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니모
리틀 니모: 더 드림 마스터 (Little Nemo the Dream Master Europe) · 1990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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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가 사탕입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잠옷 차림의 어린아이이고, 손에 든 것은 사탕입니다. 적에게 사탕을 던지면 죽는 게 아니라 잠이 듭니다. 그리고 잠든 동물 위에 올라타면 그 동물의 몸을 입고 움직이게 됩니다.
개구리를 타면 높이 뛰고, 고릴라를 타면 벽을 부수고, 두더지를 타면 땅속을 파고 다닙니다. 도마뱀은 벽을 타고 오르고, 벌은 날아다니며, 게는 집게로 앞을 막습니다. 같은 스테이지라도 어떤 동물을 데리고 있느냐에 따라 갈 수 있는 곳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어떤 게임인가
리틀 니모(Little Nemo: The Dream Master)는 꿈의 나라를 무대로 한 횡스크롤 액션입니다. 무작정 오른쪽으로 달리는 게임이 아니라, 스테이지 곳곳에 숨겨진 열쇠를 정해진 개수만큼 모아야 출구 문이 열립니다. 그래서 위로 아래로, 왔던 길로 되돌아가며 구석구석을 뒤지게 됩니다.
원작은 20세기 초 신문에 실리던 만화이고, 게임이 직접 바탕으로 삼은 것은 그 만화를 옮긴 극장 애니메이션입니다. 원작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면서, 안쪽은 잘 짜인 액션 게임으로 만들어 낸 솜씨가 이 작품의 가치입니다.
동물마다 조작감이 확실히 다릅니다. 개구리를 타면 몸이 붕 떠서 착지 지점을 미리 재야 하고, 두더지를 타면 땅속에서 방향 감각을 잃기 쉽습니다. 새로운 동물을 처음 탔을 때는 안전한 자리에서 한두 번 움직여 보고 감을 잡는 편이 낫습니다.
열쇠를 찾는 구조
열쇠는 눈에 잘 띄는 곳에만 있지 않습니다. 특정 동물이 있어야만 닿는 자리, 벽 뒤나 물속처럼 그냥 지나치면 보이지 않는 자리에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반사 신경만큼이나 지형을 읽는 눈이 필요합니다.
동물을 관리하는 것도 실력입니다. 타고 있는 동물은 몇 번 맞으면 떨어져 나가고, 다시 재우려면 사탕이 필요합니다. 그 사탕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아무 데나 던지다 보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빈손이 됩니다. 지나가는 적은 넘기고, 타야 할 동물에게만 쓰는 절약이 필요합니다.
막혔다면 대개 동물을 잘못 두고 온 경우입니다. 왔던 길을 되짚어 필요한 동물을 다시 재워 데려오면 길이 열립니다.
스테이지는 전부 여덟 개이고, 각각 무대의 성격이 뚜렷합니다. 버섯이 자란 숲, 인형의 집, 물속, 얼음 위처럼 무대가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동물과 필요한 능력도 함께 바뀝니다. 앞 스테이지에서 쓰던 방법이 다음 스테이지에서 통하지 않는 구성이라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후반의 돌변
앞쪽 스테이지는 동화 같습니다. 색이 밝고, 음악이 편안하고, 적도 귀엽습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무대가 어두워지고, 악몽의 영역에 들어서면 게임이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 줍니다.
이 구간에서는 사탕 대신 지팡이를 들고 직접 공격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난이도가 크게 뜁니다. 발판이 좁아지고 적이 촘촘해져서 한 번 실수가 곧바로 목숨으로 이어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대개 여기서 남은 목숨을 다 씁니다.
이 구간을 넘는 요령은 서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발판 하나를 건널 때마다 적의 움직임을 한 주기 지켜보고 나서 뛰면, 눈으로 보고 반응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지나갈 수 있습니다.
목숨이 아깝다면 열쇠를 다 모은 뒤 굳이 남은 구역을 뒤지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문이 열린 순간부터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만 모으고 빠져나오는 판단이 후반부 체력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이 게임을 만든 캡콤은 이 무렵 남의 판권을 빌려 만든 가정용 액션 게임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원작의 그림을 작은 화면 안에 옮기면서도 조작감은 자기 회사 것으로 만들어 내는, 그 시기 특유의 솜씨가 이 작품에도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특히 음악과 배경 연출이 좋습니다. 스테이지마다 분위기가 뚜렷하게 다르고, 그 분위기가 곧 그 판의 규칙을 짐작하게 해 줍니다.
한국에서
국내에는 정식으로 들어온 물건이 아니라, 여러 게임을 한데 묶어 팔던 복사팩을 통해 퍼진 쪽입니다. 그래서 제목은 몰라도 사탕을 던져 동물을 재우던 장면만은 또렷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 다시 해 봐도 그 아이디어 하나로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여전합니다.
잘 만든 게임인데 상업적으로 크게 터지지는 않았다는 점도 이 작품에 따라붙는 이야기입니다. 원작 만화도 애니메이션도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도 사탕과 동물이라는 규칙 하나만큼은 지금 봐도 독창적이고, 그것만으로 한 번 해 볼 이유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