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레존

레존 (Rezon) · 1992 · Allumer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1992년, 슈팅이 가장 붐비던 해

1992년 오락실은 대전 격투가 판을 뒤집어 놓은 직후였습니다. 한쪽 벽이 통째로 격투 게임으로 채워지고, 손님들이 그 앞에 줄을 서던 시기입니다. 그런데도 슈팅 게임은 여전히 꾸준히 나왔습니다. 오히려 그 해는 슈팅의 완성도가 가장 높았던 때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미 10년 넘게 다듬어진 형식이라, 신작들은 화면과 무기 체계를 깎고 또 깎은 상태로 나왔습니다.

문제는 그만큼 경쟁이 지독했다는 것입니다. 이름난 시리즈들이 매년 새 작품을 내놓고 있었고, 그 사이에 신작을 끼워 넣어 오락실 주인의 선택을 받으려면 확실한 한 방이 필요했습니다. 레존은 그런 상황에서 나온 물건입니다.

레존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2)

어떤 게임인가

레존(Rezon)은 알루메르가 1992년에 내놓은 아케이드 슈팅 게임입니다. 화면이 흐르는 가운데 내 기체를 몰아 앞에서 쏟아지는 적을 처리하고, 구간 끝의 큰 적을 상대하는 구조입니다. 2인 동시 플레이를 지원해서 옆자리와 함께 붙을 수 있었습니다.

이 게임의 성격을 만드는 것은 무기 체계입니다. 진행 중 얻는 아이템이 기체 옆에 붙어 따라다니며 함께 쏘고, 어떤 것을 골라 붙였느냐에 따라 탄이 나가는 방향과 성질이 달라집니다. 앞쪽에 화력을 몰아 놓을 수도 있고, 넓게 퍼지도록 배치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구간이라도 무기 구성에 따라 난이도가 확 바뀌기 때문에, 무엇을 언제 붙이느냐가 실력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레존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2)

무기를 고르는 게 실력인 게임

이 계열 슈팅을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아이템이 보이는 대로 다 먹는 것입니다. 그러면 애써 갖춘 구성이 엉뚱한 것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슈팅에서 아이템은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지금 내 구성에 맞는지 아닌지가 먼저입니다. 잘 굴러가고 있는 조합이라면 새 아이템을 일부러 흘려보내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요령은 화면 아래쪽에 머무는 것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새로 나타나는 적을 볼 시간이 짧아집니다. 화면 아래 3분의 1쯤에 자리를 잡으면 반응할 여유가 생기고, 좌우로 피할 공간도 남습니다. 진도를 빨리 빼겠다고 위쪽에 붙는 습관은 거의 언제나 손해입니다.

세 번째는 큰 적을 만났을 때입니다. 이런 상대는 대개 정해진 순서로 공격을 반복합니다. 처음에는 죽으면서 그 순서를 외우는 것이 정상이고, 외우고 나면 피할 자리가 보입니다. 초보와 숙련자를 가르는 것은 반사 신경이 아니라 몇 번 봤느냐입니다. 그래서 이 장르는 같은 구간을 반복해서 익히는 재미로 굴러갑니다.

알루메르라는 이름

알루메르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활동한 일본 회사입니다. 크게 이름을 알린 대표작으로 기억되기보다, 이 시기 아케이드 기판을 여럿 남긴 쪽에 가깝습니다. 특히 세타라는 회사와 기술적으로 얽혀 있어서, 이 두 이름이 함께 붙은 기판이 여럿 있습니다. 이 게임 역시 그 계열의 하드웨어 위에서 돌아갑니다.

이런 회사들이 1990년대 초에 겪은 사정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오락실 시장이 대전 격투로 재편되면서 슈팅 기판의 수요가 줄었고, 개발비는 오르는데 팔리는 수는 줄었습니다. 이름난 시리즈를 가진 회사들만 버텼고, 나머지는 몇 년 안에 사라지거나 다른 사업으로 옮겼습니다. 알루메르의 작품 목록이 1990년대 초반에서 사실상 끊기는 것도 그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국내 오락실과 지금

국내에서 이 게임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1992년 한국 오락실의 주인공은 단연 대전 격투였고, 슈팅 자리는 이미 이름값이 있는 몇몇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새로 들어온 무명 슈팅은 손님이 붙기 전에 다른 기판으로 교체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따로 부르던 별명도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켜 보면 오히려 이런 게임이 갖는 장점이 보입니다. 유명작들은 이미 공략이 다 알려져 있어서 정답을 따라가는 느낌이 드는데, 이런 물건은 아무 정보 없이 시작해 스스로 알아내야 합니다. 무기 조합을 이것저것 바꿔 보면서 어느 구성이 편한지 찾는 과정이 그대로 재미가 됩니다. 1990년대 초 슈팅이 어디까지 다듬어져 있었는지 확인하기에도 좋은 표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