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제로 포인트

제로 포인트 (Zero Point Japan) · 1998 · Unic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건슈팅이라고 하면 대개 좀비나 테러범을 쏘며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이 게임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20초에서 30초 남짓한 짧은 미니게임이 계속 이어지고, 각 게임마다 규칙이 완전히 다릅니다. 물음표가 그려진 상자를 골라 열면 그 안에 어떤 게임이 들어 있는지 알게 되는데,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그 긴장이 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제로 포인트(Zero Point)는 유니코가 1998년에 내놓은 건슈팅입니다. 한 명 또는 두 명이 총을 들고 짧은 과제를 연달아 해결해 나가는 구조로, 그 시절 유행하던 사격 미니게임 모음집의 형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화면에 늘어선 28개의 물음표 상자 중 하나를 고르면 그 안의 네 가지 게임이 순서대로 나옵니다.

제로 포인트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8)

짧은 게임들이 이어집니다

미니게임의 성격은 제각각입니다. 움직이는 울타리나 기차 위의 표적을 맞히는 것, 악어나 호랑이에게 쫓기는 사람을 지켜 주는 것,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 나오는 대상이 악당인지 민간인인지 구분해 쏘는 것, 도시로 떨어지는 폭탄을 바닥에 닿기 전에 요격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요구합니다. 빠르게 많이 맞히거나, 맞히면 안 되는 것을 골라내거나. 앞엣것은 손이 빠르면 되지만, 뒤엣것은 순간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급한 마음에 민간인을 쏘거나 폭탄을 쏘아 실점하는 경우가 초보자에게 가장 흔합니다.

색깔로 편을 나누는 미니게임도 있습니다. 자기 색 표적만 맞혀야 하고 상대 색을 쏘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두 명이 할 때는 서로 헷갈리게 만드는 심리전이 생깁니다.

난이도와 요령

게임을 시작할 때 세 단계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연습 단계에서는 표적이 크고 시간이 넉넉하지만, 위쪽 단계로 갈수록 표적이 작아지고 제한이 빡빡해집니다. 처음이라면 낮은 단계에서 미니게임의 종류를 한 바퀴 익히는 편이 낫습니다.

요령이라면 조준을 미리 잡아 두는 것입니다. 미니게임이 시작되기 전 화면이 뜨는 짧은 순간에 총구를 화면 가운데쯤에 두면, 어느 쪽으로 표적이 나와도 이동 거리가 짧습니다. 총을 크게 휘두르며 쫓아가면 항상 반 박자씩 늦습니다.

쏘면 안 되는 대상이 섞이는 미니게임에서는 방아쇠를 늦게 당기는 편이 유리합니다. 이 게임은 다 맞히는 것보다 실수를 안 하는 쪽이 점수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형식의 매력

한 판이 짧게 끊어지는 구성은 오락실에 잘 맞습니다. 실력이 없어도 어느 미니게임 하나쯤은 잘하게 되고, 그 한 번의 성공이 다음 동전을 넣게 만듭니다.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건슈팅이 실력 차이를 곧바로 드러내는 것과 달리, 이런 형식은 초보와 고수가 나란히 앉아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옆 사람과 붙기 좋다는 점입니다. 같은 미니게임을 동시에 하면서 점수를 겨루기 때문에, 상대가 어디를 쏘는지 곁눈질하게 됩니다. 두 명이 앉으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같은 계통의 다른 건슈팅들

이 시기 오락실에는 사격 미니게임을 모아 놓은 형식의 대표작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그 형식을 따라가면서, 상자를 골라 어떤 게임이 나올지 모른 채 시작한다는 점으로 자기 색을 냈습니다. 매번 순서가 달라지니 외워서 하는 재미보다 즉석에서 대응하는 재미가 큽니다.

앞으로 나아가며 쏘는 정통 건슈팅과 견주면, 총을 들고 있다는 것 말고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조준의 정확도만큼이나 규칙을 빨리 읽어내는 머리가 필요하고, 실패해도 몇 초 뒤면 다음 게임이 시작되기 때문에 부담이 적습니다.

국내 제작사의 건슈팅

1990년대 후반은 국내 아케이드 제작사들이 활발히 움직이던 시기입니다. 큰 자본이 필요한 3차원 대작보다는, 만들기 쉽고 손님이 붙기 좋은 형식을 골라 내놓는 경우가 많았고 건슈팅은 그런 선택지 중 하나였습니다. 총이라는 조작 장치 자체가 눈길을 끌고, 규칙이 단순해 설명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이듬해 후속작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짧은 기간에 속편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그림과 소리는 그 시절 국내 기판의 수준을 보여 주지만, 미니게임을 하나씩 열어 보는 재미는 여전히 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