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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4078

다윈 4078 (Darwin 4078 Japan) · 1986 · Data 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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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아니라 몸이 바뀝니다

슈팅 게임에서 강해진다는 것은 보통 총알이 굵어지거나 갈래가 늘어나는 일입니다. 이 게임은 그 자리에 다른 답을 놓았습니다. 아이템을 먹으면 무기가 아니라 내가 조종하는 것 자체가 다른 생물로 변합니다. 날개가 접히고 몸통이 부풀고 꼬리가 돋아나면서, 조금 전까지 몰던 것과 전혀 닮지 않은 무언가가 화면 가운데에 놓입니다.

더 인상적인 쪽은 반대 방향입니다. 잘못 맞거나 좋지 않은 아이템을 집으면 애써 올려 둔 단계가 도로 내려갑니다. 목숨이 줄어드는 것과 별개로, 지금까지 키워 온 형태를 잃는다는 감각이 따로 있습니다. 1986년에 나온 슈팅이 진화와 퇴화를 정면으로 소재 삼았다는 점은 지금 봐도 특이합니다.

다윈 4078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6)

어떤 게임인가

다윈 4078(Darwin 4078)은 화면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조작은 8방향 레버와 발사 버튼이 전부이고, 밀려 내려오는 적 무리를 쏘면서 앞으로 나아가다가 구간 끝에서 큰 적을 만나는 흐름이 반복됩니다.

중심에 있는 것은 진화 단계입니다. 적을 부수면 나오는 아이템 가운데 진화를 뜻하는 표시가 붙은 것을 먹으면 기체가 한 단계 위 형태로 바뀝니다. 형태마다 쏘는 모양과 사거리, 몸집이 다릅니다. 단계가 올라가면 화력은 세지지만 몸집도 함께 커져서 맞을 확률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무조건 높은 단계가 편한 것은 아니고, 지금 구간에 어떤 형태가 어울리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다윈 4078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6)

단계를 관리하는 게임

이 게임을 잘하게 되는 과정은 결국 형태를 관리하는 요령을 익히는 과정입니다. 아이템은 아무 때나 나오지 않으므로, 지금 먹을지 조금 뒤에 먹을지, 위험한 구간 직전에 굳이 몸집을 키울지를 매번 고르게 됩니다. 한 번 잃으면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유 있는 구간에서 미리 올려 두고 어려운 구간을 그 상태로 버티는 편이 낫습니다.

적을 부수는 것보다 살아남는 쪽이 이득인 경우도 자주 생깁니다. 무리해서 화면 위쪽까지 올라가 적을 잡으려다 형태를 잃으면, 그 뒤 한참 동안 약한 화력으로 버텨야 합니다.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다가오는 것만 정확히 처리하는 쪽이 결국 더 멀리 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많이 죽는 곳은 적이 좌우에서 동시에 밀려드는 구간입니다. 이 게임의 적은 직선으로만 내려오지 않고 곡선을 그리며 파고들기 때문에, 화면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 양쪽에서 갇힙니다. 좌우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으면서 대응할 방향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기본입니다.

큰 적은 대개 약점이 정해져 있습니다. 몸통 전체에 총알을 뿌리기보다 한 지점에 계속 붙여 두는 편이 빠르고, 그동안 쏟아지는 탄을 피하려면 위아래로 잘게 움직이는 것보다 좌우로 크게 빠지는 편이 안전합니다. 큰 적 앞에서는 형태를 더 올리려고 욕심내지 말고, 지금 가진 화력으로 끝내는 데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데이터 이스트라는 회사

데이터 이스트는 남들이 잘 집지 않는 소재를 자주 집어 들던 회사입니다. 이 게임이 나온 1980년대 중반 전후로도 서양 만화 같은 액션, 시대극, 노골적인 코미디를 넘나드는 작품을 내놓았고, 내놓은 것들이 서로 하나도 닮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이 회사의 특징이었습니다. 슈팅에 진화라는 주제를 붙인 것도 그 성향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잡은 아이디어는 이듬해 나온 후속작으로 이어집니다. 후속작은 화면 연출과 기체 표현을 크게 바꾸면서도 진화라는 뼈대는 그대로 가져갔습니다. 두 편을 이어서 보면, 한 번 잡은 소재를 여러 번 밀어 보던 그 시절의 개발 방식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오락실에서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제목으로 기억되는 쪽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기체가 벌레처럼 생긴 슈팅, 먹으면 모양이 통째로 바뀌던 슈팅으로 떠올리는 사람은 적지 않습니다. 화면 색이 어둡고 적의 생김새도 기계보다 유기물에 가까워서, 같은 시기의 다른 종스크롤 슈팅과 나란히 놓이면 확실히 눈에 띄었습니다.

한 판이 짧지 않고 잘 풀릴 때는 형태가 계속 바뀌는 것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서,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기 좋은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봐도 파워업을 모으는 게 아니라 지켜 낸다는 감각은 여전히 신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