 소재로 한 1대1 대전 격투입니다. 시작할 때 캐릭터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실력 등급을 고릅니다. 흰 띠, 갈색 띠, 검은 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그 등급에 맞는 상대들과 차례로 겨룹니다. 등급이 높을수록 상대가 강하고, 그만큼 얻는 것도 큽니다.

한 판의 흐름은 실제 시합에 가깝습니다. 서로 거리를 재다가 순간적으로 들어가 공격을 넣고 다시 빠집니다. 공중에서 화려한 연속기를 이어 붙이는 종류의 게임이 아니라, 한 방을 언제 어디로 넣느냐를 다투는 게임입니다. 두 사람이 붙어 대전도 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를 고르지 않는다는 것

같은 시기 대전 격투 게임들은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여럿 두고 그중 하나를 고르게 했습니다. 이 게임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정해진 무도가를 조종하고, 다양한 상대를 차례로 만납니다. 캐릭터를 골라 쓰는 재미 대신, 하나의 몸으로 여러 상대에게 대응하는 법을 익히는 재미를 택한 셈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실력 등급 선택이 곧 난이도 선택이 됩니다. 처음에는 흰 띠로 시작해 기본기와 거리 감각을 익히고, 손에 붙은 다음 위 등급으로 올라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입니다. 검은 띠로 곧장 시작하면 상대의 반응 속도가 빨라 기본기가 잡히기도 전에 끝납니다.

거리 싸움이 전부입니다

이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상대의 공격이 닿지 않는 자리에 서 있다가, 상대가 들어오는 순간 먼저 뻗는 것입니다. 화려한 커맨드보다 이 거리 감각이 훨씬 중요합니다. 무작정 앞으로 걸어가며 버튼을 누르는 방식은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먼저 뻗으면 그대로 맞고 물러납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되받아치기입니다. 상대의 공격이 헛나간 직후에는 빈틈이 생기고, 그 순간에 넣는 한 방이 가장 확실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은 계속 때리는 대신 기다립니다. 상대가 참지 못하고 먼저 움직이도록 유도한 뒤, 그 뒤끝을 잡는 식입니다.

세 번째는 화면 끝을 조심하는 것입니다.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재는 전법은 유용하지만, 밀리다 벽에 몰리면 피할 곳이 사라집니다. 물러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옆으로 빠지거나 앞으로 뛰어들어 자리를 바꾸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난이도가 튀는 구간

앞쪽 상대들은 움직임이 단순해서 기본기만으로도 넘어갑니다. 문제는 중반 이후입니다. 상대가 이쪽의 공격 시작을 읽고 먼저 들어오기 시작하고, 같은 방식만 반복하면 그대로 되받아 맞습니다. 이 지점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벽을 느낍니다.

넘기는 방법은 공격 타이밍에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늘 같은 거리에서 같은 기술을 쓰지 말고, 일부러 한 박자 늦게 들어가거나 짧게 접근했다 물러나는 동작을 섞어 상대의 예측을 흩뜨려야 합니다. 화면 처리 때문에 상대의 동작이 잔상에 묻혀 보이기도 해서, 이 게임은 눈으로 보고 반응하기보다 상대의 버릇을 읽고 미리 대비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 시절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만든 회사는 뿌요뿌요의 뿌리가 된 퍼즐 게임을 비롯해 개성 있는 작품을 내놓던 곳입니다. 격투 게임 유행에 올라타면서도 유행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현실적인 무술 시합이라는 방향을 잡은 것이 이 게임입니다. 실제 가라테의 형에서 따온 일본 제목도 그 방향을 잘 보여 줍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같은 시기의 유명 대전 격투에 완전히 가려졌습니다. 장풍도 없고 캐릭터 선택도 없으니, 화려한 것을 찾던 그 시절 손님들에게는 심심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놓였더라도 오래 남지 못했고,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다시 보면 잔상으로 속도를 표현한 그 화면은 여전히 다른 어떤 격투 게임과도 닮지 않았습니다. 유행 한복판에서 다른 길을 가 보려 한 시도로 볼 만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