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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바크레이드

배틀 바크레이드 (Battle Bakraid Unlimited Version U S a Tue Jun 8 1999) · 1999 · Eigh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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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새겨지는 슈팅

이 게임을 처음 켜면 이름을 입력하라는 화면이 나옵니다. 슈팅 게임에서 시작 전에 이름을 받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이름은 그냥 기록용이 아니라, 게임 안에서 실제로 불립니다. 스테이지를 넘길 때 화면에 내 이름이 나오고, 잘하고 있으면 격려하는 말이, 못하고 있으면 다른 말이 붙습니다. 기계가 나를 알아보는 듯한 이 연출이 이 게임의 첫인상입니다.

덕분에 한 판이 그냥 스테이지를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내 기록을 쌓아 가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죽고 다시 시작해도 그 이름이 계속 따라오니, 이번 판은 더 잘해 보자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배틀 바크레이드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9)

어떤 게임인가

배틀 바크레이드(Battle Bakraid)는 위에서 아래로 화면이 흐르는 종스크롤 슈팅 게임입니다. 전투기를 하나 골라 쏟아지는 적기와 탄을 피하면서 스테이지 끝의 보스를 잡는 구조입니다. 맞으면 한 대에 격추되고, 남은 기체가 없으면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조작은 이동과 발사, 그리고 폭탄으로 나뉩니다. 발사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으면 넓게 퍼지는 사격이, 짧게 끊어 누르면 앞으로 모이는 사격이 나가는 식으로 두 가지 사격을 상황에 맞춰 바꿔 씁니다. 폭탄은 화면 전체를 정리하는 비상 수단입니다.

스테이지는 도시 상공, 요새, 공중전 구간처럼 배경이 계속 바뀌고, 끝마다 큼직한 보스가 기다립니다. 보스는 형태를 바꿔 가며 여러 단계에 걸쳐 탄을 뿌리기 때문에, 한 보스를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이 꽤 깁니다.

배틀 바크레이드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9)

탄이 많은데 피할 수 있다

화면에 뜨는 탄의 수만 보면 겁이 납니다. 그런데 실제로 해 보면 생각보다 피해집니다. 이 게임의 탄은 대체로 느리고 궤도가 분명해서, 탄과 탄 사이의 빈틈이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무작정 도망 다니는 대신 어느 틈으로 빠져나갈지 정해 놓고 조금씩 움직이는 게 요령입니다.

기체의 피격 판정도 보이는 그림보다 훨씬 작습니다. 기체 한가운데의 작은 점만 맞지 않으면 되니, 탄이 날개를 스치고 지나가도 살아 있습니다. 이걸 믿고 탄 사이로 파고드는 데 익숙해지면 난이도가 눈에 띄게 내려갑니다.

반대로 조심할 것은 화면 아래쪽에 오래 머무는 습관입니다. 아래에 붙어 있으면 탄이 퍼질 시간이 충분해져서 피할 틈이 줄어듭니다. 적당히 위로 올라가 적을 빨리 지우는 편이 오히려 안전합니다.

점수를 올리는 재미

이 게임은 살아남는 것만큼 점수를 쌓는 쪽에도 힘을 줬습니다. 적을 빠르게 연달아 부수면 배수가 붙고, 그 배수를 유지하는 동안 점수가 크게 불어납니다. 배수를 끊기지 않게 하려면 다음에 나올 적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고 미리 총구를 돌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오래 한 사람들은 클리어보다 점수를 목표로 삼습니다. 같은 스테이지를 몇 번씩 반복하면서 어느 적을 먼저 부수면 배수가 이어지는지를 찾아내는 과정이 이 게임의 진짜 내용이라고 해도 됩니다.

점수를 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위험한 자리로 들어가게 됩니다. 안전하게 하면 점수가 안 나고, 점수를 노리면 죽을 위험이 커지는 이 긴장이 잘 잡혀 있습니다.

기체 고르기

고를 수 있는 기체는 사격 모양과 이동 속도가 서로 다릅니다. 앞으로 모아 쏘는 기체는 보스를 빨리 녹이는 대신 화면 양옆에서 나오는 잡적을 놓치기 쉽고, 넓게 퍼지는 기체는 잡적 정리가 편한 대신 보스전이 길어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넓게 퍼지는 쪽이 편합니다. 잡적이 오래 살아 있으면 그만큼 탄이 늘어나는데, 넓은 사격은 그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스전에서 시간이 걸리는 건 익숙해진 다음에 신경 써도 늦지 않습니다.

이동 속도가 빠른 기체는 탄을 피하기 좋아 보이지만 초보자에게는 오히려 위험합니다. 조금만 밀어도 크게 움직여서 탄 사이의 좁은 틈을 지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후기 아케이드 슈팅의 자리

이 게임이 나온 시기는 오락실 슈팅 게임이 이미 소수의 열성 팬만 남은 때였습니다. 그래서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슈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꼽혔습니다.

만든 곳인 에이팅은 같은 계열의 슈팅 게임을 여럿 만든 팀이라, 이 작품에도 그동안 쌓인 것들이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탄의 궤도를 읽게 만드는 배치, 배수를 이어 가는 점수 구조, 여러 단계로 이어지는 보스 구성이 모두 손에 익은 방식으로 짜여 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판이 아니었습니다. 슈팅 전용 자리를 두는 큰 오락실에서나 만날 수 있었고, 대신 한 번 붙잡은 사람은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