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세이덴
겐세이덴 (Kenseiden USA Europe) · 1988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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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 갈 곳을 고르는 사무라이 액션
8비트 시절 액션 게임은 대개 1스테이지부터 순서대로 밀고 나가는 게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시작하면 일본 열도 지도가 뜨고, 어느 지방부터 갈지 직접 고르게 합니다. 검 하나 든 사무라이가 지도 위를 이동하며 다음 싸움터를 정하는 이 구성은 당시 마스터시스템 유저에게 꽤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분위기도 남달랐습니다. 밝고 명랑한 색감이 흔하던 때에, 이 게임은 어두운 하늘과 기괴한 요괴들로 가득한 화면을 보여 줍니다. 두루마리 그림 같은 배경 위에서 요괴의 목을 베는 장면이 8비트 화면에 담겨 있으니, 한 번 본 사람은 잘 잊지 못합니다.
어떤 게임인가
겐세이덴(Kenseiden)은 세가가 마스터시스템으로 내놓은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주인공 하야토는 요괴들에게 빼앗긴 두루마리와 검술의 비전을 되찾기 위해 일본 각지를 도는 검사입니다.
조작은 검을 휘두르고 점프하는 것이 전부이지만, 검의 사거리가 짧아서 적에게 상당히 가까이 붙어야 합니다. 그래서 무작정 달려들면 상처만 늘고, 적의 움직임을 한 박자 기다렸다가 베는 감각을 익혀야 합니다. 앉아서 베기와 서서 베기를 상황에 따라 나눠 쓰는 게 기본기입니다.
여덟 지방과 잃어버린 두루마리
지도에는 여러 지방이 표시되어 있고, 각 지방의 스테이지 끝에는 보스가 기다립니다. 보스를 쓰러뜨리면 두루마리를 하나씩 되찾고, 그 두루마리에는 새로운 검술이 담겨 있습니다. 위로 찌르기, 공중에서 베기 같은 기술을 배우면 그전까지 손도 못 대던 위치의 적을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순서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고 해서 아무 데나 먼저 가도 되는 건 아닙니다. 어떤 지방은 특정 검술이 없으면 사실상 통과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쉬운 곳부터 골라 기술을 모으고, 그 기술로 어려운 곳을 여는 순환이 만들어집니다. 이 흐름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공략의 절반입니다.
만만치 않은 난이도
이 게임은 인정사정이 없습니다. 좁은 발판 위로 뛰어야 하는 구간이 자주 나오고, 그 아래는 대개 즉사하는 낭떠러지입니다. 적은 화면 밖에서 갑자기 튀어나오고, 뒤에서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체력이 넉넉하지 않아 몇 번만 부딪혀도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요령은 서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화면을 조금씩 밀어 적이 나오는 위치를 확인하고, 점프 전에 착지 지점을 눈으로 재고, 회복 아이템이 나오는 자리를 기억해 두는 식으로 접근해야 끝까지 갑니다. 죽으면서 배치를 외우는, 전형적인 8비트식 학습형 난이도입니다.
보스전은 패턴 싸움입니다. 대부분의 보스가 정해진 순서로 움직이므로, 몇 번 죽어 보고 그 리듬만 잡으면 생각보다 빨리 정리됩니다.
왜란 시대의 색을 입은 화면
배경은 성곽, 대나무 숲, 다리, 동굴처럼 일본풍 소재로 채워져 있고, 적으로는 갑옷 무사부터 도깨비, 요괴, 해골까지 나옵니다. 서양 판타지가 흔하던 시절에 동아시아 정서를 정면으로 내세운 액션 게임이라 인상이 강했습니다.
마스터시스템 특유의 진하고 어두운 색감이 이 소재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음악도 화려하기보다는 음산하고 반복적인 쪽이라 화면 분위기를 밀어 줍니다. 국내에서 삼성 겜보이용 카트리지로 접한 사람들이 이 게임을 오래 기억하는 이유도 그 분위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