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 가이덴 (패미컴)
닌자 가이덴 (Ninja Gaiden USA) · 1988 · Tecm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게임이 영화처럼 시작하던 시절
전원을 켜면 곧바로 게임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달빛 아래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서 있다가 동시에 뛰어오르고, 화면이 바뀌며 이야기가 흐릅니다. 대사 상자와 인물 얼굴이 번갈아 나오는 이 연출을 당시에는 시네마 신이라고 불렀습니다.
패미컴 게임이 이 정도의 연출을 넣은 사례가 거의 없었습니다. 스테이지 사이사이에도 계속 이야기가 끼어들고, 등장인물이 늘어나며 배신과 반전까지 나옵니다. 게임을 이야기로 밀고 가는 방식이 여기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오락실판과 패미컴판이 전혀 다른 게임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오락실 쪽은 주먹으로 싸우는 벨트스크롤이고, 이 패미컴판이 우리가 아는 그 닌자 가이덴입니다.
벽에 매달려 올라가는 액션
닌자 가이덴(Ninja Gaiden)은 닌자 류 하야부사가 아버지의 죽음을 쫓아 미국으로 건너가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곳곳의 등불을 베어 아이템을 얻습니다.
이 게임을 특징짓는 것은 벽 매달리기입니다. 벽을 향해 점프하면 그대로 달라붙고, 다시 점프해 반대편 벽으로 건너뛸 수 있습니다. 높은 곳에 오르고 좁은 통로를 지나는 대부분의 구간이 이 동작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조작감은 빠르고 가볍습니다. 점프 중에는 방향을 바꿀 수 없는 대신 이동과 공격이 거의 지연 없이 나갑니다. 이 반응 속도 덕분에 어렵지만 억울하지 않다는 평을 듣습니다.
인술과 정신력
등불에서 나오는 두루마리를 모으면 정신력이 차고, 이것을 써서 인술을 발동합니다. 몸 주위에 불꽃을 두르는 화염차륜, 앞으로 날리는 표창, 잠시 무적이 되는 술법 등이 있습니다.
화염차륜이 특히 유명합니다. 발동하는 동안 무적에 가까운 상태가 되기 때문에, 넘기 어려운 구간이나 보스전에서 정신력을 몰아 쓰는 것이 정석 공략으로 굳었습니다.
반대로 정신력을 함부로 쓰면 정작 필요할 때 텅 비어 있게 됩니다. 이 게임은 회복 수단이 넉넉하지 않아서, 아이템 관리를 못하면 후반에서 그대로 막힙니다.
밀쳐 내기와 부활 지점
이 게임의 악명은 대개 두 가지에서 나옵니다. 첫째는 적에게 맞았을 때 뒤로 밀려나는 처리입니다. 좁은 발판 위에서 새 한 마리에 스치면 그대로 아래로 떨어집니다. 체력이 남아 있어도 낙사는 즉사입니다.
둘째는 되돌리기입니다. 최종 스테이지에서 죽으면 그 구간의 처음이 아니라 훨씬 앞 지점으로 돌아갑니다. 마지막 보스 앞까지 갔다가 앞 구간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이 반복되면 상당히 지칩니다.
덕분에 이 게임은 어렵기로 이름난 패미컴 액션 목록에 늘 이름을 올립니다. 다만 적이 나오는 위치가 정해져 있어서 외우면 확실히 쉬워지는 유형의 난이도입니다.
보스와 마지막 결전
각 장 끝에는 커다란 보스가 기다립니다. 대부분 패턴이 짧고 반복적이라 몇 번 보면 읽히지만, 좁은 방에서 싸우기 때문에 피할 공간이 부족합니다.
마지막 세 단계는 연속으로 이어집니다. 중간에 회복이 없어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체력을 얼마나 남겼는지가 승부를 가릅니다.
다 끝내고 나면 다시 긴 연출이 이어지며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게임을 클리어했다는 감각보다 한 편을 다 봤다는 감각이 남는 마무리인데, 이 점이 이 작품을 오래 기억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