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테로이드 (게임보이)
아스테로이드 (Asteroids USA Europe) · 1991 · Accolade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흑백 화면으로 돌아온 오락실의 원형
운석을 쏘아 잘게 부수고, 부서진 조각이 다시 날아오면 또 쏘고, 그러다 뒤에서 나타난 접시 모양 비행체에 당하는 게임. 오락실이라는 것이 막 자리를 잡던 시절의 대표작이 십 년쯤 지나 손바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게임보이의 흐릿한 녹색 화면에 흰 선으로 그려진 운석이 떠다니는 모습은, 원작의 벡터 화면과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이런 이식판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원작의 구조가 워낙 단순해서입니다. 배경도 없고 색도 필요 없고, 필요한 것은 삼각형 우주선 하나와 떠도는 돌덩이뿐입니다. 성능이 빤한 휴대기기에 옮기기에 이보다 알맞은 게임은 드뭅니다.
무슨 게임인가
아스테로이드(Asteroids)는 우주선을 조종해 화면을 떠다니는 운석을 모두 파괴하는 슈팅 게임입니다. 큰 운석을 쏘면 중간 크기 둘로 갈라지고, 그것을 또 쏘면 더 작은 조각으로 쪼개집니다. 화면의 모든 조각을 다 없애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고, 다음 판은 더 많은 운석으로 시작합니다.
조작이 이 게임의 전부이자 매력입니다. 좌우로 기체를 회전시키고, 추진 버튼으로 바라보는 방향으로 밀고, 사격 버튼으로 쏩니다. 여기에 위급할 때 화면 밖으로 순간 이동하는 버튼이 붙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주 공간에 마찰이 없다는 설정입니다. 한 번 밀어 주면 계속 그 방향으로 미끄러지고, 멈추려면 반대 방향으로 똑같이 밀어야 합니다.
관성이라는 벽
이 게임을 처음 잡은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자기가 만든 속도에 당합니다. 운석을 피하려고 추진을 길게 눌렀다가, 그 속도로 반대편 운석에 그대로 처박히는 식입니다. 화면 가장자리를 넘어가면 반대편으로 나오기 때문에 도망칠 곳도 없습니다.
요령은 추진을 짧게 톡톡 끊어 쓰는 것입니다. 한 번에 길게 밀지 말고, 필요한 만큼만 아주 짧게 눌렀다 떼고 상황을 봅니다. 숙련자를 보면 대부분의 시간 동안 거의 제자리에 떠 있고, 정말 필요할 때만 잠깐 움직입니다. 초보자가 화면을 휘젓고 다니는 것과 정반대입니다.
또 하나는 큰 운석을 함부로 쏘지 않는 것입니다. 큰 것 하나를 부수면 작은 것 여럿이 생기고, 작은 조각은 더 빠릅니다. 화면에 남은 것이 많을 때 큰 운석을 계속 부수면 순식간에 피할 데가 없어집니다. 하나씩 끝까지 처리해 화면을 비워 가며 나아가는 쪽이 훨씬 오래 삽니다.
순간 이동 버튼의 도박
이 게임에는 벗어날 수 없는 자리에서 쓰는 순간 이동이 있습니다. 다만 어디로 갈지 고를 수 없어서, 하필 운석 한가운데로 나와 그대로 죽는 일도 벌어집니다. 그래서 이 버튼은 목숨을 구하는 장치가 아니라, 확실한 죽음을 불확실한 죽음으로 바꾸는 도박에 가깝습니다.
쓸 만한 때는 정해져 있습니다. 앞뒤가 모두 막혀서 어떻게 해도 다음 순간 부딪히는 것이 확정된 상황뿐입니다. 조금이라도 빠져나갈 틈이 보이면 조종으로 해결하는 편이 확률이 높습니다. 이 판단을 익히는 것이 점수를 늘리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휴대기기로 옮겨 온 것들
원작은 벡터 화면, 그러니까 점을 찍는 대신 선을 직접 그어 표시하는 특수한 화면을 썼습니다. 그래서 선이 유난히 또렷하고 밝았습니다. 게임보이는 일반적인 점 화면이라 그 특유의 선명함은 재현할 수 없었지만, 대신 언제 어디서나 꺼내서 한 판 돌릴 수 있다는 장점을 얻었습니다.
이 시기 휴대기기 시장에는 오락실 고전을 옮긴 물건이 많았습니다. 큰 화면과 복잡한 연출이 없어도 성립하는 게임들이라, 작은 기기에 담기 좋았기 때문입니다. 규칙이 단순하고 한 판이 짧으며 실력이 붙는 만큼 기록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지금 처음 잡아 봐도 몇십 분은 그대로 흘러갑니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