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런 유로파
아웃런 유로파 (Out Run Europa Europe) · 1991 · U.S. G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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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런인데 차만 타는 게 아닙니다
아웃런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개 붉은 스포츠카가 야자수 늘어선 해안 도로를 달리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옆자리에 사람이 앉아 있고, 갈림길에서 왼쪽이냐 오른쪽이냐를 고르며 시간 안에 다음 구간에 도착하는 그 게임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시작하자마자 오토바이를 몰게 합니다. 그리고 다음 구간에서는 제트스키를 타고 바다를 건너고, 그다음에는 자동차로 바뀌고, 모터보트를 타는 구간까지 나옵니다. 익숙한 아웃런의 스포츠카는 마지막 구간에 가서야 등장합니다. 이름만 아웃런일 뿐 성격이 상당히 다른 게임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아웃런 유로파(Out Run Europa)는 유럽 각지를 무대로 삼아 여러 탈것을 갈아타며 달리는 레이싱 액션 게임입니다. 총 일곱 개의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구간마다 타는 것이 바뀝니다.
기본 목표는 추격을 피하며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것입니다. 시간 제한이 걸려 있어서 정해진 지점을 제때 통과하지 못하면 실패합니다. 조작은 가속과 감속, 좌우 조향으로 이루어지고, 탈것에 따라 무기를 쓰거나 상대를 때리는 동작이 추가됩니다.
이 게임이 순수한 레이싱과 갈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오토바이 구간에서는 옆에 붙은 상대를 주먹으로 쳐서 넘어뜨릴 수 있고, 경찰이 따라붙어 막으려 듭니다. 제트스키 구간에서는 하늘에서 헬리콥터가 나타나고 이쪽도 로켓으로 응수합니다. 그냥 빨리 달리는 게임이 아니라 싸우면서 달리는 게임입니다.
구간별로 달라지는 감각
탈것이 바뀌면 조작 감각도 함께 바뀝니다. 오토바이는 좌우 반응이 예민해서 조금만 밀어도 크게 움직이고, 그만큼 부딪히기도 쉽습니다. 반면 물 위를 달리는 구간에서는 관성이 커서 방향을 바꾼 뒤에도 한동안 미끄러집니다. 이 미끄러짐을 계산하지 못하면 장애물 사이를 빠져나갈 때마다 걸립니다.
자동차 구간은 상대적으로 익숙한 감각입니다. 갈림길 없이 이어지는 도로에서 앞차를 피하며 최고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다만 도로 폭이 넓지 않고 반대편 차선을 쓰는 구간이 나오기도 해서, 속도만 올려 놓고 방심하면 정면충돌합니다.
전반적인 요령은 액셀을 무작정 끝까지 밟지 않는 것입니다. 밀집 구간이 나오면 잠깐 속도를 줄여 틈을 확인하고, 빈 도로에서 다시 올리는 편이 결과적으로 빠릅니다. 부딪히면 속도가 바닥까지 떨어지므로 한 번의 충돌이 몇 초의 감속보다 훨씬 손해입니다.
아웃런 계열에서 벗어난 자리
원래 아웃런은 세가가 자사 기판으로 만든 체감형 레이싱 게임이었습니다. 좌석이 흔들리는 커다란 기체 안에서 하는 그 게임이 원조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세가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이름을 빌려 간 서구 업체가 개발하고 유통했습니다.
그래서 아웃런 특유의 요소가 상당 부분 빠져 있습니다. 갈림길을 골라 서로 다른 경로로 나아가는 구조도, 라디오 채널을 고르는 시작 화면도 없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여러 탈것과 전투 요소가 채웠습니다. 원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낯설고, 반대로 원조를 몰랐던 사람에게는 오히려 변화무쌍한 게임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기술적으로는 8비트 기기에서 여러 종류의 탈것을 전부 다르게 구현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도로와 수면과 시가지의 표현이 각각 다르고, 배경도 유럽 각지의 지명이 표지판으로 지나가면서 이동하고 있다는 감각을 만들어 냅니다.
국내에서 이 게임을 만나기
마스터시스템은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유통되었고, 아웃런이라는 이름 자체는 오락실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제목을 매장에서 마주친 사람은 대개 오락실의 그 게임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막상 켜 보면 오토바이가 나오니 처음에는 당황하게 됩니다. 그런데 몇 분만 해 보면 이쪽 나름의 재미가 있다는 것도 금방 알게 됩니다. 구간마다 새 탈것이 나오니 다음에는 무엇을 타게 될지 궁금해서 계속 붙잡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 작품은 유럽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고 북미에서는 다른 기기판만 나왔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실제로 해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편에 속합니다. 지금은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으니, 아웃런이라는 이름 아래 어떤 다른 게임이 있었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