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 64
둠 64 (Doom 64 Europe) · 1997 · Midway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이식이 아니라 새로 만든 둠
둠이 여러 기기로 옮겨질 때 대부분은 원본의 스테이지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이 작품은 다릅니다. 스테이지도, 적의 그래픽도, 음악도 전부 이 기기를 위해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둠을 잘 아는 사람도 처음 보는 지도 앞에 서게 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둠입니다. 원작이 밝고 붉은 화면이었다면, 이쪽은 조명이 꺼진 복도와 그 끝의 붉은 눈빛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음악도 멜로디 대신 웅웅거리는 소음에 가까워서, 같은 게임인데 분위기가 훨씬 무겁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둠 64(Doom 64)는 1인칭 시점으로 지옥의 괴물들을 총으로 처리하며 스테이지를 통과하는 슈팅 게임입니다. 각 스테이지에는 출구가 있고, 그 출구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개는 색깔 열쇠를 찾아 잠긴 문을 열어야 하므로, 지도를 뒤지는 과정이 함께 따라옵니다.
무기는 권총에서 시작해 산탄총, 기관총, 로켓 발사기, 플라스마 계열로 늘어납니다. 상황에 맞는 무기를 고르는 것이 곧 생존입니다. 좁은 통로에서는 산탄총이, 멀리 있는 무리에게는 폭발 무기가 유리합니다.
적은 종류마다 움직임과 공격 방식이 다릅니다. 달려드는 부류, 멀리서 불덩이를 던지는 부류, 맞으면 한 번에 체력을 크게 깎는 부류가 섞여 나옵니다.
어둠 속에서 싸우는 법
이 작품의 조명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난이도의 일부입니다. 앞이 안 보이는 복도에서 소리만 들리는 상황이 자주 생기고, 어디서 공격이 날아올지 모르는 채로 전진하게 됩니다.
대응은 소리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적마다 내는 소리가 다르므로, 무엇이 근처에 있는지 귀로 먼저 파악하고 무기를 바꿔 드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모퉁이를 돌기 전에 잠시 멈춰 듣는 것만으로도 살아남는 횟수가 늘어납니다.
좁은 곳에서 정면 승부를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계열 게임에서 가장 기본적인 생존술은 계속 움직이는 것입니다. 옆으로 이동하면서 쏘면 상대의 투사체 상당수를 피할 수 있고, 여러 적이 몰릴 때는 넓은 공간으로 유인해 한쪽씩 처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지도를 읽는 일
스테이지는 단순한 일직선이 아닙니다. 문이 잠겨 있고, 스위치를 눌러야 길이 열리고, 벽 뒤에 숨은 방이 있습니다. 그래서 총을 쏘는 시간만큼 길을 찾는 시간이 듭니다.
막혔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자동 지도를 열어 아직 안 가 본 구역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대개는 지나쳐 온 방에 누르지 않은 스위치가 남아 있습니다. 벽이 미묘하게 다른 색으로 표시된 곳은 숨겨진 방일 가능성이 높으니 눌러 볼 만합니다.
숨겨진 방에는 대개 강한 무기나 회복 물자가 들어 있습니다. 찾아 두면 뒤 스테이지가 훨씬 수월해지므로, 여유가 있을 때 구석을 뒤져 보는 것이 이득입니다.
자원 관리
체력과 탄약이 넉넉하지 않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눈앞의 적을 강한 무기로 쓸어버리면 시원하지만, 뒤에 나오는 더 위험한 상대 앞에서 탄이 비어 있게 됩니다. 약한 적은 기본 무기로 처리하고 강한 무기는 아껴 두는 절제가 필요합니다.
체력이 낮을 때는 진행을 서두르지 말고 회복 물자를 찾는 편이 낫습니다. 이 게임은 한 번의 실수로 체력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구간이 있어서, 여유 없이 들어가면 그대로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됩니다.
이 판이 남긴 인상
둠은 1990년대 초 1인칭 슈팅이라는 장르를 대중화한 작품입니다. 그 뒤로 수많은 기기에 옮겨졌는데, 이 닌텐도64판은 그중에서 유일하게 독자적인 내용으로 만들어진 축에 듭니다. 오랫동안 이 기기에서만 볼 수 있었던 탓에 알려질 기회가 적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둠 자체를 컴퓨터로 접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래서 이 판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드문데, 원작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조작으로 처음 보는 지도를 도는 경험이 꽤 특별하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