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메차 파이터
하차메차 파이터 (Hacha Mecha Fighter 19th Sep 1991 Protected SET 1) · 1991 · N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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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이 비행기를 타고 채소를 쏩니다
이 게임의 첫인상은 설명하기가 좀 곤란합니다. 주인공은 수달입니다. 몸에 겨우 맞는 작은 비행기에 올라타 있고, 쏘는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생선과 채소입니다. 적으로는 자폭하며 달려드는 다람쥐, 전투기를 모는 돼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두더지 같은 것들이 나옵니다. 봄을 때리면 주인공이 갑자기 거대해져서 주변을 뭉개 버립니다.
그런데 정작 손에 잡히는 감각은 정통 횡스크롤 슈팅입니다. 화면은 빽빽하고, 적탄은 매섭고, 방심하면 순식간에 죽습니다. 귀여운 그림 뒤에 꽤 단단한 슈팅게임이 들어 있는, 이 시절 일본 오락실 게임 특유의 조합입니다.
무슨 게임인가
하차메차 파이터(Hacha Mecha Fighter)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횡스크롤 슈팅게임입니다. 레버로 기체를 움직이고 버튼으로 탄을 쏘며, 별도 버튼으로 봄을 씁니다. 시작할 때 목숨 셋과 봄 셋, 그리고 옵션 역할을 하는 동료 하나를 가지고 출발합니다. 아이템을 먹으면 이 동료가 늘어나 최대 넷까지 따라붙고, 그만큼 화력이 두꺼워집니다.
무기는 아이템에 따라 종류가 바뀝니다. 앞으로 곧게 뻗는 것, 넓게 퍼지는 것, 크기와 위력이 다른 것들이 섞여 있어서 어느 무기를 들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구간의 체감 난이도가 달라집니다. 2인용을 지원하고, 1인 쪽은 수달, 2인 쪽은 다른 동물이 나옵니다.
전체는 여덟 개 스테이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스테이지를 지나면 그 구간의 큰 적을 상대하고, 잡으면 다음으로 넘어가는 익숙한 구조입니다.
봄을 언제 쓰느냐가 전부입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봄 쓰는 타이밍입니다. 봄을 쓰면 주인공이 몇 초 동안 거대해져서 닿는 것을 부숩니다. 화면 정리용이면서 동시에 위기 탈출용입니다. 문제는 초보자가 봄을 아낀다는 점입니다. 아끼다가 죽으면 남은 봄도 함께 사라지니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요령은 명확합니다. 죽을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이미 늦었으니, 그 반 박자 전에 누르는 겁니다. 적탄이 두 방향 이상에서 동시에 들어오는 게 눈에 보이면 고민하지 말고 씁니다. 보스 앞에서는 도착 전에 남은 봄을 다 털어 넣는 편이 나을 때도 많습니다. 어차피 다음 스테이지 시작 때 보충받는 구조라면 손에 쥐고 죽는 것이 가장 손해입니다.
동료 관리도 비슷합니다. 동료가 넷 붙어 있을 때와 하나뿐일 때의 화력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아이템이 보이면 우선 순위를 높게 두되, 화면 아래 구석으로 흘러간 아이템을 무리하게 쫓지는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 계열 게임에서 가장 흔한 죽음이 아이템 욕심입니다.
난이도가 튀는 구간
앞쪽 두어 스테이지는 그림 구경하며 갈 만합니다. 적이 뜸하고 탄속도 느립니다. 그런데 중반에 접어들면 성격이 확 바뀝니다. 화면 위아래에서 동시에 밀고 들어오는 배치가 나오고, 지형이 좁아지는 구간에서는 피할 공간 자체가 줄어듭니다. 이때부터는 화력을 잃지 않는 것이 곧 생존입니다.
보스전도 뒤로 갈수록 성격이 달라집니다. 앞쪽 보스는 정해진 패턴 몇 개를 반복하니 자리를 잡고 때리면 됩니다. 뒤쪽 보스는 잔챙이를 계속 뿌리면서 자기 공격을 섞기 때문에, 보스만 보고 있으면 옆에서 들어온 것에 부딪힙니다. 큰 적을 상대할 때는 화면 전체를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전반적으로 이 게임은 외우면 넘어가는 유형입니다. 적이 어디서 어떤 순서로 나오는지가 정해져 있으니, 죽은 자리를 기억해 두고 다음번에 미리 대비하는 식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반사신경보다 반복이 실력을 만드는 쪽입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오락실
NMK는 1990년대 초반 일본 오락실 슈팅게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입니다.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슈팅게임을 꾸준히 만들었고, 개발한 게임을 다른 회사 이름으로 유통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기판 겉면에 붙은 회사 이름과 실제로 만든 곳이 다른 사례가 이 시기에 꽤 있습니다.
이 게임이 나온 1991년 무렵은 슈팅게임이 가장 촘촘하게 쏟아지던 때입니다. 한 해에도 여러 회사가 비슷한 형식의 슈팅게임을 냈고,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언가 하나는 달라야 했습니다. 이 게임이 택한 차별점이 바로 그 우스꽝스러운 세계관이었습니다. 화면만 봐도 다른 슈팅게임과 구분되니, 지나가던 사람이 한 번은 멈춰 서게 됩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이름을 크게 남긴 축은 아닙니다. 같은 시기 국내에 널리 깔린 슈팅게임들에 비하면 들어온 기계 수가 적었습니다. 다만 이 게임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대개 기억합니다. 수달이 채소를 쏘는 화면은 잊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요즘 다시 조명받는 것도 그 강한 인상 덕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