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베이스
스카이 베이스 (Sky Base) · 1982 · Omori Electric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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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게임의 역사에는 이름이 남은 회사보다 남지 않은 회사가 훨씬 많습니다. 1980년대 초 일본에는 기판을 만들어 파는 작은 업체가 수십 곳 있었고, 그중 대부분은 몇 종의 게임을 내놓은 뒤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오모리 전기도 그런 이름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게임은 그 회사가 1982년에 세상에 내놓은 슈팅입니다. 대형 제작사의 히트작 목록에는 없지만, 바로 그 점이 이 게임을 지금 들여다볼 이유가 됩니다.
어떤 게임인가
스카이 베이스(Sky Base)는 화면 하나 안에서 승부가 나는 고정 화면 슈팅입니다. 플레이어는 아래쪽에 놓인 기체를 좌우로 움직이며 위를 향해 탄을 쏘고, 위에서는 적이 무리를 지어 나타나 아래로 내려옵니다. 적을 모두 없애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고, 적 탄이나 적 기체에 부딪히면 잔기가 하나 사라집니다.
이 구조는 1978년 스페이스 인베이더 이후 몇 해 동안 오락실을 지배한 형식입니다. 화면이 스크롤하지 않고, 배경도 거의 없고, 규칙은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간단합니다. 대신 판이 넘어갈수록 적이 빨라지고 탄이 늘어나는 것으로 난이도를 만듭니다. 끝이 정해져 있지 않고 점수로 실력을 겨루는 방식이라, 한 판이 끝날 때마다 다시 도전하고 싶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알아 둘 것
조작은 좌우 이동과 발사뿐이라 배울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 몇 판은 대체로 손이 아니라 판단 때문에 죽습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눈이 자기 기체를 따라다니는 것입니다. 아래쪽만 보고 있으면 적이 어디서 내려오는지 알 수 없어 매번 늦게 반응하게 됩니다. 시선은 화면 위쪽에 두고 기체는 손의 감각으로 움직이는 것이 이 장르의 기본기입니다.
또 하나는 자리 잡기입니다. 화면 한가운데는 언뜻 안전해 보이지만, 좌우 어느 쪽으로도 피할 거리가 절반뿐이라 실은 위험합니다. 반대로 벽에 완전히 붙어 있으면 한쪽으로는 아예 도망칠 수 없습니다. 구석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를 기본으로 삼고, 적이 몰려오는 쪽의 반대편으로 계속 흘러가듯 움직이는 것이 오래 버티는 방법입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
이런 게임이 갑자기 어려워지는 순간은 대개 판의 마지막입니다. 화면에 적이 몇 마리 남지 않으면 남은 적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공격이 사나워지도록 만들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거의 다 정리해 놓고 마지막 한둘에게 잔기를 내주는 일이 자주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이때는 쫓아가서 맞히려 들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표적을 따라다니면 결국 상대의 경로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대신 적이 오가는 궤적을 한 바퀴 지켜보고, 그 길목에 미리 자리를 잡은 다음 지나갈 때 쏘는 쪽이 안전합니다. 점수를 몇 점 더 버는 것보다 판을 하나 더 넘기는 것이 언제나 이득이라는 점은 이 시절 슈팅 전체에 통하는 원칙입니다.
같은 시기 슈팅들 사이에서
1982년은 고정 화면 슈팅이 이미 정점을 지나고 있던 해입니다. 화면이 흐르는 스크롤 슈팅과 더 화려한 그래픽을 앞세운 게임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배경 없는 검은 화면에 점처럼 찍힌 적을 쏘는 형식은 조금씩 구식이 되어 갔습니다. 이 게임은 그 전환기의 한복판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 시기에 나온 작은 회사의 게임은 대체로 비슷한 운명을 맞았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대형 제작사의 신작에 자리를 내주고, 몇 달 뒤에는 기판이 다른 게임으로 교체되었습니다. 게임이 나빠서라기보다 오락실이라는 공간의 자리 수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대가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하나였고, 손님을 더 끄는 쪽이 그 자리를 가져갔습니다.
그 시절의 오락실과 지금
한국에서 이 무렵 게임들은 원래 이름으로 불리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간판도 안내문도 없이 기판만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고, 손님들은 화면에 보이는 것을 두고 제 나름의 이름을 붙여 불렀습니다. 그래서 지금 옛 게임 목록을 훑다 보면 분명히 어디선가 본 화면인데 이름은 처음 듣는 경우가 자주 생깁니다.
이런 게임을 다시 켜 보는 재미는 완성도를 따지는 데 있지 않습니다. 한 판이 몇 분이면 끝나고 규칙이 곧바로 몸에 들어오기 때문에, 지금 처음 잡아도 금세 다음 판을 누르게 됩니다. 화려한 것이 없어서 오히려 순수하게 남는 감각이 있고, 이름이 남지 않은 게임일수록 그 감각이 더 또렷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