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스 플러스
마크로스 플러스 (Macross Plus) · 1996 · MOSS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형태를 바꾸면 무기가 바뀝니다
마크로스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발키리가 세 가지 모습으로 바뀐다는 것도 알 것입니다. 날개를 편 전투기, 다리가 나온 중간 형태, 그리고 사람 모양으로 선 로봇입니다. 이 게임은 그 설정을 그대로 조작에 붙였습니다.
아이템을 먹을 때마다 형태가 바뀌고, 형태마다 쏘는 것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전투기일 때는 앞으로 곧게 뻗는 사격이 되고, 로봇으로 서면 사거리는 짧아지는 대신 넓게 퍼집니다. 그러니까 이 게임에서 아이템은 무기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무기를 갈아 끼우는 것입니다. 강해지는 게 아니라 성격이 바뀝니다.
어떤 게임인가
마크로스 플러스(Macross Plus)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원작 영상물의 기체와 인물을 그대로 가져와, 밀려오는 적기와 함대를 뚫고 나가며 각 면 끝의 보스를 상대합니다.
고를 수 있는 기체는 셋입니다. 원작 주역 두 사람이 각각 자기 기체를 몰고 나오고, 여기에 양산형 기체를 모는 여성 파일럿이 한 명 더 있습니다. 셋은 같은 세 가지 형태를 쓰지만 형태마다 나오는 무기가 서로 달라서, 사실상 아홉 가지 사격을 나눠 가진 셈입니다.
조작은 레버에 버튼 여럿입니다. 기본 사격과 폭탄이 있고, 여기에 이 게임의 간판인 미사일이 붙습니다.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화면 안의 적에게 표적이 잡히고, 오래 누를수록 더 많이 잡힙니다. 손을 떼는 순간 잡아 둔 만큼의 미사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갑니다.
미사일을 얼마나 참느냐
이 게임의 재미는 대부분 이 미사일에서 나옵니다. 오래 누를수록 더 큰 한 방이 되지만, 누르고 있는 동안에는 일반 사격이 나가지 않습니다. 앞은 계속 막히는데 나는 미사일을 모으고 있는, 그 몇 초를 견디는 것이 이 게임의 긴장입니다.
요령은 상황을 나눠 쓰는 것입니다. 잡졸이 조금씩 나오는 구간에서는 미사일을 참고 모아 두었다가 무리가 몰려나올 때 한 번에 터뜨립니다. 반대로 앞이 두꺼운 구간에서는 미사일을 짧게 끊어 계속 흘려보내는 편이 안전합니다.
보스전에서는 형태 선택이 크게 갈립니다. 크고 느린 상대에게는 넓게 퍼지는 쪽이 좋고, 빠르게 움직이며 파고드는 상대에게는 앞으로 곧게 나가는 쪽이 낫습니다. 보스에 들어가기 전에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 두는 것이 이 게임의 준비 과정입니다.
원작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원작을 아는 사람에게는 화면에 나오는 것이 전부 반가운 게임입니다. 기체 모양과 변형 동작, 익숙한 곡조까지 원작의 인상을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판이 넘어가면서 나오는 장면들도 원작을 따라갑니다.
원작을 몰라도 게임 자체는 충분히 굴러갑니다. 변신이라는 장치가 곧 무기 교체라는 것만 알면 되고, 나머지는 여느 종스크롤 슈팅과 같습니다. 다만 왜 이 기체가 갑자기 사람 모양으로 서는지에 대한 감흥은 아무래도 덜합니다.
총 일곱 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끝까지 가면 고른 기체에 따라 다른 마무리가 나옵니다. 한 번 깬 뒤 이어서 더 진행하면 또 다른 마무리를 볼 수 있어서, 기체를 바꿔 가며 여러 번 붙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판권 슈팅이라는 자리
1990년대 중반 오락실에는 유명 만화나 영상물의 이름을 붙인 게임이 꽤 나왔습니다. 대개는 이름값에 기대어 대충 만든 것이라는 인상이 있었는데, 이 게임은 그 편견에서 벗어나 있는 축입니다. 변신을 무기 체계에 녹여 넣은 발상 자체가 원작이 없었어도 성립하는 아이디어이기 때문입니다.
화면도 그 시기 기판 성능을 잘 끌어 씁니다. 배경이 여러 겹으로 흐르고 기체 변형이 부드럽게 이어지며, 미사일 수십 발이 동시에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도 화면이 버팁니다. 미사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볼 값이 있습니다.
만든 곳은 이후로도 슈팅을 계속 만들어 온 팀입니다. 이 게임에서 보이는 취향, 즉 화면을 화려하게 채우면서도 조작에는 분명한 선택을 요구하는 방식은 이 팀의 뒷작품들에서도 이어집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자주 보이는 기판은 아니었습니다. 일본 안에서 주로 돌았고, 판권물이라는 특성상 배급도 제한적이었습니다. 대신 원작을 좋아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게임이 있다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1996년이면 국내 오락실도 대전 격투가 자리를 대부분 차지하던 시기라 새 슈팅이 들어올 자리 자체가 좁았습니다. 이 게임이 뒤늦게 이름이 오르내리게 된 것도 슈팅을 찾아 듣는 사람들이 거슬러 올라가 발견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지금 해 보면 미사일을 모았다가 터뜨리는 그 리듬 하나로 충분히 붙잡히는 게임입니다. 기체 셋과 형태 셋의 조합을 하나씩 확인해 보는 것만으로도 여러 판이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