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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프트 아웃 94

드리프트 아웃 94 (Drift Out 94 the Hard Order Japan) · 1994 · V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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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게임에서 미끄러지는 것은 보통 실수입니다. 그런데 랠리를 소재로 한 게임에서는 미끄러지는 것이 기술입니다. 이 게임은 제목에 아예 드리프트를 달아 놓고, 코너에 들어가기 전에 차를 옆으로 흘려보내 빠르게 방향을 트는 조작을 게임의 중심에 놓았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죽이는 대신, 속도를 유지한 채 차체를 돌리는 감각을 익혀야 기록이 나옵니다.

드리프트 아웃 94(Drift Out '94)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랠리 레이싱 게임입니다. 코스를 따라 달리며 정해진 구간을 시간 안에 통과하는 구조이고, 코너에서 얼마나 매끄럽게 차를 흘려보내느냐가 기록을 결정합니다.

드리프트 아웃 94 레이싱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4)

내려다보는 시점의 이유

1994년이면 이미 뒤에서 따라가는 시점의 3차원 레이싱 게임이 오락실에 자리 잡았을 때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방식을 유지했습니다.

이 선택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드리프트는 차체가 진행 방향과 다른 쪽을 향하는 상태인데, 뒤에서 따라가는 시점에서는 그 각도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위에서 보면 차가 얼마나 틀어져 있고 어느 쪽으로 미끄러지는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덕분에 이 게임에서는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코너를 벗어났다면 언제 어느 각도에서 흘렸는지가 화면에 그대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명확함이 반복 플레이를 부릅니다.

드리프트를 만드는 법

기본은 코너 진입 전에 미리 방향을 트는 것입니다. 코너에 도착해서 꺾으면 이미 늦습니다. 조금 앞에서 차를 흘려보내 놓고, 코너를 도는 동안 다시 방향을 잡아 나오는 흐름입니다.

너무 많이 흘리면 차가 돌아 버리고 속도를 잃습니다. 너무 적게 흘리면 바깥으로 밀려 코스를 벗어납니다. 이 사이의 적정선을 찾는 것이 이 게임의 연습 내용 전부라고 해도 됩니다.

노면도 영향을 줍니다. 포장된 길과 흙길에서 미끄러지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코너라도 노면에 따라 진입 시점을 달리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일반 서킷 레이싱과 랠리 게임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시간과의 싸움

이 게임에서 진짜 상대는 다른 차가 아니라 시계입니다. 구간마다 제한 시간이 있고, 그 안에 통과하지 못하면 끝납니다. 통과하면 남은 시간이 다음 구간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한 번의 실수가 그 구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초반에 벽을 몇 번 긁으면 그만큼 여유가 줄어들고, 후반 구간에서는 완벽하게 달려도 시간이 모자라게 됩니다. 앞부분을 얼마나 깔끔하게 지나느냐가 뒷부분의 난이도를 정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도 여기입니다. 실력이 늘고 있는데도 매번 비슷한 구간에서 끝나는데, 그 이유는 그 구간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앞에서 시간을 흘렸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시리즈 안에서

이 게임에는 앞선 작품이 있습니다. 같은 이름을 단 랠리 게임이 몇 해 전에 나왔고, 이 작품은 그 뒤를 잇는 판본입니다. 기본적인 조작 감각과 내려다보는 시점은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그림과 코스 구성입니다. 화면이 더 정교해졌고, 코스도 늘어나고 다양해졌습니다. 다만 근본적인 재미는 앞선 작품과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로 승부하기보다 기존의 감각을 다듬은 쪽입니다.

비스코는 이 시기 오락실에서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였습니다. 대형 회사들이 3차원 그래픽 경쟁에 뛰어들던 때에, 이런 회사들은 확실히 잘하는 한 가지를 붙잡고 가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 게임의 드리프트 감각이 바로 그 한 가지였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국내에서 이 게임은 널리 보급된 축은 아니었습니다. 1994년 국내 오락실의 레이싱 자리는 대형 체감형 기계가 차지하고 있었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방식은 이미 옛날 스타일로 여겨지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만난 사람은 대체로 작은 오락실이나 게임 코너에서였습니다. 화려하지 않은 대신 조작이 가볍고 한 판이 짧아서, 잠깐 시간을 때우기에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드리프트가 손에 붙는 순간의 만족감이 의외로 크고, 그것 때문에 몇 번씩 다시 붙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