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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가 스트라토 파이터

라이가 스트라토 파이터 (Raiga Strato Fighter Us) · 1991 · Tecm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가로 스크롤 슈팅에서 뒤쪽에서 적이 튀어나오면 대개는 그냥 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버튼 하나로 기체를 통째로 뒤로 돌려세웁니다. 진행 방향은 그대로인데 총구만 반대편을 향하는 그 감각이 처음에는 어색하다가, 몇 판 하고 나면 이 게임의 전부가 그 버튼에 걸려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라이가 스트라토 파이터(Raiga: Strato Fighter)는 테크모가 1991년에 내놓은 가로 스크롤 슈팅입니다. 서기 2135년, 우주 식민지를 근거지로 삼은 침략군이 지구를 노리고, 플레이어는 MB-OG 라이가라는 이름의 전투기를 몰고 이를 막아냅니다. 두 명이 동시에 붙어 할 수 있어서 오락실에서는 둘이 나란히 앉아 화면 위아래를 나눠 맡는 그림이 자주 나왔습니다.

라이가 스트라토 파이터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1)

앞뒤로 돌아서는 기체

조작은 8방향 레버에 버튼 두 개입니다. 하나는 사격, 다른 하나가 방향 전환입니다. 이 두 번째 버튼을 누르면 기체가 몸을 뒤집어 왼쪽을 겨눕니다. 화면은 계속 오른쪽으로 흐르는데 총알만 뒤로 나가는 상태가 되는 셈입니다.

이 구조 때문에 이 게임의 위치 잡기는 보통 가로 슈팅과 다릅니다. 일반적인 가로 슈팅은 화면 왼쪽 3분의 1쯤에 자리를 잡고 오른쪽에서 오는 것을 처리하는 게 정석입니다. 그런데 라이가는 뒤에서 감아 들어오는 편대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화면 한가운데를 지키면서 필요할 때마다 총구를 홱 돌리는 쪽이 오히려 안전합니다.

처음 하는 분이 가장 많이 당하는 게 이 부분입니다. 앞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 뒤에서 붙은 적기에 옆구리를 내주는 식입니다. 화면 가장자리에서 무언가가 들어오는 기척이 보이면 반사적으로 버튼을 눌러 돌아서는 습관을 들이면, 잔기가 눈에 띄게 오래 갑니다.

라이가 스트라토 파이터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1)

무장을 어떻게 키우느냐

파워업은 적 편대를 통째로 지웠을 때 떨어지는 아이템으로 챙깁니다. 같은 계열을 계속 먹으면 화력이 층층이 올라가고, 다른 계열을 먹으면 무기 자체가 바뀝니다. 슈팅에 익숙하지 않다면 여기저기 손대지 말고 한 가지를 밀어붙이는 편이 낫습니다.

문제는 죽었을 때입니다. 이 시절 슈팅이 대개 그렇듯 피격당하면 화력이 초기 상태로 돌아가고, 화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화면을 채우는 적을 제때 치우지 못해 다시 죽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이른바 복귀 지옥입니다. 죽고 난 직후에는 욕심내지 말고 화면 구석에서 아이템부터 챙기며 몸을 추스르는 게 결과적으로 빠릅니다.

스테이지와 보스

배경은 우주 요새와 콜로니, 기계로 뒤덮인 통로를 오갑니다. 좁은 지형을 통과하는 구간에서는 적보다 벽이 더 무섭습니다. 화면이 밀어붙이는 속도에 갇혀 벽에 몰리는 사고가 나기 쉬우므로, 좁은 길에 들어서면 앞쪽 여유 공간을 미리 만들어 두고 진입하는 게 안전합니다.

스테이지 끝마다 큰 덩치의 보스가 버티고 있습니다. 이런 대형 보스들은 대개 약점 부위가 정해져 있어서, 아무 데나 쏘는 것보다 발광부나 관절처럼 색이 다른 지점을 집중적으로 때리는 쪽이 훨씬 빨리 끝납니다. 보스전에서는 뒤로 돌아 쏘는 기능도 요긴합니다. 보스 본체를 지나쳐 뒤쪽으로 빠진 다음 몸을 돌려 쏘면, 정면에서 쏟아지는 탄을 정면으로 받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구간이 나옵니다.

테크모라는 이름

테크모는 1980년대 후반 오락실에서 '닌자 가이덴'과 '테크모 볼'로 이름을 알린 회사입니다. 슈팅 쪽에서는 '제미니 윙' 같은 작품을 남겼고, 이 시기 일본 아케이드 업계가 그랬듯 액션과 스포츠, 슈팅을 두루 만들면서 기판 기술을 함께 굴렸습니다.

라이가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화려한 축에 듭니다. 다중 스크롤로 겹겹이 흐르는 배경과 큼직하게 그린 보스는 1991년 기준으로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다만 같은 해 오락실은 대전 격투 열풍이 막 시작되던 시점이었고, 슈팅 장르 안에서도 굵직한 경쟁작이 많아 이 게임이 자리를 넓게 차지하지는 못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국내 오락실에서 라이가는 흔한 기판은 아니었습니다. 슈팅 자리에는 대체로 더 유명한 작품들이 먼저 놓였고, 이 게임은 슈팅 기판을 여러 대 굴리는 큰 오락실이나 기판을 자주 바꾸는 가게에서 가끔 마주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보다, 뒤로 돌아 쏘던 그 비행기로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이 게임의 개성이 오히려 또렷하게 보입니다. 뒤를 향해 쏜다는 아이디어 하나를 게임 전체의 설계 원칙으로 삼았고, 그 덕에 익숙한 가로 슈팅 문법이 통하지 않는 구간이 계속 나옵니다. 정석대로 눌러앉아 클리어하는 게임이 아니라, 매 화면 어느 쪽을 볼지 결정해야 하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