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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히어로

레이싱 히어로 (Racing Hero fd1094 317 0144) · 1989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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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아니라 오토바이입니다

오락실 레이싱은 대부분 자동차였습니다. 핸들을 잡고, 페달을 밟고, 기어를 넣습니다. 그런데 오토바이는 감각이 다릅니다. 차체가 몸을 감싸 주지 않아 부딪히면 그대로 튕겨 나가고, 커브에서는 핸들을 꺾는 게 아니라 몸을 기울여 돕니다. 화면에서도 이 차이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커브에 들어가면 라이더가 도로 쪽으로 몸을 눕히고, 화면이 함께 기울어집니다.

세가는 이 감각을 기계로도 구현하는 데 관심이 많았던 회사입니다. 실제로 앉는 자리가 오토바이 모양으로 생겨서, 몸을 좌우로 기울여 조작하는 캐비닛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앉는 순간 이미 게임이 시작되는 구조였습니다.

레이싱 히어로 레이싱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9)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레이싱 히어로(Racing Hero)는 뒤에서 따라가는 시점으로 오토바이를 몰아 코스를 완주하는 레이싱입니다. 이 시기 오락실 레이싱의 공식대로, 제한 시간이 주어지고 체크포인트를 지날 때마다 시간이 늘어납니다. 시간이 다 되면 어디에 있든 게임이 끝납니다.

도로에는 다른 주행자들이 잔뜩 있습니다. 이들은 나와 순위를 다투는 상대이기도 하고, 진로를 막는 장애물이기도 합니다. 오토바이는 차보다 폭이 좁아서 차 사이의 틈으로 파고들 수 있는데, 이 게임의 가장 큰 재미가 거기 있습니다. 자동차 레이싱이라면 막혔을 자리를 오토바이는 비집고 지나갑니다.

대신 대가도 큽니다. 부딪히면 라이더가 그대로 날아가고, 다시 달리기 시작할 때까지 시간을 크게 잃습니다. 파고들 것인가 뒤에 붙어 기다릴 것인가를 매 순간 고르게 만드는 게 이 게임의 구조입니다.

레이싱 히어로 레이싱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9)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수는 최고 속도로 차 사이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틈이 있어 보여도 앞차가 차선을 조금만 옮기면 틈이 사라지고, 그 속도로는 대응할 수 없습니다. 파고들 때는 오히려 살짝 속도를 늦춰 앞차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들어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두 번째는 커브에서의 자리 잡기입니다. 커브가 오면 그 안쪽 차선에 미리 붙어야 합니다. 바깥쪽에 있다가 커브에 들어가면 원심력에 밀려 도로를 벗어나기 쉽고, 그 상태에서 다른 주행자와 만나면 그대로 넘어집니다. 도로가 어느 쪽으로 휘는지는 화면 위쪽에서 먼저 보이니, 시선을 멀리 두고 미리 옮겨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은 체크포인트 직전과 교통량이 갑자기 늘어나는 구간입니다. 남은 시간이 몇 초일 때 무리하게 파고들다 넘어지면 그 판은 사실상 끝입니다. 이럴 때는 확실히 뚫린 차선을 골라 안전하게 통과하는 쪽이 결과적으로 빠릅니다. 한 번 넘어지는 손해가 추월 몇 번으로 버는 시간보다 큽니다.

1989년 세가의 오락실

1980년대 후반 세가는 오락실에서 체감형 기계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앉는 자리가 움직이고, 핸들이 진동하고, 몸을 기울여 조작하는 기계들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아웃런이 만들어 놓은 흐름 위에서, 자동차 말고 다른 탈것을 다루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오토바이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이 시기 세가 기판에는 롬을 암호화하는 보호 장치가 들어 있었습니다. 기판을 그대로 복제해 파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였는데, 이 게임의 롬셋 이름에 붙은 번호도 그 보호 칩 번호입니다. 당시 오락실 업계에서 무단 복제 기판이 얼마나 큰 문제였는지를 보여 주는 흔적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오토바이 캐비닛은 국내에서도 눈에 띄는 기계였습니다. 앉아서 몸을 기울이는 모습이 밖에서 보기에도 재밌어서 구경꾼이 붙었습니다. 다만 대수는 적었습니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값이 비싸서 큰 오락실에나 한 대 들어갔고, 고장도 잦았습니다. 기울이는 부분이 헐거워진 기계에서는 조작이 제대로 먹지 않아 애를 먹곤 했습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하면 그 기울이는 장치는 없습니다. 대신 화면이 기울고 라이더가 몸을 눕히는 표현은 그대로라, 어떤 감각을 노린 게임이었는지는 충분히 전해집니다. 차 사이의 좁은 틈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순간의 쾌감은 캐비닛이 없어도 남아 있습니다. 몇 판 돌리다 보면 어느 구간에서 왜 넘어졌는지가 몸에 기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