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포인트 2
제로 포인트 2 (Zero Point 2) · 1999 · Un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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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건슈팅이 있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오락실의 총 쏘는 자리는 대부분 일본 대형 기체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화면이 3D로 돌아가고, 총을 화면 밖으로 돌리면 재장전이 되고, 옆에 앉은 사람과 함께 좀비나 테러범을 상대하는 그림이 익숙했습니다. 그 틈에서 국내 업체가 만든 건슈팅이 돌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도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게임을 만든 곳은 그 시절 자체 기판으로 아케이드 게임을 내놓던 국내 회사입니다. 값비싼 3D 기판을 쓰는 대신 2D 화면으로 승부를 봤고, 그래서 동네 오락실이 부담 없이 들여놓을 수 있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전작이 자리를 잡은 뒤에 나온 후속작이라는 점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제로 포인트 2(Zero Point 2)는 총 모양 조종기를 화면에 겨눠 적을 쏘는 건슈팅입니다. 화면은 정해진 순서대로 넘어가고, 그 안에서 나타나는 적을 제한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합니다. 총알에는 한도가 있어서 다 쓰면 재장전을 해야 하고, 재장전하는 동안에는 쏠 수 없으므로 그 빈틈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실력이 됩니다.
두 명이 나란히 서서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건슈팅은 혼자 할 때보다 둘이 할 때 확실히 유리한 장르인데, 화면에 동시에 나타나는 적을 나눠 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왼쪽과 오른쪽을 나눠서 보기로 정해 두면, 놓쳐서 맞는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2D로 만든 건슈팅
3D로 만든 건슈팅은 화면이 앞으로 밀고 들어가면서 거리감이 생기지만, 2D 건슈팅은 그 자리에서 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구성이 됩니다. 언뜻 단순해 보여도 이 방식에는 이 방식의 장점이 있습니다. 적이 나타나는 위치가 화면 안에서 명확하게 정해지기 때문에, 어디를 미리 겨누고 있어야 하는지가 몇 번만 해 보면 몸에 익습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은 반복해서 하는 사람에게 확실히 보답합니다. 처음에는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것을 허둥지둥 따라가지만, 몇 판만 지나면 다음에 어디서 나오는지를 알고 총구를 미리 그 자리에 두고 기다리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게임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요령과 막히는 지점
건슈팅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총알이 남았는데도 습관적으로 재장전을 하거나, 반대로 마지막 한 발까지 쓰고 나서 급하게 재장전하는 것입니다. 좋은 습관은 적을 한 무리 정리한 직후, 아직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짧은 틈에 미리 채워 두는 것입니다. 위험한 순간에 총이 비어 있는 상황만 피해도 훨씬 오래 버팁니다.
또 하나는 조준을 크게 휘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화면 반대편까지 총구를 크게 돌리면 그만큼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다른 쪽에서 맞습니다. 화면 가운데 근처에 총구를 두고 최소한으로 움직이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빠릅니다. 여러 적이 동시에 나오면 가까운 것부터가 아니라, 먼저 공격해 올 것부터 처리하는 순서를 잡아야 합니다.
1999년의 한국 오락실
이 게임이 나온 해는 오락실이 밀리기 시작하던 때입니다. 사람들이 PC방으로 옮겨 가고 있었고, 새로 들어오는 기판은 점점 비싸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국내 업체가 자체 기판으로 건슈팅을 만들어 후속작까지 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록해 둘 만한 일입니다.
당시 국내 아케이드 업계는 기판을 직접 만들 여력이 있는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들은 대체로 화려함보다 실속을 택했고, 이 게임도 그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대형 기체 대신 작은 몸체에 총 두 자루를 달아 놓은 형태로 동네 오락실 구석에 놓여 있던 기억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다시 보면
기술로 놀라게 하는 게임은 아닙니다. 대신 건슈팅이 왜 재미있는지를 가장 단순한 형태로 보여 줍니다. 겨누고, 쏘고, 맞았는지 바로 확인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짧은 간격으로 계속 반복되는 리듬이 이 장르의 전부이고, 이 게임은 그 리듬을 정직하게 지킵니다.
한 판이 길지 않아서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고, 익숙해지면 어디까지 총알을 아끼며 갈 수 있는지 스스로 기록을 세워 보게 됩니다. 그 시절 국내에서 이런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해 보는 재미도 함께 있습니다.