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성 드라큘라 X 피의 론도 북미판
악마성 드라큘라 X 피의 론도 (Castlevania Rondo of Blood) · 1993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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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가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이 게임이 나온 시기는 가정용 기기가 CD를 쓰기 시작하던 무렵입니다. 카트리지에 담을 수 없던 것들이 갑자기 가능해졌습니다. 이 작품은 그 여유를 음악과 목소리, 그리고 애니메이션 장면에 썼습니다. 게임을 켜면 성우가 연기한 대사가 흐르고, 배경음악은 악기 소리 그대로 울립니다.
특히 음악은 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자주 이야기되는 수준입니다. 첫 스테이지에서 흐르는 곡은 이후 여러 작품에 반복해서 등장하며 시리즈를 대표하는 선율이 되었습니다. 화면과 소리만으로도 이 게임이 왜 오래 회자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악마성 드라큘라 X 피의 론도(Castlevania: Rondo of Blood)는 채찍을 든 주인공이 성을 오르며 마물을 물리치는 횡스크롤 액션입니다. 스테이지를 차례로 지나 마지막에 성의 주인과 맞서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작은 이 시리즈 특유의 무게감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점프를 하면 공중에서 방향을 바꿀 수 없습니다. 뛰기 전에 착지 지점을 정해야 하고, 잘못 뛰면 그대로 떨어집니다. 채찍도 내는 데 시간이 걸려서, 적이 눈앞에 왔을 때 누르면 늦습니다. 이 뻣뻣함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바로 그 제약 때문에 한 번의 판단이 무겁고, 성공했을 때의 만족이 큽니다.
두 명의 주인공
주인공은 채찍을 쓰는 남자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숨은 갈래가 있습니다. 스테이지 곳곳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고, 그중 한 소녀를 구하면 그 뒤로는 그 소녀로도 플레이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소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공중에서 두 번 뛰고, 채찍 대신 마법을 씁니다. 점프를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어서, 원래 주인공으로는 넘기 어려웠던 구간을 쉽게 지나갑니다. 대신 화력이 약해 보스전은 더 오래 걸립니다. 같은 스테이지를 두 캐릭터로 해 보면 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듭니다.
갈라지는 길
이 게임의 스테이지는 한 줄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특정 지점에서 숨은 통로를 찾으면 다른 경로로 빠질 수 있고, 그러면 전혀 다른 스테이지가 나옵니다. 벽을 부수거나 특정 방향으로 떨어지는 식으로 열리는데, 처음 할 때는 대개 모르고 지나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한 번 끝내고 나서가 진짜입니다. 못 본 스테이지가 있고, 못 구한 사람들이 있고, 안 써 본 캐릭터가 있습니다. 다시 하면서 갈래를 하나씩 열어 가는 구조가 반복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만듭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익힐 것
가장 먼저 익힐 것은 계단입니다. 이 시리즈의 계단 위에서는 움직임이 크게 제한되고, 계단 중간에서 맞으면 그대로 떨어지기 쉽습니다. 계단에 오르기 전에 주변 적을 먼저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서브 웨폰입니다. 촛대를 부수면 도끼나 성수, 단검 같은 보조 무기가 나오는데, 각각 쓰임이 다릅니다. 성수는 바닥에 불을 남겨 지속적으로 때리므로 보스전에서 강하고, 단검은 빠르게 나가 잡졸 정리에 좋습니다. 지금 들고 있는 무기를 바꿀지 말지도 판단해야 합니다. 좋은 무기를 들고 있는데 다른 게 떨어졌다고 무심코 주우면 손해입니다.
세 번째는 뒤로 물러날 줄 아는 것입니다. 이 게임의 적은 계속 나오지 않고 화면에 들어오는 순간 배치됩니다. 위험한 자리에서 한 걸음 물러나 화면을 조절하면 적이 나오는 순서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에서의 위치
이 작품은 시리즈의 고전적인 형태, 즉 스테이지를 차례로 지나가는 방식의 마지막 정점으로 평가됩니다. 바로 다음 작품부터 이 시리즈는 성 전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능력을 모으는 형태로 크게 방향을 틀게 되고, 그 후속작의 이야기는 바로 이 작품의 결말에서 이어집니다.
또 하나, 이 게임은 오랫동안 일본에서만 나온 작품이었습니다. 다른 지역에는 다른 기기로 재구성한 판본이 나갔는데, 그 판본과 이 원판은 스테이지 구성과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그래서 이 원판을 직접 해 보는 것 자체가 오랫동안 이 시리즈 팬들의 숙제 같은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