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네일
건네일 (Gunnail 28th May 1992) · 1993 · NMK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화면을 채우는 적의 수부터 다릅니다. 같은 시기 종스크롤 슈팅들과 나란히 놓고 봐도 이 게임은 유난히 빽빽합니다. 적 편대가 겹겹이 밀려오고 그 사이로 탄이 흩뿌려지는데, 그 밀도가 이후 등장할 탄막 슈팅의 예고편처럼 보입니다. 슈팅 게임이 화면을 채우는 방향으로 넘어가던 그 길목에 이 게임이 서 있습니다.
건네일(GunNail)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화면을 배경으로 기체를 조종해 적을 격추하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파워업 아이템을 모아 화력을 올리고, 각 스테이지 끝에서 큰 보스와 맞붙습니다. 진행 방식 자체는 이 장르의 정석을 따르지만, 화면 구성과 난이도의 결이 다릅니다.
화력을 어떻게 키우는가
이 계열 슈팅의 승부는 대개 파워업 관리에서 갈립니다. 이 게임도 그렇습니다. 죽으면 화력이 떨어지고, 화력이 떨어지면 적을 제때 못 잡고, 못 잡으면 또 죽습니다. 이 악순환에 한번 빠지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반 구간을 안 죽고 넘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직 쉬운 구간에서 아이템을 최대한 챙겨 화력을 올려 두면, 뒤쪽의 빡빡한 구간을 훨씬 수월하게 지납니다. 반대로 초반에 한 번 죽으면 그 판은 계속 쫓기게 됩니다.
아이템을 먹으러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도 위험합니다. 화면 반대편에 떠 있는 아이템을 잡으러 가다가 탄 사이를 가로지르게 되는데, 이때 죽으면 아이템도 잃고 화력도 잃습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안전하게 닿을 수 있는 것만 챙기는 절제가 필요합니다.
탄을 피하는 방법
적탄이 많다는 건 피할 공간을 찾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게임에서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화면을 크게 휘젓는 것입니다. 탄이 오면 반대쪽 끝까지 도망치는 식인데, 그러면 이동 경로에 있던 다른 탄에 맞습니다.
올바른 방법은 최소한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탄 하나를 피하는 데 필요한 거리는 생각보다 짧습니다. 자기 기체의 판정 부분만 비켜 나면 되니, 조금씩 밀어 가며 틈으로 빠져나가는 쪽이 안전합니다.
또 하나는 화면 아래쪽에 붙어 있지 않는 것입니다. 맨 아래에 있으면 위에서 내려오는 탄에 반응할 시간은 길어지지만, 좌우로만 움직일 수 있어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화면 중간보다 조금 아래 정도에 자리를 잡으면 위아래로 모두 피할 여지가 생깁니다.
보스전의 성격
각 스테이지 끝의 보스는 이 게임에서 가장 몰아치는 구간입니다. 커다란 몸체가 화면을 차지하고, 부위마다 다른 공격을 쏟아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화력이 아니라 자리 잡기입니다.
보스의 공격에는 대부분 안전한 각도가 있습니다. 어느 위치에 서면 탄이 갈라져 나가는 자리가 생기는데, 그걸 찾아 붙어 있으면 훨씬 오래 버팁니다. 처음에는 죽어 가며 그 자리를 찾는 수밖에 없고, 몇 번 반복하면 몸이 기억합니다.
서두르지 않는 것도 요령입니다. 빨리 잡으려고 위험한 자리까지 파고들면 대개 손해입니다. 안전한 위치에서 꾸준히 때리는 편이 결과적으로 빠릅니다.
90년대 초 슈팅 시장에서
이 무렵 오락실 슈팅은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대형 회사들이 물량을 쏟아붓는 가운데, 중소 개발사들도 자기 색을 낸 기판을 계속 냈습니다. 이런 회사들의 슈팅은 대형작만큼 화려하지는 않아도, 슈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름값이 있었습니다.
건네일도 그런 위치에 있습니다. 오락실에서 크게 흥한 게임은 아니지만, 슈팅을 파고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꾸준히 언급되는 축에 듭니다. 밀도 높은 화면 구성과 짜임새 있는 스테이지 배치가 그 이유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이 시기 슈팅 기판이 워낙 많이 돌아서, 그 사이에서 이 게임이 특별히 기억되기는 어려웠습니다. 슈팅 코너 한쪽에 놓였다가 다음 신작에 자리를 내주는 식이었을 것입니다. 지금 다시 잡아 보면 그 시절 슈팅이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가 화면에 그대로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