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성 드라큘라 메가드라이브판
악마성 드라큘라: 뱀파이어 킬러 (Akumajou Dracula Vampire Killer Japan) · 1994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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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드라이브에 찾아온 악마성
악마성 드라큘라 하면 대부분 다른 회사의 기기를 떠올리던 시절에, 이 시리즈가 메가드라이브로 나온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나온 물건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어떤 악마성보다 어둡고 무겁게 만들어져서, 처음 켠 사람들을 당황시켰습니다.
배경 곳곳이 무너지고 흔들리고, 무대 자체가 진행 도중에 형태를 바꿉니다. 정지된 그림 위를 걷는 게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성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 부분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어떤 게임인가
악마성 드라큘라 메가드라이브판(Akumajou Dracula: Vampire Killer)은 채찍을 든 주인공이 드라큘라의 성을 아래에서 위로 뚫고 올라가는 횡스크롤 액션입니다. 한 스테이지를 통과할 때마다 보스가 기다리고, 그것을 쓰러뜨리면 다음 구역으로 넘어갑니다.
조작은 걷기와 점프, 그리고 채찍 휘두르기가 전부입니다. 대신 그 하나하나가 무겁습니다. 점프하면 방향을 바꿀 수 없고, 채찍을 휘두르는 동안에는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뛰기 전에 착지 지점을 계산하고, 때리기 전에 위치를 잡아야 합니다. 이 답답할 정도의 무게감이 이 시리즈의 정체성입니다.
채찍과 보조 무기
채찍은 아이템을 먹으면 길어지고 강해집니다. 짧은 가죽 채찍에서 시작해 사슬 채찍으로 바뀌면 사거리가 확 늘어나서 전투가 훨씬 편해지는데, 문제는 피격당하면 다시 짧아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렵게 키운 채찍을 지키려고 오히려 소극적으로 움직이게 되기도 합니다.
촛대를 부수면 나오는 보조 무기도 중요합니다. 던지는 단검, 도끼, 성수, 회전하는 십자가 등이 있고, 하트를 소비해 사용합니다. 어떤 보조 무기를 들고 보스방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보스 앞에서 일부러 원하는 무기가 나올 때까지 촛대를 뒤지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변하는 무대
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대가 가만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밟고 선 바닥이 무너져 내리고, 통로 전체가 회전하고, 배경에 있던 구조물이 앞으로 튀어나옵니다. 정해진 길을 걷다가 갑자기 지형이 바뀌면서 완전히 다른 경로가 열리는 순간의 놀라움이 상당합니다.
덕분에 외워서 진행하는 게임인데도 매번 긴장하게 됩니다. 어디서 무너지는지 알고 있어도, 무너지는 속도에 맞춰 발을 옮기는 건 결국 손으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만만치 않은 난도
이 게임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적의 배치가 지독하게 얄궂어서, 좁은 발판 위에서 뛰어야 하는 순간에 꼭 뭔가 날아옵니다. 피격당하면 뒤로 크게 밀려나는데, 그 밀려남 때문에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게 이 시리즈에서 가장 흔한 죽음입니다.
그래서 진행 방식이 자연히 조심스러워집니다. 한 칸씩 전진하며 적의 등장 위치를 익히고, 안전한 자리에서 미리 채찍을 휘둘러 두는 식으로 길을 여는 겁니다. 반복해서 죽으며 외운 길을 마침내 한 번에 통과했을 때의 성취감은, 요즘 게임에서는 좀처럼 얻기 어려운 종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