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의 사파리
요시의 사파리 (Yoshi S Safari Europe) · 1993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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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가 총을 듭니다
마리오 시리즈에서 마리오는 밟거나 불을 던지지, 총을 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요시의 등에 올라탄 마리오가 슈퍼 스코프를 들고 정면을 향해 쏩니다.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대단히 이례적인 그림이고, 그래서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습니다.
이유는 이 게임이 슈퍼 스코프라는 주변기기를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어깨에 얹고 화면을 조준하는 커다란 바주카 모양의 장치였는데, 이걸 팔기 위해 닌텐도가 자기 대표 캐릭터를 동원해 만든 작품이 바로 이것입니다. 실제로 이 게임은 슈퍼 스코프용 소프트 중 유일하게 제대로 된 마리오 게임이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요시의 사파리(Yoshi's Safari)는 화면 안쪽으로 계속 나아가는 시점의 건 슈팅 게임입니다. 이동은 자동으로 이뤄지고, 사용자는 조준과 사격만 담당합니다. 화면 곳곳에서 나타나는 적을 쏘아 맞히고, 구간 끝에서 보스를 상대합니다.
무대는 열두 개의 왕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쿠파가 이 왕국들을 점령했고, 각 왕국의 왕이 붙잡혀 있습니다. 마리오와 요시가 하나씩 되찾으러 다니는 이야기인데, 이 구성은 마리오 월드의 흐름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각 왕국 끝에는 쿠파의 부하 일곱 명이 차례로 나오고, 이들은 저마다 다른 기계에 올라타 공격해 옵니다.
쏘는 재미
조준 방식이 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화면 어디든 겨눠서 쏠 수 있고, 적뿐 아니라 배경의 물건도 맞힐 수 있습니다. 벽돌을 쏘면 코인이 나오고, 물음표 상자를 쏘면 아이템이 나옵니다. 마리오 시리즈에서 몸으로 부딪쳐 얻던 것들을 여기서는 총으로 얻는 셈입니다.
적을 맞히면 코인이 나오고, 코인은 점수이자 회복의 재료가 됩니다. 요시의 체력이 화면에 표시되는데, 적의 공격에 맞으면 줄어들고 특정 아이템으로 회복합니다.
연사가 가능하지만 무작정 난사하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조준이 흐트러집니다. 한 발씩 정확히 맞히는 편이 결과적으로 진행이 빠릅니다.
보스전이 볼거리입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이 보스전입니다. 쿠파의 부하들이 각각 커다란 기계 병기를 몰고 나오는데, 기계의 생김새와 공격 방식이 전부 다릅니다. 어떤 것은 미사일을 쏘고, 어떤 것은 몸을 굴려 돌진하고, 어떤 것은 여러 부위로 나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보스는 약점 부위가 정해져 있습니다. 아무 데나 쏘면 잘 통하지 않고, 특정 부분이 드러나는 순간에 그곳을 맞혀야 제대로 들어갑니다. 그 순간이 언제인지 찾아내는 게 공략의 핵심입니다.
마지막에는 쿠파 본인이 나옵니다. 여러 단계에 걸쳐 형태를 바꾸며 싸우는데, 이 게임의 난이도가 여기서 확 올라갑니다. 앞선 왕국들이 비교적 순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방심하고 들어갔다가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스에게 도달하기 전에 체력을 얼마나 남겨 두었느냐가 승패를 가릅니다. 그래서 진행 중에 회복 아이템을 놓치지 않고 챙기는 습관이 중요하고, 안 맞고 지나갈 수 있는 구간에서는 굳이 점수를 욕심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주변기기의 운명
슈퍼 스코프는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크고 무거워서 오래 들고 있기 힘들었고, 화면에서 일정 거리를 두어야 인식이 됐으며, 무엇보다 할 만한 게임이 몇 개 없었습니다. 그 몇 개 중 가장 잘 만들어진 것이 이 작품이었지만, 기기 자체가 팔리지 않으니 게임도 함께 묻혔습니다.
국내에서는 슈퍼 스코프를 실물로 본 사람 자체가 드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존재를 아는 분도 많지 않습니다. 마리오가 총을 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개 농담으로 여깁니다.
지금은 조준 장치 없이도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어서, 화면에 표시되는 조준점을 움직여 쏘면 됩니다. 원래의 감각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이 게임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는 충분히 전해집니다. 마리오 시리즈를 좋아하신다면 이런 갈래도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