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크루저 M-12
배틀 크루저 M-12 (Battle Cruiser M 12) · 1983 · Sig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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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을 켜면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옵니다. 그 시절 일본 전자음악 그룹의 유명한 곡과 비틀즈의 노래가 배경음으로 깔리는데, 저작권 개념이 지금과 전혀 달랐던 1983년 오락실이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실제로 이 무렵 오락실 기판에는 어디선가 들어본 멜로디가 종종 그대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배틀 크루저 M-12(Battle Cruiser M-12)는 수면 위의 함정을 조종해 바다 아래로 폭뢰를 떨어뜨리는 슈팅 게임입니다. 화면 위쪽에 자기 배가 있고 아래로는 바닷속이 펼쳐집니다. 잠수함과 각종 수중 병기가 몰려오고, 그것들이 쏘아 올리는 기뢰와 미사일을 피하면서 폭뢰를 정확히 떨어뜨려야 합니다.
위아래가 뒤집힌 슈팅
대부분의 종스크롤 슈팅은 아래에 있는 자기 기체가 위로 총을 쏩니다. 이 게임은 반대입니다. 자기 배는 위에 있고 공격은 아래로 떨어집니다. 이 단순한 뒤집기가 감각을 꽤 다르게 만듭니다. 위협이 아래에서 올라오니 화면 아래쪽을 계속 살펴야 하고, 자기가 떨어뜨린 폭뢰가 목표에 닿기까지의 시간을 계산해야 합니다.
폭뢰는 즉발이 아닙니다. 떨어뜨리면 물속을 가라앉으며 내려가고, 그동안 목표는 계속 움직입니다. 그래서 잠수함이 지금 있는 자리가 아니라 폭뢰가 도착할 때 있을 자리를 노려야 합니다. 이 겨눔의 감각이 이 게임의 핵심 기술이고, 익숙해지면 화면 아래쪽을 미리 읽고 던지는 것이 자연스러워집니다.
동시에 위로 올라오는 것들도 피해야 합니다. 기뢰가 떠오르고 미사일이 솟구쳐 오르니, 던지는 동안 배를 좌우로 계속 옮겨야 합니다. 공격과 회피가 같은 축 위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한쪽에 집중하면 다른 쪽에서 당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장 흔한 실수는 조준입니다. 목표 바로 위에 서서 떨어뜨리면 대개 빗나갑니다. 잠수함이 움직이는 방향을 보고 그 앞쪽에 미리 떨어뜨려야 하는데, 익숙해지기 전에는 계속 뒤를 쫓아 던지게 됩니다. 몇 판 하며 폭뢰가 가라앉는 속도를 몸으로 익히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두 번째는 화면 끝에 몰리는 것입니다. 피하다 보면 자연히 좌우 끝으로 밀리는데, 끝에 붙으면 한쪽 방향으로만 피할 수 있어 곧 막힙니다. 화면 가운데를 기본 자리로 삼고, 피한 뒤에는 다시 가운데로 돌아오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욕심입니다. 한꺼번에 여러 대를 잡으려고 좋은 자리를 기다리다가, 그사이 올라온 기뢰에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확실히 잡을 수 있는 하나를 처리하고 곧바로 이동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1983년 오락실이라는 배경
이 시기 오락실 기판은 부품 구성이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널리 쓰이던 프로세서 하나에 음원 칩 몇 개를 붙이는 식이었고, 회사마다 다른 것은 그 위에 얹은 아이디어였습니다. 이 게임은 폭뢰라는 소재로 종스크롤 슈팅의 방향을 뒤집었고, 소리에 특히 신경을 썼습니다.
만든 회사는 그 시절 일본에서 오락실 기계를 만들던 여러 중소 업체 중 하나입니다. 크게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이런 회사들이 내놓은 기계가 오락실 한구석을 채우고 있었고, 몇 달 놓였다가 조용히 다른 기계로 교체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볼 때
이 게임은 남아 있는 기판이 아주 적어 수집가 사이에서도 보기 어려운 물건으로 꼽힙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기계를 본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그 시절 오락실은 인기작 위주로 돌아갔고, 이런 이름 없는 기계까지 들여올 여유는 흔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몇 판 해보면 얻는 것이 있습니다. 슈팅이라는 장르가 자리 잡기 전에 사람들이 어떤 변형을 시도했는지가 보이고, 위에서 아래로 쏘는 것만으로도 게임이 이렇게 달라진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화면은 소박해도 폭뢰의 낙하 시간을 계산해 던지는 감각은 지금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