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울프
에어울프 (Airwolf Us) · 1987 · Kyug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드라마에서 튀어나온 검은 헬기
1980년대 중반, 텔레비전에는 마하 속도로 날아다니는 검은 전투 헬기가 나오는 미국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로터 소리와 함께 화면을 가로지르던 그 기체를 기억하는 분이라면, 오락실 한구석에서 같은 이름을 단 기판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도 짐작하실 겁니다. 화면 속에서 직접 그 헬기를 몰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백 원을 넣을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다만 게임을 시작하고 나면 드라마의 그 매끈한 비행 장면과는 꽤 다른 광경이 펼쳐집니다. 화면은 옆으로 흐르고, 지상에서는 포탑이 쉬지 않고 불을 뿜고, 하늘에서는 적기가 떼로 몰려옵니다. 여유롭게 감상할 틈은 없습니다. 원작의 분위기보다는 그 시절 횡스크롤 슈팅의 문법에 훨씬 충실한 게임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에어울프(Airwolf)는 헬기 한 대를 조종해 적진을 가로지르는 횡스크롤 슈팅입니다. 화면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동안 기체를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앞으로 나오는 적을 처리하고, 스테이지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기본 목표입니다.
조작은 단순합니다. 레버로 헬기를 움직이고 버튼으로 쏩니다. 여기에 이 게임의 성격을 결정짓는 요소가 하나 더 있는데, 적을 상대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스테이지 곳곳에 붙잡혀 있는 사람들을 찾아 구해 내는 일이 점수와 진행에 함께 얽혀 있습니다. 그냥 뚫고 지나가는 슈팅이 아니라, 지나가면서 챙길 것을 챙겨야 하는 슈팅입니다.
쏘면서 구하는 구조
이 구출 요소 때문에 플레이의 결이 달라집니다. 보통의 횡스크롤 슈팅이라면 화면 왼쪽 위나 아래처럼 안전한 자리를 잡고 버티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구해야 할 대상이 지상 쪽에, 그것도 대공포가 몰려 있는 위험한 높이에 배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전한 고도에 머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내려가면 총알을 뒤집어씁니다.
결국 언제 내려갔다가 언제 올라올지를 판단하는 게임이 됩니다. 지상 포대를 미리 정리해 두고 내려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순서인데, 화면이 계속 흐르기 때문에 머뭇거릴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이 조급함이 이 게임 특유의 긴장감을 만듭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지점
초심자가 가장 많이 당하는 것은 지상에서 올라오는 공격입니다. 앞쪽에서 날아오는 적기에 집중하다 보면 아래쪽에서 조용히 조준하고 있던 포대를 놓치기 쉽습니다. 화면 아래쪽 지형이 바뀌는 지점, 특히 건물이나 시설물이 새로 등장하는 순간에는 반사적으로 고도를 한 칸 올려 두는 습관을 들이면 피해가 확 줄어듭니다.
또 하나는 욕심입니다. 구출 대상이 보이면 무조건 달려들고 싶어지는데, 주변 정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가면 대개 그 자리에서 기체를 잃습니다. 한두 명 포기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멀리 가는 길인 경우가 많습니다. 목숨이 곧 진행 거리인 장르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 요령입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제작사인 큐고(Kyugo)는 1980년대에 몇 편의 아케이드 기판을 내놓은 작은 회사입니다. 대형 제작사처럼 널리 알려진 이름은 아니지만, 이 시기 일본 아케이드 업계에는 이렇게 소규모로 한두 편씩 기판을 만들어 유통하던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에어울프도 그런 흐름 속에서 나온 작품입니다.
해외 드라마의 이름을 단 게임이라는 점은 당시로서는 눈길을 끄는 요소였습니다. 다만 국내 오락실에서는 원작 드라마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반응이 갈렸습니다. 드라마를 본 사람에게는 반가운 제목이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냥 헬기가 나오는 슈팅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화려한 연출이나 복잡한 무기 체계를 기대하면 소박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짧은 시간 안에 판단을 강요하는 구조는 지금 해 봐도 분명한 재미를 줍니다. 안전하게 갈 것인가, 위험을 감수하고 아래로 내려갈 것인가를 몇 초마다 결정하게 만드는 설계는 단순하지만 효과적입니다.
오래 붙잡고 파고들 만한 깊이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판 한 판이 짧고 결말이 빨리 나오기 때문에 가볍게 여러 번 도전하기에 알맞습니다. 드라마의 기억이 있는 분이라면 그 시절 감각을 되짚어 보는 재미까지 얹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