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 오브 더 비스트 (마스터시스템)
섀도 오브 더 비스트 (Shadow of the Beast Europe) · 1992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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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로 기억되는 게임
이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 화제가 된 것은 재미보다 화면이었습니다. 여러 겹으로 겹쳐 흐르는 배경, 기괴하게 생긴 적들, 그리고 말없이 걸어가는 근육질의 짐승 같은 주인공. 게임이라기보다 어둡고 낯선 그림책을 넘기는 느낌에 가까웠고, 그 인상만으로도 이 게임의 이름은 널리 퍼졌습니다.
이야기도 음울합니다. 주인공은 원래 사람이었으나 마법에 의해 짐승의 몸으로 바뀌었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존재를 찾아 나섭니다. 설명은 거의 없고, 플레이어는 그저 이상한 생물들이 사는 세계를 계속 걸어갈 뿐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섀도 오브 더 비스트(Shadow of the Beast)는 옆에서 보는 시점의 액션 게임입니다. 주인공을 조작해 걷고 뛰고 주먹과 발차기로 적을 물리치며 지역을 통과합니다. 지상 구간과 지하 통로, 실내 공간이 이어지고 곳곳에 갈림길과 잠긴 문이 있습니다.
조작 자체는 단순합니다. 다만 적을 처치하는 것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구성이라, 액션과 탐험이 반쯤 섞인 형태에 가깝습니다. 특정 물건을 찾아야 열리는 길이 있어서, 한 방향으로 계속 가다가 막히면 되돌아와 다른 길을 확인해야 합니다.
가혹한 난이도
이 게임은 어렵기로도 유명합니다. 체력이 넉넉하지 않고 회복 수단이 드문데, 적은 계속 나오고 지형 함정도 많습니다. 어디에 무엇이 나오는지 모르는 상태로 처음 걸어가면 몇 화면 못 가서 끝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은 외우는 것입니다. 어느 지점에서 무엇이 튀어나오는지 기억하고, 그 앞에서 미리 자세를 잡거나 아예 뛰어넘어 지나갑니다. 모든 적을 상대하려 하면 체력이 남아나지 않으므로, 지나칠 수 있는 것은 지나치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체력 회복 아이템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유가 있을 때 옆길을 한 번씩 확인해 두면 뒤에서 크게 도움이 됩니다.
세계를 걷는 감각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걸어 다니는 세계 그 자체입니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뼈처럼 마른 나무가 서 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이 벽에 매달려 있으며, 지하로 내려가면 기계와 유기물이 뒤섞인 통로가 이어집니다. 각 구역의 분위기가 뚜렷하게 달라서,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궁금해 계속 나아가게 됩니다.
음악도 인상적입니다. 밝지 않고 조용하게 깔리는 선율이 화면의 낯선 풍경과 어울려, 이 게임 특유의 쓸쓸한 분위기를 완성합니다.
8비트로 옮겨진 짐승
마스터시스템판은 여러 겹으로 흐르던 원판의 배경 표현을 8비트 성능에 맞춰 정리한 이식작입니다. 화려함은 줄었지만, 큼직한 주인공 스프라이트와 기괴한 적들의 생김새는 알아볼 수 있게 옮겨졌고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도 남아 있습니다.
끝까지 보기가 쉽지 않은 게임입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처음 화면이 켜지고 그 낯선 세계를 한 걸음 내디딜 때의 감각이 다른 어떤 게임과도 달랐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