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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온 벙글링 베이

레이드 온 벙글링 베이 (Raid on Bungeling Bay) · 1984 · S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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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에서 심시티가 나왔습니다

이 게임을 만든 사람은 폭격할 섬을 그리기 위해 지도 편집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부수는 것보다 짓는 쪽이 훨씬 재미있다는 걸 깨달았고, 그 생각이 몇 년 뒤 도시 건설 게임으로 이어졌습니다. 게임 역사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이고, 그 출발점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그 뒷이야기를 알고 나서 다시 보면 이 게임의 섬이 달라 보입니다.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 상태가 바뀌는 하나의 지도이기 때문입니다.

레이드 온 벙글링 베이 슈팅 게임 화면 1 - MSX (1984)

어떤 게임인가

레이드 온 벙글링 베이(Raid on Bungeling Bay)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헬기 액션입니다. 바다에 떠 있는 항공모함에서 헬기를 띄워, 섬 곳곳에 흩어진 여섯 개의 적 공장을 폭격해 없애는 것이 목표입니다.

스테이지가 나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이 게임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화면은 하나의 커다란 섬 지도를 따라 자유롭게 흘러가고, 플레이어는 그 위를 마음대로 오갑니다. 어디부터 칠지, 언제 돌아올지 전부 스스로 정합니다.

기관총은 계속 쏠 수 있지만 공장을 부수는 폭탄은 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다 쓰면 항공모함으로 돌아가 보급을 받고 손상도 고칩니다. 이 왕복이 게임의 기본 리듬입니다.

화면 아래쪽에는 남은 폭탄과 기체 상태가 표시됩니다. 이 숫자를 계속 신경 쓰면서 언제 돌아갈지 정하는 것이 실제 플레이의 대부분입니다. 폭탄이 다 떨어진 채로 섬 한가운데를 헤매는 것만큼 위험한 상황이 없습니다.

레이드 온 벙글링 베이 슈팅 게임 화면 2 - MSX (1984)

늦출수록 적이 강해집니다

이 게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시간입니다. 공장을 오래 남겨 둘수록 적은 그 공장에서 무기를 만들어 냅니다. 처음에는 대공포 몇 문뿐이던 섬에 전투기가 늘어나고, 유도 미사일이 날아오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커다란 전함까지 나와 내 항공모함을 노립니다.

항공모함이 가라앉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단순한 폭격 게임이 아니라, 공격을 서두를 것인가 방어에 힘을 나눌 것인가를 계속 저울질하는 게임이 됩니다. 초반에 얼마나 빨리 공장을 줄이느냐가 뒷부분의 난이도를 통째로 결정합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무기는 그냥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쫓아다니는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지나가면 그만이던 대공포가 나중에는 예측 사격을 하고, 전투기는 뒤를 물고 따라옵니다. 초반이 조용하다고 여유를 부리면 후반에 갚아야 합니다.

요령

첫 번째 요령은 공장을 어중간하게 두고 떠나지 않는 것입니다. 공장은 폭탄 몇 발을 맞아야 무너지는데, 반쯤 부순 채 자리를 뜨면 시간이 지나며 복구됩니다. 한 곳을 정하면 그곳을 확실히 끝내고 나오는 편이 훨씬 이득입니다.

두 번째는 지도를 외우는 것입니다. 공장 위치와 대공포가 밀집한 구간을 알면 항공모함에서 목표까지 가는 길을 짧게 잡을 수 있습니다. 폭탄이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은 일을 하고 돌아오는 것이 좋습니다.

세 번째는 무리하지 않는 것입니다. 적기가 붙었을 때 억지로 공장을 노리다 보면 헬기를 잃습니다. 일단 떨쳐 내고 다시 접근하는 편이 결과가 낫습니다.

마지막 요령은 항공모함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나만 살아남으면 되는 게임이 아니라 돌아갈 곳이 있어야 하는 게임입니다. 적 전함이 나타났다는 신호가 보이면 공장을 잠시 미뤄 두고 그쪽을 먼저 처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처음 켜면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습니다

요즘 게임에 익숙한 사람이 이 게임을 켜면 몇 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안내가 거의 없고, 화면에 나오는 것은 섬과 바다와 내 헬기뿐입니다. 처음 몇 판은 지도를 익히는 데 쓴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지도가 머릿속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게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어디를 먼저 치고 어디를 나중에 둘지 계획이 서고, 그 계획대로 섬이 조용해지는 과정이 이 게임의 진짜 재미입니다.

여러 기기로 퍼진 게임

원래 8비트 컴퓨터용으로 나온 뒤 일본에서 가정용 기기와 컴퓨터로 옮겨졌고, 이 판도 그중 하나입니다. 국내에서도 이 계열 컴퓨터가 학습용이라는 이름으로 제법 보급되어 있었기 때문에, 당시 그 기기를 만졌던 사람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화면일 것입니다.

여러 기기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화면 크기와 색이 조금씩 달라졌지만, 뼈대는 어느 판에서나 같습니다. 헬기 한 대로 섬 하나를 상대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나빠지는 그 구조입니다. 40년 전 게임이 이런 설계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 보면 더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