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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스트라이커

나이트 스트라이커 (Night Striker World) · 1989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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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시작되면 밤의 도시가 통째로 화면 안쪽에서 밀려옵니다. 고가도로와 유리 건물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데, 배경이 단순히 흘러가는 게 아니라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진짜로 그 사이를 지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1980년대 말 오락실에서 이 화면은 그 자체로 구경거리였습니다.

나이트 스트라이커(Night Striker)는 화면 안쪽으로 계속 나아가는 시점의 슈팅입니다. 공중에 뜬 차를 몰고 정해진 길을 따라 달리면서, 앞에서 다가오는 적기와 지상 병기를 쏘아 넘기고 벽과 기둥을 피합니다. 조준해서 맞히는 재미보다는 빠른 속도로 밀려오는 화면 속에서 몸을 어디로 뺄지 판단하는 재미가 큰 게임입니다.

나이트 스트라이커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9)

갈림길이 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한 구간을 끝내면 길이 둘로 갈라집니다. 어느 쪽으로 빠지느냐에 따라 다음에 만나는 무대가 완전히 달라지고, 그 선택이 쌓여서 마지막에 도착하는 곳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한 번 깨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같은 게임인데 다음 판에 다른 길을 고르면 처음 보는 풍경이 나옵니다.

무대는 도시 야경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하 통로, 물 위, 공장 안쪽처럼 성격이 다른 구간들이 갈래마다 배치되어 있어서, 자기가 좋아하는 코스를 정해 두고 그 길로만 파고드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어려운 갈래로만 골라 가면 난이도가 확 뛰기 때문에, 실력에 맞게 길을 짜는 것 자체가 공략이 됩니다.

나이트 스트라이커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9)

조작과 살아남는 요령

기체는 화면 안에서 상하좌우로 움직이고, 버튼으로 사격합니다. 적을 다 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화면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살아남는 데 중요한 것은 맞히는 일보다 맞지 않는 일입니다.

가장 많이 죽는 원인은 적 탄이 아니라 지형입니다. 좁은 통로에 기둥이 줄줄이 서 있는 구간에서는 총을 쏘는 손을 잠깐 멈추고 이동에만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화면 안쪽에서 커지는 물체는 곧 내 위치로 온다는 뜻이므로, 물체가 작을 때 미리 옆으로 빠져 두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기체에는 방어 수단이 있어 한 번에 즉사하지는 않지만, 연달아 부딪히면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특히 속도가 붙는 후반 구간에서는 한 번 자리를 잘못 잡으면 연쇄적으로 부딪히기 쉬우니, 위험한 구간 전에는 화면 가운데로 돌아와 있는 편이 안전합니다.

나이트 스트라이커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9)

소리와 캐빈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말하는 것은 음악입니다. 타이토의 사내 음악 팀이 붙은 작품답게, 밤 도시라는 무대에 맞춘 곡들이 화면과 딱 붙어 있습니다. 게임을 하지 않고 소리만 들어도 그 구간의 풍경이 떠오를 만큼 인상이 강합니다.

원래 이 게임은 커다란 체감형 캐빈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좌석에 앉아 문을 닫으면 바깥이 어느 정도 차단되고, 화면과 소리에만 둘러싸이는 구조였습니다. 밤 도시를 달리는 내용과 이 캐빈이 맞물려서, 같은 게임이라도 어떤 기기로 하느냐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랐습니다.

같은 시기 타이토의 체감형 게임들

1980년대 후반 타이토는 스프라이트를 크게 키우고 줄이는 방식으로 3차원 느낌을 내는 기판을 여럿 굴렸습니다. 경찰차로 범인을 쫓는 운전 게임이나 자동차 경주 게임이 같은 흐름에서 나왔고, 이 작품은 그 기술을 슈팅 쪽으로 끌고 온 결과물입니다.

세가 쪽에도 화면 안쪽으로 나아가며 쏘는 게임들이 있었지만, 이쪽은 밤과 도시라는 분위기를 앞세우고 갈림길 구조로 반복 플레이를 유도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화려함으로 승부하기보다 분위기로 남은 게임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에서는 큰 캐빈이 통째로 들어온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대부분은 일반 업라이트 기기로 만났기 때문에, 좌석에 앉아 소리에 파묻히는 경험까지 누린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화면만으로 충분히 눈에 띄었습니다. 당시 오락실에 흔하던 평면 슈팅과 달리 배경이 통째로 밀려오는 구성이라, 처음 보면 무슨 게임인지 몰라도 일단 서서 구경하게 됐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갈림길을 하나씩 바꿔 가며 지도를 채워 나가는 재미가 여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