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마우스의 환상의 성
미키 마우스의 환상의 성 (Land of Illusion Starring Mickey Mouse Europe) · 1993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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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비트 기기에서 나온 가장 아름다운 화면 중 하나
마스터시스템은 색을 많이 쓸 수 없는 기기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화면을 보면 그 사실을 잠깐 잊게 됩니다. 성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빛이 들어오고, 지하 동굴의 물이 잔잔하게 일렁이고, 눈 덮인 산길에는 눈송이가 떨어집니다. 적은 색으로 이만큼 분위기를 만들어 낸 8비트 게임은 손에 꼽습니다.
미키 마우스의 움직임도 공을 들여 그려져 있습니다. 뛰다가 멈추면 미끄러지며 발을 구르고, 물속에 들어가면 헤엄치는 동작이 따로 있고, 가만히 두면 지루한 듯 주변을 둘러봅니다. 이 작은 동작들이 캐릭터를 살아 있게 만듭니다.
어떤 게임인가
미키 마우스의 환상의 성(Land of Illusion Starring Mickey Mouse)은 미키 마우스를 조종해 마법의 성과 그 주변 세계를 탐험하는 플랫폼 액션 게임입니다. 마을 사람들의 행복을 지키던 마법의 수정이 사라지면서 세계가 어두워졌고, 미키가 그것을 되찾으러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기본 조작은 뛰고 점프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적을 밟거나, 물건을 들어 던지는 동작이 붙습니다. 스테이지는 지도 화면에서 골라 들어가고, 하나를 끝내면 다음 곳으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다만 이 게임의 지도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고, 새 도구를 얻은 뒤 예전 스테이지로 되돌아가야 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도구를 얻으면 세계가 넓어집니다
이 게임이 단순한 플랫폼 액션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진행하다 보면 밧줄, 마법 콩, 물속에서 숨을 쉬게 해 주는 물건 같은 도구를 하나씩 얻게 됩니다. 각각은 특정한 곳에서만 쓸 수 있고, 그 도구가 있어야만 넘어갈 수 있는 장애물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지나갈 때 넘지 못했던 절벽이나 들어가지 못했던 물속 통로가, 나중에 도구를 손에 넣고 돌아오면 열립니다. 앞으로만 가는 게임이 아니라 지도를 오가며 뒤늦게 길을 여는 구조인 셈입니다. 이 되돌아가기 덕분에 한 번 깬 스테이지도 다시 들어가 볼 이유가 생깁니다.
덕분에 막혔을 때 해야 할 일이 분명합니다. 어떤 스테이지에서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지형을 만났다면, 그건 실력 부족이 아니라 아직 필요한 도구가 없다는 뜻입니다. 다른 곳을 먼저 뒤져 도구를 챙긴 다음 돌아오면 됩니다.
물과 얼음
스테이지마다 다루는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물속 구간입니다. 물에 들어가면 몸이 느려지고, 뛰어오르는 대신 위아래로 헤엄치게 됩니다. 지상의 감각으로 조작하면 벽에 부딪히기 십상이라, 물속에서만 통하는 움직임을 따로 익혀야 합니다.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는 도구가 없으면 오래 머물 수도 없습니다.
얼음 구간은 반대로 발이 미끄러집니다. 방향키를 놓아도 계속 밀려가니, 좁은 발판 위에서 정확히 멈추는 것이 어렵습니다. 여기서는 아예 한 걸음 일찍 멈추거나, 미끄러지는 거리까지 계산해서 뛰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지형이 조작 감각을 바꾸는 방식은 이 게임 전체를 관통합니다. 같은 조작법인데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니, 스테이지마다 처음 몇 걸음은 조심스럽게 감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시리즈 안에서
마스터시스템에는 미키 마우스를 주인공으로 한 플랫폼 액션이 여러 편 나왔습니다.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뒤쪽에 속하며, 앞선 작품들에 비해 확실히 규모가 커졌습니다. 앞 작품들이 스테이지를 순서대로 지나가는 구성이었다면, 이쪽은 지도를 오가고 도구로 길을 여는 구조를 갖췄습니다.
같은 시기 16비트 기기에도 비슷한 미키 게임이 나왔지만, 8비트판은 그것을 줄인 물건이 아니라 따로 설계된 게임입니다. 화면 크기와 성능에 맞춰 스테이지 구성 자체가 다르게 짜여 있어서, 두 판본을 다 해 본 사람이라면 각각을 별개의 작품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난이도는 친절한 편입니다. 체력이 넉넉하고 회복 수단도 곳곳에 있어서, 플랫폼 액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대신 도구를 놓치면 진행이 막히니, 스테이지를 지나며 구석구석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