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 거북이 대전
닌자 거북이 토너먼트 파이터즈 (Teenage Mutant Hero Turtles Tournament Fighters Europe) · 1994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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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전후는 어느 회사든 자사 캐릭터로 대전 격투 게임을 하나씩 만들던 시기였습니다. 코나미도 예외가 아니어서, 벨트스크롤 액션으로 큰 인기를 끌던 닌자 거북이를 격투 게임으로 내놓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제목을 달고 슈퍼패미컴·메가드라이브·패미컴에 각각 다른 게임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이 패미컴판은 그중에서도 가장 늦게, 이미 8비트 시대가 저물던 시점에 나왔습니다.
닌자 거북이 토너먼트 파이터즈(Teenage Mutant Ninja Turtles: Tournament Fighters)는 코나미가 만든 1대1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캐릭터를 골라 라운드제로 상대와 겨루고, 체력을 먼저 다 깎으면 이깁니다. 조작은 약공격과 강공격, 점프와 앉기, 그리고 커맨드 입력으로 나가는 필살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8비트에서 만든 격투 게임
패미컴 성능으로 격투 게임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이었습니다. 캐릭터를 크게 그리면 다른 요소를 줄여야 하고, 동작 프레임을 늘리면 용량이 부족해집니다. 그런데도 이 게임은 캐릭터가 제법 큼직하게 나오고, 필살기 연출도 들어가 있습니다. 8비트 격투 게임 중에서는 상당히 잘 만든 축에 듭니다.
물론 한계는 분명합니다. 동작 사이가 뚝뚝 끊기고, 판정이 넉넉해서 정밀한 견제 싸움 같은 것은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큼직한 공격을 주고받는 시원한 맛이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화면 아래에 있는 게이지입니다. 이 게이지가 차면 강력한 기술을 쓸 수 있는데, 언제 모으고 언제 터뜨리느냐가 판을 가릅니다. 무작정 게이지를 모으려다 얻어맞으면 그대로 밀립니다.
캐릭터 고르기
네 마리 거북이는 각자 무기가 다르고 그 차이가 사거리로 나타납니다. 봉을 쓰는 도나텔로는 사거리가 길어 멀리서 견제하기 좋고, 대신 공격이 나가는 속도는 느립니다. 반대로 사이를 쓰는 라파엘은 사거리가 짧아 붙어야 하지만 손이 빠릅니다.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는 그 사이 어디쯤에 자리합니다.
거북이 외에도 시리즈에 나온 적 캐릭터들이 선택지로 들어가 있어서, 대전 상대의 폭이 넓습니다. 몸집이 크고 느린 캐릭터와 작고 빠른 캐릭터의 차이가 뚜렷해서 상성 싸움이 생깁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사거리가 긴 캐릭터를 권합니다. 커맨드 입력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을 때는 평타 사거리로 상대를 밀어내는 쪽이 훨씬 편하기 때문입니다.
막히는 지점
혼자 하는 모드에서는 뒤로 갈수록 컴퓨터 상대가 눈에 띄게 강해집니다. 8비트 격투 게임의 흔한 문제인데, 상대가 이쪽 입력에 즉각 반응하는 것처럼 움직여서 정직하게 접근하면 계속 맞습니다.
이럴 때는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말고, 점프와 앉기를 섞어 리듬을 흐트러뜨리는 편이 낫습니다. 상대가 점프 공격에 대한 대응이 약한 경우가 많아서, 대각선으로 뛰어 들어가 강공격을 넣고 바로 빠지는 식이 잘 통합니다.
필살기 커맨드는 패드 방향 입력이 정확해야 나갑니다. 반원 입력이 안 나갈 때는 손이 빠른 게 아니라 마지막 방향에서 버튼이 겹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세 기종의 서로 다른 게임
같은 제목이지만 슈퍼패미컴판, 메가드라이브판, 패미컴판은 캐릭터 구성도 시스템도 다릅니다. 슈퍼패미컴판이 가장 화려하고 대전 게임으로서 완성도가 높다는 평을 받았고, 메가드라이브판은 또 다른 구성으로 나왔습니다. 패미컴판은 성능이 가장 낮은 기기에 맞춰 새로 설계한 셈입니다.
이 게임은 코나미가 북미와 유럽에서 패미컴용으로 낸 마지막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미 시장의 중심이 16비트로 옮겨 간 뒤였고, 유럽판은 1994년에야 나왔습니다. 8비트 기기의 마지막을 장식한 게임이라는 위치가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한국에서
국내에서는 닌자 거북이라는 이름 자체가 익숙했습니다. 만화와 오락실 벨트스크롤 게임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격투 게임도 복사팩 목록에 들어 있으면 한 번쯤 눌러 보게 되는 게임이었습니다.
다만 같은 시기 오락실에서 본격적인 대전 격투 게임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친구와 나란히 앉아 거북이 두 마리로 치고받는 재미는 분명해서, 2인 대전용으로 꺼내 놓기 좋은 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